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용인] 김정용 기자= 김신욱의 성공적인 프로 경력 중에서도 2019년은 기억에 남을 해였다. 특히 후반기에 중국의 상하이선화로 이적하며 첫 해외진출을 했고, 이적 직후 5경기 연속골과 FA컵 우승 등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몸값이 수백억 원인 슈퍼스타들보다 김신욱의 존재감이 더 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돼 스리랑카전 4골 등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1월 초, 상하이선화 전지훈련에 참여하기 전날 김신욱과 만났다. 김신욱은 풋볼리스트의 동영상 채널 ‘뽈리TV’를 통해 라이브 인터뷰를 가졌다. 언제나처럼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김신욱 인터뷰를 정리했다.

 

- 반갑다. 그런데 유독 힘들어보인다.

“작년 초 체지방이 16%였다. 지금 체지방이 11%인데 여기서 9%까지 내리려고 한다. 작년에도 몸이 좋았는데 더 변화를 주고 싶어서. 이 2% 빼는 게 너무 어렵다. 오늘도 거의 굶다시피 했다.”

 

- 2019년 하반기 중국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먼저 첫 해외진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아시아에서 러브콜을 처음 받은 건 2012년이다. 울산에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했던 때. 그때 아랍에미리트(UAE)의 알아인이 ‘울산공항으로 전용기를 보내줄 테니까, 우리 쪽에 와서 메디컬 테스트만 하고 바로 울산으로 돌아가라’는 제안을 했다. 당시 금액은 이적료 75억 원에 연봉 50억 원이었다. 그런데 안 간다고 했다. 당시 나는 유럽을 꿈꾸고 있었고, 사실 무엇보다 군대를 안 간 상태였다. 그때 중동에 갔다면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뽑히기 쉽지 않았을 거다.

몇 년 뒤 2015년에 허베이화샤에서 한국인 최고 연봉을 제시 받았다. 아시다시피 당시 울산 감독님께서 제가 더 있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그때 선택권이 3개였다. 셀틱, 허베이, 전북이었다. 셀틱에 가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 등 여러모로 안 됐다. 그래서 남은 선택권인 허베이와 전북 중 전북을 택했다."

 

- 이번 중국행은 최강희 감독의 영향이 컸나

“최강희 감독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올해 전북에서 날 중심으로 하는 공격전술을 쓰는 중이었고, 내 득점기록이 좋았다. K리그 개인상을 받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살려주신 최 감독님과 함께라면 새로운 도전으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다. 중국 중에서도 테베스, 드로그바 같은 선수가 뛰었던 팀의 공격을 맡는다는 건 도전이다.”

 

- 유럽에서 그동안 어떤 이적제의가 왔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빅 리그, 즉 영국이나 독일에서 확실한 오퍼가 온 적은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관심 정도. 그 아래 리그인 포르투갈 등에서는 관심이 있었지만 내 연봉을 거의 포기해야 했다. 또한 이적료가 5억 원 정도였는데 일단 울산이 보낼 수 없는 금액이다. 레인저스에서도 제안은 있었다.”

 

- 상하이선화는 유럽 최고 선수를 데려오는 문화가 있었다. 가레스 베일 영입을 추진하던 중, 최 감독이 김신욱 영입을 밀어붙였다. 베일을 대신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내가 이적했을 때 잔여 경기가 12경기였는데 거기서 5골 넣는 것과 강등 안 당하는 게 목표였다. 너무나 부담이 됐다. 주변에서 날 인정하지 않더라. 구단 프런트도 팬들도 인정을 안 했다. 나와 공항에 함께 내린 게 스테판 엘샤라위였다. (명성이) 비교가 안 되잖나.

그런데 축구선수의 실속을 따지자면, 나는 K리그 선수들이 축구를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여줘야 명성도 의미가 있는 거다. 엘샤라위는 사실 올해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보다 엘샤라위 인기가 더 많았다는 점은 재미있는 동네인 것 같다.“

 

- 중국에 가자마자 5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그중 한 번은 해트트릭이었다. 중국에서 축구하는 게 더 쉬운가?

“사실 작년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전북에서 골도 계속 넣었고. 그런데 나는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선수다. 동료가 도와줘야 골을 넣을 수 있는 스타일이니까. 감독님의 도움이 컸고, 차오윤딩이라고 내게 어시스트 많이 해 주는 선수 있는데 그런 도움이 컸다.”

