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병수 감독의 독특한 전술은 강원FC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병수볼’에 맞는 외국인 공격수를 찾는 건 다른 팀보다 더 어렵다.

강원은 지난 시즌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제리치를 여름에 이적시켰고, 최근 정조국을 제주유나이티드를 향해 떠나보냈다. 이들이 빠졌을 때 최전방을 대신 맡곤 했던 빌비야 역시 이탈했다. 선수단 변화 폭이 큰 가운데서도 스트라이커만큼은 새 주전급 멤버가 들어와야 한다.

한 강원 관계자는 “외국인 중 스트라이커 영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의 외국인 영입은 다른 팀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김 감독의 ‘병수볼’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의 경우 김 감독이 직접 관찰하고 자기 축구에 맞는 선수들을 스카우트할 수 있다. 지난해 후반기에 합류해 6골 5도움을 몰아치며 국가대표가 된 이영재가 대표적이다. 반면 외국인 공격수는 구체적인 검증이 어렵다.

K리그 외국인 선수는 보통 단순한 기준으로 영입될 때 오히려 대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힘이 좋은 스트라이커’ ‘스피드가 좋은 스트라이커’ ‘혼자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2선 자원’ 등이다. 전술을 떠나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맡겨두는 팀도 흔하다. 한때 경남FC 공격을 혼자 책임졌던 말컹, 전술과 무관하게 꾸준한 돌파력을 발휘하며 전북현대 공격을 이그는 로페즈가 대표적이다.

반면 강원의 전술은 모든 선수가 유기적으로 공격하면서 득점 기회를 공유하는 경향이 강하다. 2선 플레이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던 제리치는 결국 김 감독의 축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반면 ‘마무리 전문’처럼 여겨져 온 정조국은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과 노련미를 발휘하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김 감독의 축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김 감독 아래서 강원에 영입됐던 한 외국인 선수는 훈련 중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원 합류 후 “나는 10번이다. 10번처럼 플레이하게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10번은 창의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번호다. 이 말은 ‘전술에 나를 가두지 말고 자유를 달라’는 뜻이었다. 결국 이 선수는 강원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런 에피소드는 다른 K리그 팀과 강원의 외국인 공격수 영입 기준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강원에 2선 자원은 풍부하다. 신인왕 김지현이 27경기만 뛰고도 10골을 넣었다. 17경기만 뛴 조재완은 8골, 후반기에 합류한 이영재는 6골을 기록했다. 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큼 영리한 스트라이커의 영입이 중요한 과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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