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엘라스베로나의 돌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세리에A 3위 라치오와 무승부를 거둔 뒤, 1위였던 유벤투스를 꺾으며 2위로 끌어내렸다. 반년 전 별 대책 없이 이승우를 내보내는 등 공격 구성에 혼란을 겪었던 베로나가 마침내 답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9/2020 이탈리아세리에A’ 23라운드를 치른 베로나가 유벤투스에 2-1 승리를 거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제골을 넣으며 유벤투스 선수 사상 최초로 세리에A 10경기 연속골을 넣는 기록을 세웠지만, 경기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베로나 최전방을 맡은 파비오 보리니였다. 보리니는 후반 22분 유벤투스 수비진 한가운데를 기습적인 돌파로 뚫은 뒤 과감한 오른발 감아차기를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41분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핸드볼 때문에 주어진 페널티킥을 잠파올로 파치니가 성공시키며 경기가 뒤집혔다.

베로나는 유벤투스를 경기력부터 앞질렀다. 슛 횟수도, 유효슛 횟수도 베로나가 더 많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마티아 자카니, 마티오 페시나부터 시작되는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유벤투스의 빌드업을 혼란에 빠뜨렸다. 세리에A를 대표하는 패스 마스터 미랄렘 퍄니치의 이날 패스 성공률이 75%에 불과했을 정도로 베로나의 조직적인 수비는 성공적이었다.

베로나는 시즌 초반부터 괜찮은 행보를 보여 왔으나 빈약한 공격력이 문제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제대로 된 공격수 보강을 전혀 하지 않은데다, 주전 경쟁 중이던 이승우를 신트트라위던으로 급히 이적시킨 후 딱히 업그레이드라 할 만한 선수를 영입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베로나는 주전 공격수 없이 시즌을 치렀다. 미드필더 자카니, 발레리오 베레가 최전방을 자주 맡는 등 공격이 혼란스러웠다. 현재까지 최다득점자 파치니가 겨우 4골을 넣었는데, 그마저 3골이 페널티킥이었다.

대신 시즌 초반부터 수비는 확실히 안정화시켰다. 스리백 중 가장 돋보인 아미르 라흐마니는 다음 시즌 나폴리 이적이 이미 확정됐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도 눈에 띄었는데, 소피앙 암라바트 역시 피오렌티나 이적이 확정된 상태다. 한때 포르투갈 대표팀의 간판 유망주였던 미겔 벨로수는 중원 장악뿐 아니라 강력한 왼발을 활용해 요긴한 공격 루트로도 활약했다.

이처럼 강력한 수비력 때문에 베로나는 전반기 유벤투스전에서도 이미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유벤투스는 당시 베로나의 완강한 저항을 겨우 뚫고 2-1 신승을 거뒀다.

베로나 전력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보리니를 임대 영입하면서 마침내 안정됐다. 보리니는 2011/2012시즌 AS로마 소속으로 비상한 골 감각을 보여 주목받은 선수였지만, 이후 선수 경력이 꼬인 뒤로는 자꾸 후방에서 뛰라는 지시를 받았다. AC밀란에서는 아예 윙백으로 뛴 시간이 길었다. 많은 활동량과 전술 소화 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보리니의 장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보리니는 베로나 데뷔전 득점을 비롯해 최근 5경기(선발 출장은 2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빠른 적응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베로나는 5경기 평균 1.4득점(5경기 7득점)으로 2승 3무를 기록했는데, 보리니 합류 전 경기당 1.17득점(18경기 21득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공격력이 확실히 상승했다.

베로나는 최근 8경기에서 4승 4무로 무패행진을 달렸다. 이를 통해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6위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순위다.

특히 최근 3경기 동안 상대한 팀이 AC밀란, 라치오, 유벤투스였는데도 무패를 유지했다는 것이 놀랍다. 밀란과 라치오를 상대로 원정이었음에도 모두 무승부를 거뒀고, 유벤투스를 홈에서 겪었다.

베로나의 맹활약은 선두권 판도를 뒤흔들었다. 인테르밀란이 최근 2연승을 거두며 선두로 올라섰다. 유벤투스가 베로나전 패배 때문에 2위로 떨어졌다. 3위 라치오 역시 베로나를 잡았다면 지금 선두에 자리 잡을 수도 있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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