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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이후 21년, 달라진 것 없는 ‘기성용 케이스’
김정용 기자 | 승인 2020.02.12 17:14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에는 여전히 ‘우리 팀에서 키운 선수는 다른 팀으로 절대 못 간다’는 인식과 계약이 존재한다.

기성용의 K리그 복귀 시도가 한바탕 소동 끝에 11일 일단락됐다. 지난 1월 말 뉴캐슬유나이티드를 떠나 자유계약 대상자가 된 기성용은 2009년 FC서울을 떠난 지 10년 반만에 K리그로 돌아오려 했다. 서울은 기성용이 국내로 돌아올 경우 무조건 복귀한다는 의미에서 2009년 당시 기성용에게 이적료 일부를 안겨줬고, ‘약속을 어길 경우 위약금으로 2배를 문다’는 계약을 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 사정이 기성용을 품기 적절하지 않았고, 협상 과정에서 문제도 있었다. 이후 기성용이 전북현대 입단을 타진해 봤으나 서울과의 관계를 풀지 못했다. 결국 기성용 측은 11일 국내 복귀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21년 전에도 시대에 뒤쳐졌던 서정원-기성용 케이스

기성용의 경우는 21년 전 ‘서정원 케이스’와 비슷하다. 서정원 전 수원삼성 감독은 서울의 전신인 안양LG에서 뛰다 1998년 유럽 진출을 했다. 그리고 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는데, 안양이 아닌 수원삼성으로 입단해 논란이 일었다.

서정원은 안양 입단 당시부터 해외 진출을 구단이 도와줄 것, 그 대신 국내로 복귀할 경우 안양으로 돌아온다는 걸 약속해 둔 상태였다. 당시 계약서상 문구는 ‘▲입단 후 3년 후부터는 서정원의 해외진출에 동의 ▲이적료는 안양과 서정원이 5:5로 배분 ▲귀국시에 조건 없이 안양으로 복귀’였다. 국제적인 이적이라는 게 낯설었던 시절의 계약이다.

서정원은 수원으로 간 정황에 대해 KBS 다큐멘터리 <슈퍼매치의 한가운데에 서다>에 출연해 “나는 (국내 복귀 당시) 안양과 먼저 협상을 했다. 유럽에서는 (보스만 판결이) 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 당시에는 에이전트라는 것도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안양으로 무조건 복귀한다는 약속 자체가 국제 축구계의 상식에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법정 분쟁이 이어졌고, 안양이 서울로 바뀐 뒤인 2004년에야 판결이 났다. 서정원이 패소했지만 당초 7억 원을 내놓으라는 소송 내용과 달리 서정원이 지불한 건 3억 원이었다.

서울이 기성용과 맺어둔 계약은 서정원 케이스의 ‘업그레이드판’으로 보인다. 한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기성용이 서울에 입단한 2006년 당시부터 추후 유럽진출에 대한 조건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점부터 서정원의 경우와 유사하다.

서울은 서정원의 경우를 통해 ‘조건 없이 우리 팀으로 복귀’한다는 계약서 문구는 유명무실하다는 걸 알게 됐다. 1995년 유럽에서 나온 보스만 판결 이후 자유계약 선수는 어느 팀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축구계의 상식이 된 이상 ‘무조건 서울로 복귀’라는 문구는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면 서울이 아닌 팀으로 갈 때 부담스러운 액수의 위약금을 걸어두는 것이 서울 복귀를 성사시키기 위한 최대한의 장치였다.

즉 서울이 기성용에게 걸어둔 복귀 조항은 21년 전 서정원의 경우와 근본적으로는 같다. 오히려 더 강력해졌고, 세계 축구계의 추세와 반대로 가는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명문화시키기 위해 ‘무조건 복귀’라는 비현실적인 문구 대신 위약금을 설정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성용 측이 11년 전 서울로부터 이적료 일부를 받은 만큼, 서울이 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기성용 측도 서울의 권리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악감정을 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서 보듯, 선수가 국내 복귀를 원하는 시점과 원소속 구단의 사정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복귀는 무산된다. 서울로서는 기존 국내 선수 연봉의 4~5배를 기성용에게 제시하기 힘든 입장이고, 기성용으로서는 최근까지 받은 연봉을 1/5 이하로 깎아 서울로 온다는 건 ‘백의종군’이나 다름없다. 이런 부작용은 11년 뒤 양자의 처지가 어떻게 바뀔지 고려하지 않고 ‘우리 팀으로 무조건 복귀’라는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 21년 전에도 분쟁을 낳았던 계약 방식이다.

K리그는 과거부터 ‘우리 팀 선수가 다른 구단에서 뛰는 꼴은 못 본다’는 인식이 강했다. 프로축구 출범 초창기에는 아예 이적이라는 개념이 없다가, 초창기 스타 선수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난 뒤에야 이 개념을 만들기도 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리그 내 이적에는 ‘타 팀으로 완전이적한 선수가 1년 동안은 전소속팀 상대로 뛸 수 없다’는 계약조건을 삽입하곤 했는데, 임대가 아닌 완전이적 선수에게 이런 조건을 거는 것도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다소 기형적이었다. 기성용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완전이적으로 우리 팀을 떠난 순간부터 해당 선수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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