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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설기현호 첫 캡틴 하성민 “축구를 제대로 배우는 기분이다”
유지선 기자 | 승인 2020.02.14 10:00

[풋볼리스트=남해] 유지선 기자= “축구가 더 재밌어졌어요. 동료 선수들도 감독님의 축구를 어려워하면서도 다들 이제 좀 축구를 배우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2020시즌 주장 완장을 차고 경남FC의 승격 도전에 앞장서게 된 하성민이 설기현 감독 체제에서 밝은 미래를 확신했다. 하성민은 설 감독 체제의 첫 캡틴이다. 하성민의 훈련 태도와 생활 모습을 눈여겨본 설 감독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판단해 하성민에게 2020시즌 중책을 맡겼다.

지난 2018년 경남으로 이적한 하성민은 팀에 합류한 2년 사이 준우승과 강등을 모두 겪었다.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개인적인 동기부여도 생겼다.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던 형 하대성이 최근 현역 은퇴를 선언했고, 그런 형을 지켜보며 하성민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올 시즌 하성민은 유니폼에 형이 선수 시절에 달았던 16번을, 팔에는 주장 완장을 달고 뛴다. 13일 경남의 2차 전지훈련지인 남해스포츠파크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하성민은 “주장 자리가 과분하지만, 최선을 다해 설기현 감독님을 도와드리자는 생각”이라면서 “축구가 좀 더 재밌어졌다. 동료 선수들도 감독님의 축구를 어려워하면서도, 다들 이제 좀 축구를 배우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다음은 하성민 선수와 한 인터뷰 전문.

- 2017시즌부터 3년째 경남의 주장을 맡았던 배기종 선수의 뒤를 이어 2020시즌 주장으로 선임됐어요.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설 감독님이 저에게 주장을 맡으라고 하셨는데, 부담스러운 자리라 2~3일간 잠을 제대로 못 잤거든요. 감독님께 찾아가서 주장을 맡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친한 지인들과 형(하대성)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형이 ‘감독님도 얼마나 고민하고 결정하셨겠느냐. 거절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고민 끝에 과분하지만 최선을 다해 감독님을 도와드리자고 마음을 바꿨죠.

- 주장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만큼 마음가짐도 남다를 것 같아요.

(주장으로) 선발 명단에 포함되는 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팀 규율이 잡혀야 하고, 규율 속에 자유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운동장에서는 고참, 신입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에요.

- 지난 시즌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경남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패해 강등이 확정됐는데, 그때 당시 어떤 생각 가장 먼저 들던가요?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미안했죠. 동료 선수들에게도 미안했고요.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꼈지 않을까 싶어요. (배)기종이 형은 경기 끝난 직후 오열을 하면서 울더라고요. 차마 그 모습을 못 보겠더라고요. 몹시 힘들었지만,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2주간 C급 지도자 과정에 들어갔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강등 아픔을 견디고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 경남에 합류한 첫 시즌인 준우승을 경험했고, 바로 다음 해인 2019년에는 강등을 경험했어요. 극과 극의 상황을 겪게 됐는데 선수가 보는 경남의 강등 원인은 무엇인가요?

2018시즌에는 말컹이 잘해주기도 했지만, 다른 선수들 모두 수비 의식이 엄청 강했어요. 뛰는 양도 많았고 희생적인 플레이를 한 까닭에 팀이 단단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운도 따라줬어요. 반면 2019시즌은 단단한 것이 풀어진 느낌이랄까. 실점율이 많았는데 센터백들의 실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저희가 볼 땐 공격수, 그리고 미드필더에서부터 수비를 제대로 못해줬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못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두 시즌에 극과 극을 겪으면서 전방에서부터 수비 가담을 얼마나 해주는지, 그리고 4백에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느냐에 따라 실점을 줄일 수 있다고 느꼈어요. 올해는 경기에 나갈 경우 미드필더에서 1차적으로 많이 막아야 하고,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도 강조할 생각이에요.

