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득점이 절실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하고, 실점을 막아야 할 때 공격수를 투입했다. 그 교체 사이의 비밀은 조던 헨더슨의 포지션 이동이었다.

24일(한국시간) 영국의 울버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를 가진 리버풀이 울버햄턴원더러스에 2-1로 승리했다.

리버풀은 쉽지 않은 경기를 극복하고 이번 시즌 22승 1무, 40경기 연속 무패에 도달했다. 울버햄턴은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는 중상위권의 강자로서, 특히 홈에서 열리는 저녁(현지시간) 경기는 최근 7경기 5승 2무를 거뒀다는 이색 기록도 갖고 있었다.

리버풀 승리를 이끈 선수는 헨더슨이었다. 주장 헨더슨은 리버풀이 고전하던 전반전 헤딩 선제골로 리드를 가져왔다. 리버풀은 전반 8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코너킥을 받은 헨더슨의 선제골 이후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전반 33분 사디오 마네의 부상 때문에 미나미노 다쿠미를 투입한 뒤 경기력이 더 떨어졌다. 후반 6분에는 라울 히메네스에게 동점골가지 내줬다.

보다못한 클롭 감독의 전술 변화가 ‘헨더슨 시프트’였다. 후반 25분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하고 있던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빠지고,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투입됐다. 더 수비적인 선수를 넣은 셈이지만 경기력 개선 효과가 확실했다.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가 미나미노 투입 이후 어쩔 수 없이 4-4-2 형태로 전환한 상태였다. 파비뉴가 투입되면서 다시 4-3-3 포메이션이 회복됐다.

킥오프 당시 헨더슨의 위치는 수비형 미드필더였으나 두 차례 교체를 거치며 오른쪽 전방을 맡는 공격적인 중앙 미드필더로 바뀌었다. 그리고 후반 39분, 헨더슨의 어시스트가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헨더슨은 리버풀 미드필더 중 독특한 선수다. 유소년 시절부터 오른발 킥과 공격력으로 주목 받았던 헨더슨은 리버풀 이적 후 한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공격력을 봉인해 뒀다. 그러나 상대 진영 바로 바깥에서 공을 받았을 때, 리버풀 스리톱에게 땅볼 패스와 찍어차는 패스를 가장 능숙하게 투입할 줄 아는 선수가 헨더슨이다. 스리톱과 좌우 풀백 다음으로 키 패스(동료의 슛을 이끌어내는 패스)가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파비뉴가 후방을 맡으면서 헨더슨이 전진한 건 리버풀의 2018/2019시즌 후반기부터 한층 강해진 원인 중 하나다. 이날도 헨더슨이 전진해서 모하메드 살라, 피르미누와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되면서 리버풀 공격이 한결 매끄러워지는 효과가 났다.

파비뉴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발목 부상을 당해 약 50일 동안 결장했고, 울버햄턴전이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였다. 파비뉴가 선발 라인업으로 돌아오면 헨더슨은 더 적극적으로 공격 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피르미누는 이 골로 최근 8경기 6골을 몰아치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헨더슨 시프트’가 있기 전까지 피르미누의 슛은 단 1회에 불과했고, 그마저 동료의 패스를 받은 게 아니라 후이 파트리시우 골키퍼가 쳐낸 공을 따내 날린 슛이었다. 반면 헨더슨이 전진한 뒤 피르미누의 슛은 짧은 시간 동안 3회로 늘었고, 그 중 결승골이 나왔다. ‘헨더슨 효과’였다.

클롭 감독은 결승골이 난 뒤에야 살라를 빼고 디보크 오리기를 투입하며 공격수를 교체했다. 공격을 강화하고 싶을 때 미나미노도, 오리기도 답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헨더슨의 공격 지원 능력을 살린 전략이 승리로 이어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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