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유지선 기자= “집안에서는 제가 제일 말썽쟁이죠”

스스로를 ‘말썽쟁이’라고 표현한 임완섭 감독이 인천유나이티드와 새로운 모습의 2020시즌을 그리고 있다. 11일 인천의 2차 전지훈련지인 남해에서 ‘풋볼리스트’와 만난 임 감독은 “딸들이 농담 삼아 아빠가 백수 탈출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집에서 말썽쟁이는 저잖아요. 팀이 어려워지다 보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집안에서 늘 걱정해야 하는 말썽쟁이는 저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자칫하면 또다시 가족들을 애타게 하는 ‘말썽쟁이’가 될 수도 있지만, 임 감독은 험난한 항해가 예상되는 인천 감독직을 선택했다. 인천은 항상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을 펼쳐온 팀이다.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지만, 임 감독은 고심 끝에 인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천이 강등권 탈출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이제막 첫발을 뗀 임 감독을 만나, 그가 구상하고 있는 2020시즌 인천을 들어봤다.

다음은 임완섭 감독과 한 인터뷰 전문.

- 지난 6일 인천 지휘봉을 잡았는데. 인천 감독으로 부임한 지 6일째가 됐다. 그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인천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고, 선수들의 스타일을 익히고 있다. 1차 전지훈련지인 태국에서 준비해온 것을 돌아볼 시간이 없지 않았나. 앞으로 계속 전진해야 하는 상황인데, 선수들에게는 다 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가자고, 뒤돌아보는 선수 한 명도 없이 함께 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원래 축구 공부를 위해 브라질로 떠날 계획이었다고 하던데?

2월 21일 출국하는 일정으로 브라질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려고 했었다. 브라질이 현재 삼바 축제 기간이라 그 이후를 계획하다보니 21일이 가장 적합하더라. 그때로 티케팅을 할 예정이었는데, 인천 감독직을 맡게 되면서 브라질행이 무산됐다. 아마 브라질의 삼바 축제가 아니었다면 일정을 앞당겨서 (인천과 협상하기 전) 출국했을 것이다.

- 인천 감독직을 수락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이천수 전력강화실장과 전달수 대표이사님 모두 ‘우승을 하자, ACL을 나가자’ 이런 큰 목표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인천이 최근 3~4년 동안 계속해서 강등 문턱을 오갔는데, 그러다보니 그보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팀이 됐으면 하더라. 이천수 실장과 먼저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는데, 목표와 생각이 잘 맞았다. 그래서 이후 전 대표님을 만났고, 인천 감독 부임을 결정하게 됐다

- 강등권에서 싸우는 팀을 이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클 텐데, 그에 대한 걱정은 없었는가?

희한하게 걱정이 되지 않더라. 그동안 내가 지도자 길을 걸어왔던 팀들이 다들 수월한 상황에 있지는 않았다. 유상철 감독과 함께했던 대전도 당시 어려운 상황이었고, 안산, 아산도 마찬가지였다. 경남에 갔을 때도 1부에서 2부로 떨어진 직후라 힘든 상황이었다. 항상 힘든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크게 걱정되지 않는 것 같다.

- 감독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

영화를 주로 본다. 핸드폰을 꺼놓고 그냥 조용히 영화를 보는데,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다른 생각은 좀 잊게 되더라.

- 인천 감독직을 결정한 뒤, 가족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딸들이 농삼을 섞어 ‘아빠가 백수탈출을 했다, 백수 안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말하더라. 어떻게 보면 내가 집에서 가장 말썽쟁이다. 팀이 어려워지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집안에서 말썽쟁이는 나다.(웃음)

-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감독이란 직업의 고충일 텐데, 인천과는 이번에 1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에 연연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도자 생활은 계약기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내가 어떻게 팀을 꾸려갔느냐에 따라서 내년을 또 기약할 수 있다. 2~3년 계약하더라도 내가 올해 인천에서 팬들에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 장기간 계약을 했다는 상황이 불편할 것 같다. 1년이란 자리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 인천에서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은 축구는 어떤 모습인가?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실점은 확실히 줄이자고 했다. 득점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의 능력들이 좀 더 중요시되지만, 실점은 실수를 줄이고, 우리가 하나로 뭉쳐서 잘 맞춰 나가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인천하면 짠물수비 아닌가. ‘인천한테 한 골을 허용하면 골 넣기 힘들다’고 했던 과거 인천의 모습을 올 시즌에 다시 보여드리고 싶다.

- 훈련과 연습경기에서도 3백을 사용하던데, 올 시즌 인천의 주 전술로 봐도 되는가?

3백과 4백을 병행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1차 동계훈부터 코칭스태프가 3백을 대비해서 훈련을 진행했다고 하더라. 갑자기 4백으로 바꾸면 선수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란 생각이 컸다. 지금의 틀을 유지하면서 가되, 적절한 기회가 왔을 땐 또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많은 것을 바꿀 시기는 아닌 것 같다.

- 11일 아산을 상대로 인천 부임 후 첫 연습 경기를 가졌다. 처음 실전에서 선수들을 확인한 것인데 어떤 생각을 했는가?

지난 시즌 직접 경기장에 가서 인천 경기를 3경기 정도 관전했다. 집이 안산이라 인천과 가깝기도 했고, 유 감독도 보러갈 겸해서 갔었다. 그때 본 모습과 오늘 가까이에서 본 경기를 비교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희망적이었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 하고자하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팀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더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현재 부상자 현황은?

아산과의 연습경기에서 봤듯이 김호남이 햄스트링 쪽이 좀 좋지 않은 상태다. 수술을 받았던 이재성은 복귀 과정에 있다. 부노자는 전체적인 몸은 괜찮은데 팔 부상 때문에 연습경기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개막전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호남의 같은 경우는 내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 케힌데 살리기가 올 시즌 인천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다보면 선수 본인도 의식을 하게 된다. 지금은 코치진에 전해듣고, 직접 지켜보면서 케힌데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파악을 마친 뒤 부족한 부분은 개인 훈련을 시킬 생각이다. 잠재력도 있고 힘도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 팀에 잘 맞게끔 업그레이드를 시킬 것이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어줘서 선수도 살고, 팀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안산을 이끌 당시에도 수비를 안정화시켜 인정 받았다. 그렇다면 공격 쪽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빌드업 축구, 수비 축구, 점유율 축구 등에 얽매이지 않고, 이기는 축구를 할 것이다. 공격 쪽에서는 선수들에게 간결한 축구를 하라고 많이 강조한다. 복잡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골문을 향해 크로스를 올릴 것인지 슛으로 마무리할 것인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문전까지 가서 공을 끌거나 터치수가 많은 것보다는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마무리해서 다음 준비를 할 수 있게끔 준비하겠다.

- 마지막으로 긴 항해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엄격한 기준은 없다. 올 시즌 K리그에 새롭게 센세이션을 일으켜줬으면 좋겠다. 매번 강등권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틀에서 벗어나, 6위, 7위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팀이 돼야 한다. 강등 당하지 않으려고 고개 숙이고 당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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