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유지선 기자= 인천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캡틴’ 이재성이 인천을 위해 희생할 생각으로 주장직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매 시즌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쳤던 인천이 임완섭 감독 체제에서 새 출발을 했다. 올 시즌 인천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바로 이재성이다. 지난해 1월 전북현대를 떠나 인천으로 이적한 이재성은 부상으로 인해 18라운드가 돼서야 인천 데뷔전을 치렀다. 첫 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재성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이재성은 적응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수비를 진두지휘하며 단숨에 인천 수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에는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다. 인천에 합류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재성의 팀 내 기여도를 높게 평가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주장직을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았다. '내가 할 일을 잘해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고, 남에게 쓴소리를 하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성은 팀을 위해 희생하자는 생각 하나로 2020시즌 인천의 주장 완장을 받아들었다.

11일 인천의 2차 전지훈련지 남해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이재성은 “지난 시즌 도중에도 주장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었다. 올 시즌에도 여러 번 거절했는데, 고민을 하다가 ‘그래, 한번 팀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주장직을 받아들였다”면서 “처음 겪어본 강등경쟁은 마치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더라. 올해 또다시 같은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이재성과 한 인터뷰 전문.

- 인천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시즌이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기억에 많이 남는 한해였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좋은 경기를 하자는 마음을 품고 인천에 왔었다. 하루빨리 그라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부상으로 6월 30일이 돼서야 첫 경기에 나섰다. 시즌 도중에는 유 감독님의 몸도 안 좋아지셨다. 반드시 완쾌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좋은 일도 있었다. K리그가 전체적으로 흥행했고, 인천도 잔류에 성공했다. 물론 잔류했다고 기뻐하는 것은 프로선수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 이전 소속팀 수원, 울산, 상주, 전북에서는 모두 우승 경험했다. 강등 싸움은 처음이었는데 경험해보니 어땠는가?
새롭고 힘든 경험이었다. 그동안 내가 가는 팀마다 우승을 했다. 인천도 우승을 목표로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인천만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팀을 도왔다면 덜 미안했을 텐데, 몸 상태가 안 좋은데다 팀 상황도 좋지 않아 속상했다. 잔류 경쟁도 우승 경쟁 못지않게 힘들더라.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지 않는가. 걸어가고 있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랄까. 한번만 넘어져도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많이 힘들었다. 올해 또다시 같은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된다.

- 부상으로 인해 정확히 6월 30일이 돼서야 인천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복귀까지 길어야 4월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동계훈련 때 하고자하는 의욕이 넘쳤는지 운동을 하다 발목을 다쳤다. 3월 말에는 발목 부상에서 회복해 출전 시기를 고민하던 때였는데, 하필 팀 훈련을 하다 발을 밟혀 또다시 부상을 당했다. 태어나서 어디가 부러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땐 발가락이 부러졌다. 발가락 부상으로 또 3개월을 쉬게 되고... 복귀까지 기간이 길어졌다. 한번 안 풀리니 희한하게 계속 다치더라.

- 이번 겨울에는 무릎 수술을 받았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수비하면서 점프를 많이 하다 보니 무릎이 손상돼 고질병이 됐다. 올해는 인천을 위해 다치지 않고 뛰고 싶은 생각에 제대로 치료하러 수술을 결심했다. 지금은 재활 중인데, 팀 훈련을 함께하고 있지만 아직 연습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다.

- K리그 개막이 다가오고 있다. 올 시즌 복귀 시점은 언제가 될까?
개막전을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내가 주장이라는 이유로 개막전에 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보다 준비가 잘 돼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출전하는 것이 맞다. 3월 1일 개막전에 맞춰 준비하고 있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몸 상태를 고려해 판단해주실 것이다.

- 올 시즌 인천의 정식 주장이 됐다. 두 시즌 만에 주장으로 선임된 배경은?
지난해 (남)준재 선수가 떠난 뒤 주장이 공석이 됐는데, 유 감독님이 주장직을 제안하시더라. 그때는 (정)산이가 더 잘해줄 거라고 생각해 만류했었다. 그런데 올해 또다시 임중용 코치님이 주장직을 권유하셨다. 여러 번 거절하고 고민하다 나를 믿어주고 계시는데 한번 팀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보자는 생각으로 주장직을 승낙했다.

- 현재 인천 선수단에서 최고 연령이다.
그렇다. 사실 믿어주시는 것보다 내가 나이가 많아 주장을 시키신 것 아닌가 싶다.(웃음) 인천은 선수 구성이 어린 축에 속한다. 지난 시즌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다들 워낙 착해서 금방 편해졌다. 이제 좀 적응이 되나 싶었는데, 올해 또 다른 어린 선수들이 합류했다. 난 편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불편할 것이다.

- 어떤 주장이 되고 싶은가? 당근과 채찍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유형인지?
사실 나는 ‘내 할일만 잘하면 되지’하는 스타일이다. 아부를 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싫은 말을 하기도 싫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채찍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프로 선수라면 싫은 소리 하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싫은 소리를 할 때도 있겠지만,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나아가려고 한다.

- 임완섭 감독님이 새롭게 인천 지휘봉을 잡았다. 직접 겪어본 임 감독님은 어떤 분인지?
1차 동계훈련은 코칭스태프와 갔다. 물론 1차 동계훈련에서도 잘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감독님이 없는 상황이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는데, 임 감독님이 오신 뒤에는 무게를 딱 잡아주시는 것 같다. 훈련이 좀 더 격렬해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동계훈련이라 강도 높게 훈련을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 인천은 올 시즌 3백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수비수로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텐데?
프로 12년차인데 4백을 봤던 팀도, 3백을 봤던 팀도 있었다. 3백과 4백에는 분명 역할에 차이가 있지만, 프로 선수라면 감독님의 생각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믿고 따라갈 것이다. 선수라면 모든 상황에 준비해야 한다.

- 지난 시즌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컸을 텐데,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매 시즌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래서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부상당하지 않고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다. 또 인천을 위해 희생하면서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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