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비 보강 타이밍을 늦추는 과감한 전술 운용으로 무승부를 따냈다.

22일(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가 첼시와 아스널의 2-2 무승부로 끝났다. 이 경기 슛 횟수는 첼시가 19회, 아스널이 2회였다.

선발 라인업의 경쟁력은 첼시가 훨씬 위였다. 아르테타 감독은 첼시 원정에서 우위를 가져올 만한 전략을 짜내지 못했다. 슈코드란 무스타피, 다비드 루이스로 구성된 불안한 중앙 수비는 루카스 토레이라, 그라니트 자카로 완전히 보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스널은 슛을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수세에 몰렸다. 전반 26분 무스타피의 백패스 실수, 이를 커버하려던 루이스의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루이스의 퇴장과 페널티킥 실점이 나왔다.

센터백이 한 명 퇴장당한 시점부터 아르테타 감독의 임기응변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 교체 없이 그대로 경기를 운용했다. 대신 체격 좋은 미드필더 자카를 센터백으로 내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외질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 4-4-1에 가까운 대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반 초반과 달리 수비라인을 한껏 전진시켜 공수 간격을 좁히는 것으로 수적 열세에 대응했다.

아스널은 여전히 슛을 하지 못했지만 첼시의 슛 빈도를 오히려 줄이며 서서히 경기 흐름을 빼앗는데 성공했다. 자카는 이날 공중볼 획득 2회, 성공률 100%를 기록하며 태미 에이브러햄을 향한 롱 패스를 잘 제어했다. 나머지 전문 센터백 3명 중 2명은 공중볼 획득을 아예 하지 못했고 무스타피도 3회에 불과했다. 자카는 순간적으로 전진하며 중원 숫자 열세를 보완해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이날 자카는 공 탈취(2), 가로채기(1), 공중볼 획득 모두 시즌 평균보다 조금 높았다.

아르테타 감독의 첫 교체 카드는 외질을 빼고 마테오 귀앵두지를 투입하는 것이었다. 귀앵두지는 미드필드에서 활동량과 몸싸움 능력을 더해주는 선수다. 에너지를 더욱 강화한 아스널은 퇴장 이후의 경기 전략을 그대로 유지했다.

윙어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니콜라 페페를 모두 그라운드에 남겨 둔 아르테타 감독의 선택은 후반 18분 동점골로 이어졌다. 코너킥을 막은 뒤 마르티넬리가 공을 몰고 질주할 때 페페가 옆에서 나란히 뛰었다. 첼시의 최후 수비수였던 은골로 캉테는 두 선수를 동시에 견제하려다 수비 타이밍을 놓치고 마르티넬리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둘 중 한 명을 수비자원으로 교체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득점이었다.

후반 들어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이 교체카드 세 장을 일찍 소진했다. 미드필더 두 명을 바꿀 때 아스널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으나, 후반 34분 첼시 윙어 윌리안이 빠진 뒤 공격수 미키 바추아이가 투입되며 첼시 대형이 4-4-2로 바뀌자 아스널은 단 2분 만에 곧바로 반응했다. 윙어 페페를 빼고 수비수 롭 홀딩을 투입했다. 대형은 3-4-2에 가까워졌다.

상대 공격수보다 수비 숫자를 한 명 더 두는 건 수비의 기본이다. 첼시가 투톱으로 전환하자 아스널은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숫자 싸움을 맞췄다. 상대가 4-4-2로 나올 때 3-4-2로 대응하면 미드필더 숫자까지 4명으로 대등하게 맞출 수 있다. 아스널은 사실상 최전방에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만 남기고 마르티넬리까지 수비에 자주 가담시키며 상대 측면공격에 대한 제어까지 시도했다. 이 교체가 적중해, 태미 에이브러햄과 바추아이 투톱이 따낸 공중볼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첼시가 주도권을 잡고 두들겼음에도 불구하고, 첼시의 골은 또다시 돌발 변수에 의해 나왔다. 첼시의 프리킥 상황에서 발목 부상을 입은 에이브러햄이 절뚝이며 그라운드에 복귀하고 있었다. 프리킥이 숏 패스에 이어 크로스로 이어질 때까지도 에이브러햄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 돌아들어간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는 오프사이드를 피해 득점했다. 아스널 선수들은 에이브러햄의 위치에 대해 항의했지만 주심은 그대로 골을 선언했다. 관점에 따라서는 논란이 있을 만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스널은 당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전술로 응수했다. 좌우 윙백을 끌어올린 것이다. 5-2-2가 아니라 정상적인 3-4-2로 재빨리 전환하면서, 특히 오른쪽 윙어가 없는 만큼 오른쪽 윙백 엑토르 베예린을 공격에 깊이 관여시켰다. 베예린이 평소 시도하지 않는 왼발 슛으로 득점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술 변화의 산물이었다.

퇴장에 대한 기민한 대처가 아스널에 승점 1점을 안겼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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