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유벤투스뿐 아니라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인테르밀란이 빅터 모제스, 애슐리 영에 이어 크리스티안 에릭센 영입을 곧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에릭센은 이미 인테르의 연고지인 밀라노로 이동해 이적 관련 절차를 밟았다. 몸에 이상이 발견되는 등 갑작스런 문제만 없다면 곧 이적이 확정된다.

인테르는 여기에 공격수 한 명을 더 추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3-5-2 전술에서 자리가 애매한 윙어 마테오 폴리타노를 나폴리로 보내고, 장신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와 페르난도 요렌테 중 한 명을 사 오겠다는 구상이다.

공격수 영입에 성공한다면, 인테르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을 4명이나 영입하게 된다. 4명의 공통점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이라는 점, 한때 스타였으나 최근 나이가 많아서(영, 지루, 요렌테) 또는 컨디션 문제로(모제스, 에릭센) 하향세를 겪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술적으로 인테르의 3-5-2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인테르는 21라운드 현재 유벤투스와 벌이는 선두 경쟁에서 한 발 뒤쳐져 있다. 인테르는 42득점 18실점으로 유멘투스의 40득점 21실점보다 공수 양면에서 나은 기록을 갖고 있다. 문제는 일단 공격이 막히기 시작하는 경기에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득점루트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테르는 무승부가 6회로 유벤투스(3회)보다 많다. 여기서 선두가 갈렸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다소 보수적인 3-5-2 시스템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3-5-2는 수비가 탄탄하고, 과감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빼앗은 뒤 속공을 통해 득점할 때 용이하다. 반면 상대가 먼저 수비적으로 나올 경우 뚫어낼 무기가 부족하다. 3-5-2 포메이션에는 2선이 아예 없다. 스트라이커가 2선으로 내려가거나, 3선 미드필더 또는 윙백이 전진해 일시적으로 2선을 형성해야 한다. 즉 포진 자체만 봐도 팀 전체의 창의성이 떨어지기 쉽다.

윙백 영입은 창의성 부족을 측면 공격으로 보완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인테르는 지난 42골 중 10골이 윙백의 어시스트에서 나왔다. 윙백의 공격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콘테 감독의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공격적인 윙백이 없었다. 나이는 많지만, 영은 좌우 측면에서 절묘하게 휘어져 날아가는 오른발 크로스를 날려 꾸준히 득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수다. 모제스는 원래 윙어였다가 첼시 시절 콘테 감독 아래서 윙백으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력이 급상승했던 선수다. 둘 중 영은 이미 26일(한국시간) 칼리아리를 상대로 치른 세리에A 데뷔전에서 단 29분 만에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하며 킥의 위력을 보여줬다.

에릭센은 3-5-2 포메이션에 그대로 녹아들 수 있으면서도 기존 선수들보다 더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다. 그동안 인테르 중원에서 창의성을 담당한 건 니콜로 바렐라, 스테파노 센시였다. 두 선수는 의외성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지 타고난 플레이메이커는 아니다. 반면 에릭센은 EPL에서 지난 4시즌 연속으로 10도움 이상을 기록한 어시스트의 달인이다. 에릭센의 적절한 패스 공급은 인테르 투톱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에릭센은 중앙 미드필더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센시나 바렐라의 위치에 당장 배치하는 게 가능하다.

지루 또는 요렌테는 인테르 공격진에 부족한 제공권을 맡아 줄 수 있다. 인테르 투톱 조합은 독특하다. 키가 174cm에 불과한 마르티네스가 헤딩 경합을 담당하고, 190cm 로멜로 루카쿠는 오히려 헤딩을 피해 문전 침투를 노린다. 루카쿠가 궂은일보다 측면 돌파 등 2선 플레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경기 막판 상대 문전으로 롱 패스를 우겨넣어야 할 때면 효율이 떨어졌다. 지루와 요렌테 모두 상대 문전에서 버티며 플레이하는 능력이 뛰어난 노장 공격수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인테르는 유벤투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1위와 승점 3점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것만 해도 괜찮은 상황이지만, 그 3점을 좁히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인테르는 2009/2010시즌 3관왕 이후 1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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