- 중국에서 보낸 반년 중 최고의 순간은

“골로 봤을 때는 그 왼발 발리슛. 그런 건 연습 때도 넣어본 적이 없으니까. 기분이 좋다기보다 신기했다. 연습 때도 그런 건 시도도 안 해봤다. 내 입장에서는 거의 오버헤드킥에 가까웠다 (이)동국이 형이 하는 그런 발리와는 좀 달랐다.” (김신욱은 7월 베이징런허를 상대로 묘기에 가까운 발리슛을 넣었고, 중국 언론은 김신욱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비유했다.)

 

- 동료 중 ‘월드스타’ 엘샤라위는 어떤 인상을 주는 선수인가? 최 감독은 전북의 로페즈와 비교할 때 ‘엘샤라위가 더 뛰어난 선수지만 아시아에서는 로페즈가 더 통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엘샤라위와 둘이 경기를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주로 호흡을 맞춘 건 모레노였다. 엘샤라위는 나보다 선발 출장도 늦었고, 아직 정상 컨디션을 보여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근데 로페즈는 내가 모든 걸 봤지 않나. 로페즈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3년 전에는 아무도 못 막았다. 지금도 잘 하지만 컨디션이 떨어진 거다. 내가 느끼기에도 로페즈가 더 위협적이다.

이런 고민을 해 봤다. ‘엘샤라위가 손흥민 만큼 유명한 선수인가?’ 전성기를 비교하면 어떨까? 나는 손흥민을 선수라기보다 어렸을 때 친구로 보니까. 그렇게 본다면, 손흥민은 18살 때부터도 잘하는 것뿐 아니라 생활 등 모든 면에서 정말 놀랐다. 세계적인 선수가 될 가능성을 많이 봤다. 엘샤라위는 한 6개월 같이 있었는데 아직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물론 엘샤라위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니까 나만큼 열심히 할 필요는 못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축구를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새벽부터 나가서 해야 되는 거고.”

 

-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으면 중국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용병으로서 가장 본질적인 건 결과를 내는 것이다. 내가 운 좋게 결과를 보여줬으니 중국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나는 같은 피부색 동양인이고 운동능력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닌데 계속 골을 넣으니까. 중국 선수들이 볼 때 내가 뭐가 다르냐면, 운동에 대한 자세가 늘 진지했고 포커스가 늘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또 용병 선수들은 다들 나보다 돈을 많이 받는데, 그들도 나보다 잘 해야 되니까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모레노는 나에게 라이벌 의식을 좀 갖는 것 같았다. 그 선수도 날 인정하고, 나도 그 선수를 인정하고.”

 

- 중국에서 상대해 본 선수 중 가장 뛰어났던 건 누군가

“기억나는 건 광저우부리의 뎀벨레. 손흥민의 동료였던 그 뎀벨레. 내 친구 기성용이과 손흥민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유럽에서도 아무도 공을 못 빼았는다고 했다. 정말 잘 한다. 보기만 해도 쟤 공은 못 빼앗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 번 빼앗으려 해 봤는데, 안된다 안돼.”

 

- 2019년 하반기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국가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은 시기로도 기억될 것이다. 특히 스리랑카를 상대한 월드컵 예선전에서 4골을 넣었는데, 그만큼 몰아치고 오히려 머쓱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어쨌든 대표팀에서 골 넣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땐 손흥민 선수와 오랜만에 뛰어서 좋았다. 사실 대표팀은 동료들과 뛰는 게 좋아서 제일 가고 싶다. 또 이재성 선수는 호흡이 잘 맞는 거 아실 테고. 같이 훈련하는 것도 재밌었고. 원정 가서 못 이긴 것도 결과는 아쉽지만 동료들과 만났다는 점에서는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다.”

 

-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경기에서 상대 골키퍼를 통째로 골대 안에 넣어버린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선수까지 넣으면 2점’이라는 농담도 생겼다.

“그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그 나라가 인터넷이 안 된다. 상해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보는데 그게 영상이 엄청 많더라. 나는 그냥 헤딩하던 식으로 똑같이 한 건데. 평소처럼 헤딩하면서 골키퍼를 넣은 것 뿐인데. 사실 그 장면에서 골키퍼가 경합하느라 공을 떨어뜨릴 줄 알았는데, 잘 잡은 상태에서 골대 안으로 들어가더라. 파울이지 뭐.”

 

- 대표팀에서 앞으로 더 활약하겠다는 각오가 생겼나

“나는 축구 색깔이 중요한 선수다. 강팀이 약팀을 깰 때, 전북은 크로스를 활용했다. 그런데 벤투호는 공격수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2선과 공을 주고받는 식으로 깬다. 그 색깔이 나와는 안 맞는다. 그런데 스리랑카전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이 전술을 바꿔서 내게 맞춰주셨다. 그럴 때는 나도 잘 할 수 있다. 전술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내가 들어가면 답답해진다. 측면으로 빠지고, 역습 때 침투하는 건 다른 공격수들이 더 잘 한다.

