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이 역대 최악의 ‘박싱 데이’ 일정을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승리를 놓친 경기는 모두 컵대회였고,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전승을 거뒀다.

리버풀은 3일(한국시간) 영국의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19/2020 EPL 21라운드를 갖고 셰필드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었다. 리버풀은 상위권 팀들에 비해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서도 2위 레스터시티와 승점차를 13점으로 유지하며 압도적인 선두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리버풀의 ‘지옥의 일정’은 6일 에버턴과 갖는 FA컵으로 끝난다. 43일 동안 14경기를 치르는 황당한 일정이었다. 리버풀은 지난해 11월 A매치 데이 직후인 11월 24일부터 다가오는 에버턴전까지 강행군 중이다. 각 경기 사이의 간격은 최대 4일에 불과했다.

모든 컵 대회에서 생존해 있던 리버풀은 EPL, FA컵, 리그컵,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심지어 클럽월드컵까지 5개 대회를 이 기간에 모두 치러야 했다. 리그컵과 클럽월드컵 일정이 조정되지 않아 두 경기가 하루 차이로 열리는 촌극까지 벌어졌고, 리버풀은 선수단을 두 개로 쪼갰다.

선두 독주 중이던 리버풀의 유일한 위험요소가 지옥의 일정이었다. 이 기간에 연패에 빠진다면 2위권 팀들에게도 일말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리버풀의 승점 관리는 완벽했다. 리버풀은 이 기간에 치른 13경기 중 3경기에서 정규시간 안에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중 EPL 경기는 없었다.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리그컵에 완전 2진 멤버를 내보냈다가 미련 없이 한 차례 패배했고, UCL에서 나폴리와 무승부에 그쳤으나 이 경기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90분 동안 0-0에 그쳤으나 연장전에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골로 플라멩구를 꺾고 우승했다.

리버풀은 최근 11년 동안 크리스마스에 1위에 올라놓고도 우승을 놓친 유일한 팀이었다. 그 횟수가 3회나 됐다. 올해는 지난 3차례 실패에서 보였던 위험요소를 모두 제거했다. 2008/2009시즌의 경우 선두 리버풀보다 추격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경기를 덜 치른 상태였다는 게 변수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리버풀이 경기를 가장 덜 치렀다. 2013/2014시즌과 2018/2019시즌에는 박싱 데이 즈음 선두 경쟁팀 상대로 패배를 당했지만 이번엔 오히려 레스터시티에 대승을 거두며 승점차를 벌렸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리버풀을 점점 강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EPL 특유의 황당한 일정에 대처하는 법까지 깨달아가고 있다. 선수단 가용 폭이 아주 넓은 건 아니지만 체력 부담을 최대한 분산시키고 있으며, 체력 소모가 심한 전방압박 전술을 가동하는 시간을 줄였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미나미노 다쿠미를 영입하며 소폭이나마 전력을 강화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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