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로 디발라와 곤살로 이과인 콤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없이 명장면을 쏟아냈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이게 티켓값이고,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운 골”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위치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19/2020 코파이탈리아’ 16강을 치른 유벤투스가 우디네세에 4-0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유벤투스는 파르마와 AS로마 중 한 팀과 오는 22일 8강전을 갖는다.

첫 번째 명장면은 전반 16분 나왔다. 우디네세 진영 한가운데서 이과인이 원터치 패스를 디발라에게 내주면서 두 선수가 호흡을 맞췄다. 두 선수는 원터치 또는 투터치로 연결되는 2 대 1 패스를 연속 3번이나 주고받는 환상적인 패스워크를 선보였다. 디발라가 수비수들 사이로 찍어 찬 마지막 패스를 이과인이 받으며 수비 7명을 모두 뚫었고, 니콜라스 골키퍼 옆으로 공을 차 넣었다. 피겨스케이팅의 페어 종목처럼 아름다운 커플 안무였다.

후반 12분 들어간 유벤투스의 세 번째 골 역시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장면이었다. 속공 상황에서 공을 끌고 들어가던 이과인이 바로 옆에 있던 더글라스 코스타가 아닌 디발라에게 기습적인 패스를 했다. 디발라는 골문 구석으로 감아 차는 절묘한 왼발 슛으로 아름다운 호를 그렸다. 느리지만 회전을 크게 먹은 공이 휘어지며 골키퍼의 사각으로 향했다. 니콜라스 골키퍼가 손끝을 겨우 댔지만 방어하지 못했다. 유벤투스의 전설 알레산드로 델피에로가 오른발로 자주 보여줬던 장면을 데칼코마니로 반전시킨 것 같은 장면이었다.

그 밖에도 이과인, 디발라의 존재감은 경기 내내 컸다. 전반 26분 이과인의 스루패스를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가 받아내다가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이를 디발라가 마무리했다. 호날두가 축농증 증세로 갑자기 결장한 가운데 오히려 아르헨티나 콤비의 잠재력이 극대화된 경기였다.

사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특히 첫 골을 높이 쳤다.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운 골이었다. 그렇게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세 번인가 네 번 연속으로 공을 주고받았다. 티켓 값을 하는 골”이라고 말하며 평소의 뻣뻣한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이 경기는 사리 감독 특유의 공격축구 ‘사리볼’처럼 보였다. 모처럼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 축구가 완벽하게 통했다. 이과인, 디발라, 코스타가 모두 선발로 뛰면서 4-3-3 포메이션을 만든 것도 ‘사리볼’에 가까웠다. 이탈리아어로는 ‘사리스모(Sarrismo)’다.

그러나 사리 감독은 “사리스모라는 건 내가 만든 게 아니고 여러분이 만든 개념이다. 이 유벤투스는 사리의 팀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디발라, 이과인 등이 모두 중요한 선수다. 그 선수들이 함께 일한 감독에게 성공을 선물하곤 했다. 나도 작은 기여를 하려 노력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다면 그들의 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며 사리볼이 아니라 선수들에 맞춘 축구를 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짧은 패스를 통한 다득점 역시 자신의 전술이 아닌 선수들의 기량 덕분이라며 “빠른 패스를 통해 나오는 골을 좋아하지만, 그런 골은 오로지 뛰어난 테크닉을 소유한 선수들만 가능하다. 이 팀이 그렇다. 그들 덕분에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발전할 잠재력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리 감독은 발롱도르 단골 수상자 호날두에 이어 유벤투스 후배 디발라가 같은 반열에 오르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리 감독은 “호날두가 여섯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돕고 싶다. 호날두보다 하나 더 받은 사람(리오넬 메시)이 있다는 게 조금 신경쓰인다. 미래에는 디발라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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