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일본은 거의 홈이다. 일본보다는 우위에 있고 싶다.”

30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김학범 감독이 결산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감독은 최근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 우승을 달성했다. 이 대회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했기 때문에 한국은 올림픽 본선 진출권도 따냈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은 세계 최초다.

김 감독은 여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자 “어떤 시합에 나가든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연령별 대회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대회다. 또 일본에서 열리는데 거의 홈 이접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는 일본보다 우위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이하 김 감독의 기자회견 전문.

 

- 먼저 할 말은

프로팀 관계자와 감독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하고 싶다. 선수 차출과 훈련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셔서 어려움이 없었다. 먼저 감사를 드린다.

 

- 가장 고비였던 순간은?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비라면 호주와의 4강전이다. 그 경기 결과에 따라 두 가지 찬스가 있었는데 한 번의 찬스는 편하게 결승을 치르는 거였고, 나머지 하나는 피를 말리는 3위 결정전으로 가는 거였다. 그래서 호주전이 부담이 크고 긴장이 많이 됐다.

 

- 이번 우승이 본인과 한국 축구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지

우승은 좋은 것 아니겠나. 우승 타이틀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감독으로서 행복하다. 항상 좋다. 두 번째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많이 심어줬다. U23은 연령 특성상 A대표팀에 올라가기 직전이다. 그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가져올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 턱걸이 영상이 화제가 됐다. (현역 센터백 김재우와 대등한 턱걸이 능력을 발휘한 영상이 공개됐고, 김재우는 “감독님은 당장 현역 복귀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우리 협회에서 그걸 찍어서 올렸는데, 평소에도 수시로 훈련했다. 개인적으로 운동할 때가 가장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걷는다든지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도 내린다. 그런 시간이 내겐 좋은 시간이다. 지도자는 선수들과 있을 때 혼자 훈련을 못 하니까 혼자 시간 있을 때 때때로 나가서 한다. 생각의 시간이라고 봐 주시면 될 것 같다.

 

- 지난 대회(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처럼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지난 대회와 달라진 점은? 이번 대회에서 보완할 점을 한 가지 꼽는다면?

2018년 아시안게임과 이번 대회는 상당히 다르다. 지금은 룰이 바뀌었는데, 그때는 경기를 다 뛰어야 병역혜택이 있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먼저 다 돌려버리자고 생각했던 거였다. 이번 로테이션은 다른 의미가 있다. 대회 전 태국에서 3주간 전지훈련을 했는데 날씨가 문제였다. 그래서 선수들을 최대한 고르게 가동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해법이 로테이션이었다. 로테이션이 그냥 돌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믿음이 있고, 상대에 따른 변화가 가능한 선수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코칭 스태프들이 누가 나가도 된다고 선수들을 믿었다. 그리고 전력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준비했고, 시합에 바로 활용할 수 있었다. 로테이션은 순간적으로 결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경기에 문제점은 있다. 경기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어느 팀과 붙든지 어렵고 힘들다. 이번 경기 치르면서 느낀 보완점은 더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패스 타이밍, 움직임 등등. 조직적으로 수비가 흔들린 부분도 있지만 다 떠나서 더 좋은 축구를 하려면 빨라야 한다. 공의 속도, 움직임의 속도 등등 속도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번 대회는 더블 스쿼드로 더운 날씨를 극복했지만, 여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18명으로 고온다습한 날씨를 견뎌야 하는데

시합마다 준비가 다르다. 태국 U23 챔피언십과 이번 도쿄 대회는 엔트리 등에서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할지 지금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상대팀, 우리 선수 등에 따라 다 바뀐다. 더블 스쿼드로 갈 수는 없다. 그때 도쿄 날시는 고온다습하다.

 

- 앞으로 보완해야 할 포지션은? 병역 혜택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그거 말하면 다 밝혀지는 것 아닌가? 앞으로 시간을 갖고 더 생각해보려 한다. 지금은 어느 자리가 문제인지 말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진짜 팀에 필요한 선수, 쓸 수 있는 선수를 뽑을 거다. 그 부분은 좀 더 기다려보시면 감사하겠다.

 

- 지난 2년 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큰 성과를 냈지만 올림픽은 세계대회다. 남미, 유럽 축구 연수를 많이 다녀왔던 입장에서 구상은

조 편성이 나오면 알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남미, 유럽을 돌아다닌 이유는 그들의 스타일과 축구 수준을 보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다. 남미,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북중미는 스타일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쪽도 내가 다 돌아봤다. 조편성이 나오면 세부적으로 파고들어갈 것이다. 그동안 다닌 것이 많이 도움 될 것 같다.

 

- 도쿄올림픽 메달 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감독은 어떤 시합에 나가든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주문을 한다. 이번 시합도 나는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를 믿고 따른다. 올림픽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연령별 대회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대회다. 또 일본에서 열리는데 거의 홈 이접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는 일본보다 우위에 있고 싶다. 그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호랑이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자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래 그랬는데. 훈련장에서는 엄하게 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부상 우려도 있다. 그 밖에서는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갖고, 대화를 한다. 엉덩이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프로팀에서도 그래 왔다. 내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자꾸 이야기하는데 저 그렇게 강한 사람 아닙니다.

 

-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는데. 왜냐면 경기 준비할 때 분위기를 될 수 있는 한 편하게 끌고 가려 한다. 긴장하면 경기장에서도 경직된 모습을 보인다. 경기 전에는 선수들을 편하게 해 주려 하다가 경기 중에만 바짝 긴장하게 했다.

 

- 이번 대회의 ‘아픈 손가락’ 선수는? 최근 한국의 연령별 대회 호성적과 한국 유소년 축구 발전의 상관관계는?

