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티븐 베르흐베인은 토트넘홋스퍼 공격에 없던 화려한 선수다. 네덜란드에레디비시에서 보여주던 드리블 능력을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유지할 수 있다면 토트넘은 새로운 무기를 더 갖게 된다.

토트넘은 30일(한국시간) PSV에인트호번에서 베르흐베인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등번호는 인테르밀란으로 떠난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물려받은 23번이다.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다.

베르흐베인이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공격지역 전체다. 베르흐베인은 이번 시즌 에레디비시,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네덜란드 대표로서 뛴 네이션스리그만 감안할 때 25경기를 소화했다. 그 중 왼쪽 측면에서 9경기, 오른쪽 측면에서 7경기, 최전방 공격수로서 5경기, 심지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서도 4경기 뛰었다. 왼쪽을 조금 선호하지만 공격 전 지역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건 손흥민과 마찬가지다.

기존 토트넘 2선 자원들과 다른 점은 베르흐베인이 파괴력 넘치는 드리블을 즐겨 구사한다는 점이다. 베르흐베인은 지난 시즌 에레디비시에서 경기당 드리블 성공 횟수 2위였다. 이번 시즌에는 드리블 횟수가 12위로 조금 떨어지고 어시스트 및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가 3위로 올랐지만 여전히 드리블의 비중이 높다. 스텝오버 등 다양한 기술을 번갈아 쓰며, 공을 잡았을 때 일단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다가 동료에게 공을 빼 주는 플레이도 자주 보여준다.

토트넘에서 그동안 돌파와 속공을 책임져 온 손흥민은 테크닉이 비교적 간결하고, 대신 빠른 속도와 고른 양발 킥력을 활용해 드리블을 성공시키는 쪽이었다. 루카스 모우라와 에릭 라멜라는 한때 알아주는 드리블러였으나 최근 좀 더 실용적인 경기 운영의 비중을 늘렸다. 23세 베르흐베인이 ‘젊은 피’답게 패기 있는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휘저어준다면 토트넘 공격에는 새로운 활력이 제공될 수 있다.

에레디비시와 EPL의 수비 수준이 다르다는 점은 변수다. 베르흐베인의 드리블이 EPL에서 통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간결한 플레이를 늘려야 한다. 일단 공을 잡고 드리블을 하며 생각을 시작하는 베르흐베인의 성향과 달리 EPL의 플레이 템포가 빠르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베르흐베인은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손흥민과 함께 뛰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토트넘 팬들이 ‘베르흐베인, 손흥민과 함께 뛰지 말고 부진한 손흥민을 밀어내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며 손흥민 위기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미 네덜란드 주전인 특급 윙어가 합류한 만큼 손흥민, 모우라 등 기존 선수들의 입지에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각 공격자원의 특징을 섞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고심 중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 토트넘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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