[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K리그1 MVP, 현역 유튜버, 축구선수 중 가장 농담을 잘 하는 남자. 모두 김보경의 모습이다. 올해 전북현대에서 뛰고 있는 김보경은 울산현대 전 동료 중 김태환이 ‘경고’를 해 왔다며, 김태환의 말대로 가까이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때 김보경의 말투는 ‘무한도전’ 중 유재석 씨의 명언인 “하하씨, 수만 안 틀리면 아무 일 없는 거잖아요”를 연상시켰다.

 

- 2017년 여름 가시와레이솔로 떠났다가 지난해 울산을 거쳐 전북으로 돌아왔어요. 2년 반만에 돌아온 봉동 클럽하우스는 어땠나요?

봉동은 전혀 바뀐 게 없이 딱 그대로였어요. ‘2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리 낯설지 않아요. 원래 있던 형들이 많이 계시고요. 감독님 바뀌셨고 어린 선수들이 좀 들어온 것만 새로워요.

 

- 지난 번 전북 소속일때 저와 인터뷰하면서 “이재성 얼굴은 내 발끝 정도”라고 하셨…

지금도 그대로죠. 여전히 인정할 걸요. 눈썹문신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제 얼굴에는 안 됩니다.

 

- …발끝 정도라고 하셨는데 당시 이재성처럼 친한 동료를 새로 만드셨나요?

아, 그게 질문인가요? 전 또. 당시에는 고무열, 이종호 등 나이가 맞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지금 다 흩어졌죠. 지금은 (이)승기 형, (이)용이 형, (정)혁이 형 등 형들과 다니고 있어요. 어쩌다보니 형님 그룹 중에서 막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막내의 역할? 형을 놀리는 거죠. 놀리기 좋은 건 용이 형. 전지훈련 때 같은 방 쓰면서 더 친해졌죠. 근데 용이 형은 반격을 하는 스타일이어서 저도 놀림을 많이 당합니다.

 

-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경기를 많이 못 뛸 뿐 아니라, 김보경 선수는 유튜브 활동에도 제약이 있으시겠어요.

12월에 많이 찍어둬서 아직 많습니다. 만들수록 재미있는 게 유튜브이긴 한데, 요즘엔 좀 힘들어요. 그래도 운동 영상 위주로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동안 배운 운동법을 공유하는 내용인데 주변에서 도움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혁이 형은 ‘이런 게 있었어?’라고 하고, 이범영 선수도 기회 되면 같이 운동하자고 하고요. 울산 시절 신진호, 정동호 등의 동료들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운동하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연차 높은 선수들조차 운동법에 감명 받는다는 게 우리 축구계의 현실일지도 모르죠.

 

- 울산 동료들과 아직 가깝게 지내시는군요?

아직 이사를 안 해서 가족이 울산에 있어요. 울산에 가면 (김)태환이와 근호 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요. 여전히 가깝게 지내죠. 제일 예민한 선수가 태환이에요. ‘야, 맞붙으면 내 쪽으로 오지 마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지 말라고 하니 안 가면 되죠.

 

- 김태환 선수는 울산에서 가장 자주 호흡을 맞췄던 오른쪽 라인 동료였잖아요.

태환이는 얼마 전까지 좋은 파트너였죠. 제가 생각해도 저희 호흡이 좋았어요. 사실 제 덕을 봤다고 할 수 있죠(웃음). 그런데 저와 맞추던 호흡에 얽매여서 생각하면 본인 장점을 더 발휘하기 힘들 거예요. 울산엔 여전히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그들과 호흡을 맞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전북에 새로 들어온 선수 중 유독 눈에 띄는 선수가 있나요?

손준호. 대표팀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 왔어요. 최강희 감독님에게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요. 원래 관심 있던 선수인데 같이 뛰게 되어 기대가 됩니다. 수비수 중에는 (김)민혁이의 능력이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요.

 

- 울산에서 전북으로 바로 이적한 게 아니고 가시와로 임대복귀한 과정이 있어서 그런지, 울산 팬들도 배신감을 느끼진 않으시는 것 같아요. 대신 울산에는 김보경을 대체할 새로운 스타가 합류했습니다. 이청용 선수 이야기인데요.

울산을 떠나는 게 결정됐을 때부터 제가 하던 역할을 누가 이어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어요. 떠오르는 선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이청용 선수가 영입되더라고요. 분명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년 MVP였으니 저와 비교하는 기사가 나왔고, 앞으로도 나올 텐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적으로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선수죠. 제가 아는 선수 중 가장 창의적인 선수입니다.

 

- 전북은 그나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가 있어서 팬들을 조금 만났어요. 물론 아직까지 경기력과 결과가 좋진 않습니다. 1무 1패에 그쳤어요. 3관왕을 외치는 팀답지 않은 출발입니다.

저는 전북에서 무패행진 신기록도 경험했고, ACL 우승을 통한 클럽월드컵도 경험했어요. 그때도 전북의 목표는 3관왕이었죠. 물론 달성하기 힘든 목표지만 전북은 그런 목표를 세우고 시즌을 시작하는 게 당연한 팀입니다.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팀이 아직 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두 경기를 통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실점 상황은 수비진의 조직력이 더 나아지면 개선될 거고, 공격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기 때문에 점점 서로 알아가면 경기력도 나아질 거에요.

올해 축구팬, 특히 전북팬들이 많은 기대를 하셨을 텐데 코로나19 여파로 만나뵙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만나기 위해 지금은 모두 조심해야 할 때 같아요. 다들 관리 잘 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3살 아이가 있는 아빠라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약속을 많이 취소하고 숙소에만 머물러 있으려 합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는 건 당연한 습관이 됐고요.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