23명 중 골키퍼 2명, 안준수와 안찬기만 경기에 뛰지 못했다. 제일 마음아픈 건 그 두 선수다. 골키퍼라는 포지션 특성상 그 자리는 쉽게 바꾸기 어려웠다. 이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내색하지 않고 훈련장에서 열심히 해 줬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령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프로에서 연령제한(K리그 23세 이하 의무출전 규정)을 두면서 경기를 많이 뛴 게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협회에서 하는 연령별 프로그램, 어린 선수들 골든에이지 등 지속적인 투자다. 이번에 획기적으로 바뀐 건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 경험을 많이 주는 쪽으로 정책이 바뀐 것이다. 유소년 선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U23 선수들은 프로에서 경기 많이 뛰는 걸로도 기량이 향상된다.

 

- 이강인, 백승호 차출을 원했으나 없이 대회를 치렀다

팀에는 필요한 선수였다. 협회에서도 나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야기는 잘 진행됐으나 결국 합류는 못 했다. 구단과의 관계는 좋았다. 합류는 못 했지만,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많이 흘렀다.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본선 합류 가능성은, 경쟁이다. 유럽에 있는 선수라고 해서 여기 들어온다는 보장은 아무도 못 한다. 여기 있는 선수보다 기량 등 모든 면에서 앞서 있어야 들어올 수 있다. 국내 선수와 견줘서 인정받을 때, 그리고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은 의지가 갖춰져 있을 때만 가능하다.

 

- 이번 대회에서 고전한 정우영에 대해

폼이 많이 떨어져 있다.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뮌헨에서 처음 봤을 때는 우리 선수들이 갖지 않은 동작들을 많이 봤고, 이에 대한 기대감에 살려보려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본인의 부담이 너무 컸던 것 같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유럽파로서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경기를 못 뛰어 온 것 이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 미팅에서도 '신경쓰지 마라, 하던대로 해라'라고 주문했으나 어린 선수다보니 그런 부분들에 짓눌렸던 것 같다. 이것만 해소하면 좋은 모습이 나올 것 같다. 이번에 재임대(프라이부르크에서 바이에른뮌헨 2군으로)됐기 때문에 더 편한 환경에서 아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 대회 준비 마스터플랜은?

3월, 6월, 대회 한달 전. 이렇게 세 번이다. 3월과 6월은 협회에서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세부적으로 많이 진행된 것 같다. 그리고 대회 한달 전 소집때부터 훈련 계획을 잡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하려는 계획이다. 

 

- 수비에서 막 걷어내지 않고 패스로 이어가려 하던데? 시상식에서 김진야가 넘어진 것으로 보였는데 어떤 상황이었나?

이젠 뭐 수비에서 막 걷어내는 건 위급한 상황에서만 나온다. 우리가 공격권을 잃지 않고 나가는 게 얼마나 빠른지가 중요하다. 수비에서 앞선으로 연결해주는 게 계속 나와야 한다. 

두 번째는 김진야 선수가 뛰다가 메달을 빠뜨렸다. 그래서 내 걸 일단 줬다. 메달이 빠지는 바람에 그런 일이 생겼다. 

 

- 이번 대회에서 어떤 축구를 보여줬나

믿음으로 결합돼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우리를 믿고 따르고, 우리도 선수들을 믿고 기용했다. 이런 부분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왔다고 생각하고 싶다. 

 

- 연령별 대표는 또래끼리 시너지 효과를 내곤 하는데, 여기에 와일드카드가 들어오면 도움이 될까, 오히려 역효과일까?

사실 2018년 아시안게임 때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를 불렀는데 그들이 내게 첫 번째로 한 말이 다 똑같았다. "감독님,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죠?"였다. 나는 "너희들 할 것 없어. 공 들고 물 들어"라고 답했다. '너희들이 그런 행위를 하면 후배들이 너희를 따를 수밖에 없다,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팀에 좋은 영향이 갈 것이다'라는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똑같다. 소집하는 선수들은 꼭 필요해서 뽑은 것이다. 그들이 와서 해야 하는 일은 헌신이다. 또 애들에게 커피 사주라고 한다. 어린 선수들 입장에서는 대선배와 그런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 상대팀 맞춤 전략을 썼는데? 영향 받은 세계적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승부가 갈릴 거라고 본 포인트가 대략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체력이다. 습도가 상당히 높았다. 70% 이상이었다. 두 번째는 교체 선수였다. 우리 교체 선수는 사실 베스트 선수들이었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이동경, 이동준, 김진규, 김대원, 정우영 등 교체로 투입한 선수들이 사실 우리 팀의 핵심 요원들이었다. 그런데 교체로 쓴 이유는, 상대팀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70분 정도 지나면 승패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상대팀들은 계속 같은 선수들이 뛰는 걸 봤기 때문에 그들의 체력 저하가 70분 정도에 나타났다. 그래서 교체 선수가 중요했다. 세 번째는 세트피스다. 이런 대회에서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높다. 이 세 가지가 이번 대회의 승패를 가르는 요건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최근에도 다양한 감독들을 찾아본다. 최근에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시메오네라든지, 세비야 있다가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간 삼파올리라든지, 에메리라든지. 그 전에 히딩크나 퍼거슨 등은 예전에 돌아본 사람들이다. 또 최근 토트넘 감독도 최근에 만나보고 이야기해 본 감독들이다. 그들이 어떤 축구를 하는지 살펴보면서 필요한 것만 얻었기 때문에 누굴 따라하거나 비슷한 유형이 되기보다는 현대축구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집중적으로 봤다. 이젠 공격적인 압박이 현대축구 흐름이다. 그걸 주입시키려 노력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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