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인천유나이티드의 수문장 정산은 지난 시즌 27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부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33라운드 전북현대전을 앞두고 몸을 풀던 도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고, 그로인해 강등권 싸움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정산은 ‘풋볼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심지어 시즌 막바지에는 부상 때문에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면서 “워밍업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 것은 프로 생활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규정이 바뀐 지 모르고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교체카드 한 장을 사용해야 하는 줄 알고 엄청 당황하기도 했다. 다시는 그때와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본 강등권 싸움은 더 피를 말렸다고 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매 시즌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던 팬들의 심정을 간접 체험한 셈이다.

“원래 밖에서 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 운을 뗀 정산은 “그라운드에서 뛸 때는 매 순간 상황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그 외 문제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밖에 있으면 다른 팀 상황도 보게 되지 않나. 핸드폰으로 다른 팀의 영상을 틀어두고, 눈은 우리 팀 경기를 계속 지켜보는데 심적으로 훨씬 힘들더라”며 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인천의 가장 큰 매력을 묻는 질문에 고민 없이 ‘팬들’이라고 답한 정산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산은 인천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게 됐는데, 매년 인천이 강등 후보 1순위로 꼽히며 힘겨운 생존 경쟁을 펼쳐야 했다.

“매년 하위권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채워주시고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신다. 선수들 모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희끼리 커피를 마시면서도 ‘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까지 응원해주시는데,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자주 한다. 올해는 반드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고, 팀 실점도 지난 시즌보다 낮추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목표다. 실점이 줄면 패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순위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인천은 올 시즌 임완섭 감독 체제에서 새 출발을 했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 안산그리너스를 이끌고 K리그2 최소실점 2위를 기록하며 수비 안정화 능력을 보여줬다. 2월 초에야 인천 감독으로 부임한 까닭에 다른 팀에 비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남해에서 2차 전지훈련을 함께하며 임 감독의 색깔을 입혔다.

정산은 “그동안 실점이 많았기 때문에 감독님도 수비를 가장 신경써주신다. 안산에서도 수비적으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선수들이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면 올 시즌은 작년보다 실점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이 짧아서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불리하다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되면서 본의 아니게 훈련 시간이 늘어났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럽하우스가 없는 인천은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현재 집과 숙소를 오가며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선수단 관리가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산은 “클럽하우스에 있으면 관리가 수월하겠지만, 선수들 모두 훈련장과 집 외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면서 조심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다른 사람이 있으면 타지 않을 정도”라면서 “자체적으로 경기를 하면서 경기 감각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K리그 개막이 연기됐는데, 팬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많이 아쉽고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힘든 시간을 견뎌낸 뒤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더 즐거운 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선수는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훈련하고 있고 점점 나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글= 유지선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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