만약 내가 벤투 감독님 축구에 잘 녹아들려면 다시 태어나야 되는 거 아닌가? 작고 빠른 선수로? 전술이 바뀌지 않는 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월드컵 참가에 대한 꿈이 있지만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눈 앞의 축구를 충실히 하는 편이다.”

 

- 시청자 질문이다. 대표팀에서 만난 이강인은 어떤 인상을 줬나?

“나도 완벽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강인은 공격 면에서 이미 완벽한 것 같다. 그런데 이강인과 친해진 뒤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손흥민의 장점을 흡수할 건지? 손흥민처럼 하루에 슈팅 50개씩 연습해보면 골을 더 많이 넣고 더 돋보일 수 있지 않을까? 이강인도 맞다고 했다. 

이강인의 드리블이나 컨트롤이 아시아 선수에게 있을 수 없는 컨트롤이다. 드리블도 상대 몸 다 보면서 하고.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작고 왜소한 몸으로 큰 선수와 경기하다보니까 상황별 해답이 다 나와 있다. 다만 중앙에서나 사이드에서나 완벽한데 골대 근처에서는 약간 자신 없어 한다. 문전에서의 전문가가 손흥민이잖나. 그래서 손흥민 벤치마킹하라는 조언을 해 준 것이다.

이강인은 내게 해설을 해 달라고 한다. 월드컵 예선 말고 평가전에서,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으면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저 선수는 왜 브라질 대표인지 모르겠다’ ‘방금 상황은 이강인이었다면 골이다’ 등등 재미있는 해설을 해 준다.”

 

- 시청자 질문이다. 이승우의 ‘인성논란’에 자주 등장한다. 이승우가 선배 김신욱을 ‘대갈사비’라고 불렀고, 김신욱이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대갈사비 그거 전혀 불쾌한 이야기 아니었다. 하지 말라는 건 방송에서 재미있게 말한 것뿐이다. 이승우도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문화다. 우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편하게 하는 건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그 속에 존중이 있다. 이승우의 인성은 오히려 좋다. 축구에 대한 태도가 아주 훌륭하다.

이승우는 신체적 단점이 엄청 큰데 그걸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존경할 만하다. 이승우의 몸으로 유럽에서 그렇게 해내는 게 가능한가? 우리 상하이선화에 카를로스라고 피지컬 코치가 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이승우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말하길 이승우는 대단한 선수라고 했다. 신체적 컴플렉스가 엄청 컸는데 그걸 다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경기 뛰려고 벨기에 간 것도 얼마나 대단한 건가. 편하게 있으려면 그냥 빅리그 1부 팀에서 돈 받으면서 있지.

사실 유럽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다 존경할 만하다. 나는 존경하는 선수로 김신욱, 구자철, 이청용처럼 유럽에서 열심히 축구해 온 선수들을 꼽는다.”

 

- 김신욱은 E1 챔피언십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황인범, 나상호 등의 후배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 여론을 다소 반전시켰다.

“그들의 동기부여가 뭔지 궁금하다. 저 같은 경우 신앙 소명이 있어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그 선수들 동기부여는 무엇이길래 저렇게 팀을 위해 희생하는 건지. 보면 참 멋있다. 왜냐면 둘 다 축구를 진지하게 대한다. 아까 말한 이승우도. 축구를 참 열심히 하고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그게 욕먹고 희생하는 자리더라도 그들은 감당한다. 때로는 그 희생을 자처한다는 느낌도 든다. 예를 들어 황인범같은 경우 지금 대표팀에서 수비도 많이 해야 되고 곡 필요한 역할을 하는데, TV로 보면 돋보이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도 들 수 있다. 그게 희생이다. 과거 사례로는 구자철이 러시아월드컵 때을 많이 먹었다. 경기 전부터 욕 먹을 줄 알았을 것이다. 구자철은 스루패스도 슛도 할 수 없는 위치에서 수비만 했다. 그걸 자처했다. 황인범도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

황인범과 나상호는 앞으로 더 발전할 거다.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갈 거다.”

 

- 새 별명이 많이 생겼다. 폭압형 스트라이커, 아시아의 즐라탄 등등. 마음에 드는 건?

“오래된 별명 시누크가 더 나은 것 같은데. 와이프도 가끔 시누크라고 부른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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