- 강등 아픔을 겪은 경남에 설기현 감독이 부임했어요. 직접 겪어본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설 감독님은 선수들 사이에서 굉장히 젠틀하고, 의리 있고 선한 분으로 알려져있어요. 감독님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형들도 ‘우리나라 축구선수 중 설기현 감독만한 사람 없다’고 할 정도죠. 설기현 감독님과 울산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김)신욱이와 친한데, 신욱이가 통화할 때 이러더라고요. 온화한 성격은 물론이고 축구적으로도 감독님께 배울 것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요.

올 시즌 경남으로 이적한 선수들 중, 감독님 밑에서 배우고 싶어서 경남을 선택한 선수들이 굉장히 많아요. 다른 팀이 제시한 조건이 더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설 감독님 때문에 경남에 왔다는 선수도 있더라고요. 감독님과 함께 해보니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 설기현 감독이 부임한 후 훈련 방식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감독님 말씀으로는 유럽 스타일에 가깝다고 하시더라고요. K리그에서 다른 감독님에게 배워보지 못한 방식의 빌드업 방식이에요. 팀플레이를 많이 강조하시고, 강도 높게 할 땐 강하게, 회복이 필요할 땐 온전히 회복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전지훈련 기간 내내 노트북만 계속 잡고 분석을 하시는데, ‘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렇다면 설기현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공격에만 치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수비적으로도 많은 요구를 하세요. 공격수와 미드필더에서부터 수비를 해야 후방에 있는 수비수들이 잘 막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문을 하십니다. 또 패스 축구가 특징이에요. 공을 짧게 주고받고, 필드플레이어 10명 모두가 같은 생각과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를 유인해 찬스를 만드는 축구인데, 이전의 스타일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 말컹이 있던 시절도 그렇고, 경남은 그동안 선굵은 축구 위주로 경기를 했잖아요. 올 시즌은 달라진 경남을 볼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축구가 좀 더 재밌어졌어요. 동료 선수들도 감독님의 축구를 어려워하면서도, 다들 이제 좀 축구를 배우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의 축구에 하루빨리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땐 팀이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올 시즌 등번호를 16번으로 바꿨는데, 최근 은퇴를 발표한 형 하대성 선수가 달던 등번호라 16번을 선택하셨다고요?

네, 형이 종아리 부상 때문에 3년 정도 몹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봤어요. 은퇴할 마음을 먹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몸 관리를 좀 하면 앞으로 1~2년은 더 뛸 수 있지 않겠느냐. 형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몸 관리만 잘 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힘들다보니 포기하더라고요. 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제가 힘들 때 한발 더 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습니다. 16번을 달고 형 몫까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한국의 대표적인 형제 축구선수인데 때로는 ‘하대성의 동생’이라는 그늘이 싫지는 않았나요?

일단 형이 너무 잘하니 비교가 많이 됐어요. 제가 고학년이 됐을 때, 축구 관계자들이 ‘하대성 동생이 축구를 한다’면서 저를 보러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대부분이 실망을 많이 했다더라고요.(웃음) 그 사실을 전해듣고 내가 축구를 계속 해야 되는지 고민을 진짜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형은 저에게 우상이고 큰 동기부여였어요. ‘하대성 동생’이라는 그늘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도 형보다 좀 더 오래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후배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이 들 땐 고민 없이 그라운드에서 내려올 겁니다.

- 오랫동안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 하성민 선수에겐 중요한 목표 중 하나겠네요. 그렇다면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K리그1 승격이 무조건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승격이 전부가 아니라 경남만의 축구, 감독님의 축구에 녹아드는 것이 1순위라는 생각이에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축구를 잘 보여드리면, 팬 분들도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거기에 성적까지 따라와 주면 승격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승격에 실패하더라도 미래가 있는 팀 있잖아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우리만의 축구가 나날이 발전하는 그런 팀이 될 수 있도록 감독님을 잘 서포트하고 선수들이 잘 따라갈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지난 시즌 상심이 컸을 경남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작년에는 선수들, 구단 직원들, 팬 분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올해는 저희가 팬 분들 앞에서 꼭 웃을 수 있게,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축구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jisun22811@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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