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드리아노가 교체 투입될 때, 그리고 최전방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FC서울 서포터는 다른 공격수들과 다른 크기의 함성을 질렀다. 일반석 관중들도 “오오, 아드리아노”라며 특별한 플레이를 해 줄 거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아드리아노가 서울 복귀전을 치렀다. 1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첫 경기에서 서울이 멜버른빅토리를 1-0으로 꺾었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26분 박동진과 교체돼 최전방에서 뛰었다.

3년 만의 복귀다. 서울에서 2015, 2016년에 걸쳐 활약한 아드리아노는 고작 1년 반 동안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 FA컵 우승에 기여했고, ACL에서 무려 13골을 넣는 등 각 대회를 통틀어 35골을 몰아치는 놀라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이후 중국 2부의 스좌장융창으로 이적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근 2년은 전북현대에서 보냈으나 부활에 실패해 지난 시즌 도중 전북을 떠난 바 있다.

아드리아노에게는 팬들을 영광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부터 함성이 쏟아졌다. 후반 33분 장면은 비록 무산됐지만 아드리아노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속공 상황에서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은 아드리아노는 좋은 판단력으로 패스를 내준 뒤 돌아뛰면서 로빙 스루 패스를 유도했다. 이 동작이 잘 통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로렌스 토마스 골키퍼가 뛰어나와 먼저 걷어냈다.

후반 37분에는 발을 높게 들어올려 트래핑한 뒤 그대로 날려 시저스킥을 시도하는 묘기도 보여줬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수비 배후로 침투하다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했다. 모두 서울 공격수 중에서는 아드리아노만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플레이들이었다.

서울 투톱은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으나 35세 노장 박주영에게 전경기 풀타임 활약을 기대할 수는 없고, 박동진은 투지와 과감성 등 여러 장점을 갖췄지만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최근 전향했기 때문에 문전에서 다양한 마무리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드리아노뿐이다.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아드리아노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적으로 성숙된 모습이었다. 우리 팀원들과 예전에도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적응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진 않다. 내가 볼 때 완전한 컨디션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소 제멋대로였다고 알려진 기존 아드리아노였다면 경기력보다 마음가짐을 더 칭찬하기 힘들었다. 아드리아노가 고난을 겪은 뒤 ‘노력파’로 돌아왔다는 걸 의미하는 발언이다.

서울 관계자는 “어느 날 선수단 숙소에 갔는데 아드리아노가 혼자 근력운동을 하고 있었다. 훈련이 없는 오후 시간이었는데. 종종 피지컬 코치가 불러내 운동을 지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날은 자율적으로 한 운동이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서울 직원들은 다들 아드리아노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전 공격수였던 페시치 역시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최 감독은 유일한 공격수 교체카드를 아드리아노에게 썼다. 그만큼 최 감독도, 팬들도 아드리아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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