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 구단들의 장신 외국인 선수 선호가 정점을 찍었다. 이번 시즌 190cm 넘는 외국인 선수는 10년 전의 약 5배에 이른다.

아직 외국인 영입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현재 등록선수 기준으로 190cm 넘는 외국인 선수는 14명이다. 2010년에는 고작 3명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거의 5배로 늘었다. 10년 전 구단 숫자가 15개로 이번 시즌(22개)보다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인 장신 외국인 선호도가 두 배 넘게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K리그 양강 전북현대와 울산현대가 각각 벨트비크와 비욘 존슨을 영입하면서 ‘장신 선호 문화’에 정점을 찍었다. 이번 시즌 합류한 선수는 수원FC의 아코스, 서울이랜드FC의 스쿠타파수, 17일 영입이 발표된 안산그리너스의 펠리팡까지 5명이다. 기존에는 제리치(경남FC), 케힌데와 부노자(이상 인천유나이티드), 불투이스(울산), 페시치와 오스마르(FC서울), 빈치싱코(부산아이파크), 에드가(대구FC), 펠리페(광주FC)가 있었다.

기존 장신 선수들의 연이은 성공 사례가 점점 더 많은 ‘190+’ 선수 영입을 불렀다. 기존 외국인 9명 중 제리치, 부노자, 불투이스, 오스마르, 빈치싱코, 에드가, 펠리페 등은 성공사례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K리그에서 살아남고 더 많은 장신 외국인이 합류하면서 K리그는 점점 ‘피지컬의 리그’가 되어가고 있다.

이 분위기를 주도한 건 말컹이다. 말컹은 K리그2 득점왕과 MVP, K리그1 득점왕과 MVP를 연달아 수상한 뒤 경남에 거액의 이적료를 안겨주고 허베이화샤(중국)로 이적했다. 단 2년 뛰었지만 역대 K리그 외국인 선수 중 최고 성공작 수준의 영입이었다. K리그는 김종부 당시 경남 감독이 덩치가 클 뿐 무명이었던 196cm 공격수를 데려와 ‘절대병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이 성공신화는 지난해 광주의 우승을 이끈 펠리페로 이어졌다.

이처럼 장신 선수를 찾는 건 특이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장신’이라고 할 때 190cm 넘는 선수를 지칭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 운동능력과 체격이 조화를 이루는 키는 185cm에서 190cm 사이다. 힘 좋은 수비수의 대명사 격인 김민재가 190cm, 마티스 더리흐트가 189cm, 조르조 키엘리니가 187cm에 불과하다. 헤딩 득점 능력으로 유명했던 서양의 정통 스트라이커들을 돌아봐도 위르겐 클린스만은 181cm에 불과했고 뤼트 판니스텔로이와 디디에 드로그바는 모두 188cm였다.

즉 190cm 넘는 선수는 우연히 찾는 게 아니라, 일부러 ‘장신 선수를 영입하겠다’고 소문을 내고 스카우트를 해야 구할 수 있는 자원이다. 실제로 몇몇 감독은 스카우트 담당자나 에이전트에게 ‘1XXcm 이상을 찾아 달라’며 원하는 신장을 지정하기도 했다.

K리그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인종적 차이에서 오는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장신 선수를 선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0년 전 190cm 넘는 선수는 3명뿐이었지만, 그중 2명을 보유하고 있던 성남일화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성남은 호주 출신 수비수 사샤, 몬테네그로 출신 공격수 라돈치치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사진= 전북현대, 울산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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