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얼른 축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무릎 부상으로 2019시즌 후반기 남은 경기에 뛰지 못했던 강원FC의 공격수 김지현이 다시 그라운드를 누빌 날을 그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지현은 지난 9월, 훈련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찰나에 당한 부상이라 더 아쉬웠다. 

김지현은 부상당하기 직전 제주유나이티드(9월 15일 홈)를 상대로 홀로 두 골을 터뜨리며 강원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경기는 2019시즌 김지현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현재 김지현은 서울에 잠시 집을 얻어 생활하면서 재활에만 집중하고 있다.  

12월 재활을 마치고 ‘풋볼리스트’와 만난 김지현은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울산에 내려갔다가 태풍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었다. 바로 올라와서 성남 경기를 준비했는데 경기 전날 다치고 말았다. 혼자 점프하는 과정에서 다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경기 취소가) 사이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많이 피곤했고, 리듬이 좀 깨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고3때 발목 골절 부상을 당했었는데, 그때 이후 제일 오랜 기간 쉬고 있는 것 같다. 얼른 축구하고 싶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재활로 시작해서 재활로 하루가 끝난다던 김지현은 이제 막 공을 만지기 시작했다. 1월 초 떠나는 태국 전지훈련에도 문제없이 합류할 예정이다. 

“잘하고 있던 상태에서 다치니까 아쉬운 마음이 컸다”던 김지현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형들도 ‘네가 할 것은 다했다. 재활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동계훈련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 준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3개월 이탈’에도 굳건, 기적과도 같은 영플레이어상 수상

예상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지만, 2019시즌은 김지현에게 절대 잊지 못할 한해가 됐다. 지난 시즌 12경기에 그쳤던 출전 횟수를 27경기로 끌어올렸고, 10골 1도움으로 두 자릿수 득점도 기록했다. 아무에게나 허용되지 않는 영플레이어상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경기 출전을 목표로 했던 김지현에겐 그야말로 기적 같은 한해였다. 

실제로 김지현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나는 천운을 타고난 사람 같다. 무명의 선수였는데 이 자리에 온 것이 기적”이라고 영플레이어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혹시 상을 받게 된다면 촌놈 티는 내지말자는 생각으로 수상소감을 조금 준비했다”며 웃던 김지현은 “솔직히 기대를 좀 하긴 했는데 예상을 하진 못했다. ‘아, 상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 부상으로 3개월 정도 쉬게 되면서 지장이 있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됐다.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나에겐 기적 같은 일”이라며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송범근(전북), 이수빈(포항), 이동경(울산) 등이 영플레이어상을 두고 경쟁을 펼쳤지만 적수가 되지 못했다. 감독과 미디어, 동료 선수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김지현은 환산점수 100점 만점 중 55.59점을 획득하며 2위 송범근(22.80점)을 따돌렸다. 프로 2년차에 두자릿수 득점,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한 임팩트가 컸다. 

김지현은 두 자릿수 득점이 가능했던 비결로 ‘성장’을 꼽았다. 김병수 감독 체제에서 강원이 팀적으로 한 계단 성장한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공격 포인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경기 뛰는 것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의 강원은 많이 다르다. 김병수 감독님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 그러다보니 올 시즌 자연스럽게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 같다.”

# 강원의 대들보로 성장한 프로 2년차 김지현

프로 2년차 김지현도 한 뼘 성장했다. 올 시즌 뚜렷한 성장세를 언급하자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김지현은 “사실 프로 1년차 때는 몇 번 뛰지 않았는데도 힘이 들었다. 압박감과 부담감, 그리고 피지컬적인 영향이 있었고, 템포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여유가 생긴 건 아니다. 조급한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병수 감독님은 항상 몸에 힘 좀 빼라고 하신다”라며 웃어보였다.

“몸에 힘을 빼라”는 조언은 강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대선배 정조국도 김지현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김지현은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정조국을 꽤나 의지했다. 그러나 정조국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강원을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해 김지현은 “그동안 (정)조국이 형이 좋은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해줬다.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경기를 뛸 때 도움이 되는 조언, 그리고 멘탈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도 해주시더라. 아쉽게도 팀을 떠나시게 돼서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자주 연락하라고 하셨다.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자주 연락드릴 생각”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조국이 떠나면서 다음 시즌 김지현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정조국이 달던 9번도 공석이 됐다. 올 시즌 77번을 달고 뛴 김지현에게 정조국의 9번처럼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를 달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 묻자 “저요? 어휴 부담스러워서 못 달 거 같아요. 저는 77번이 좋습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다음 시즌 목표도 김지현의 성격만큼이나 소박하다. 꿈을 크게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9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목표로 잡아둔 것도 형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일 뿐, 실제로 목표를 꼭 이뤄야겠다며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던 김지현은 “내년에도 공격 포인트를 목표로 잡지는 않을 것 같다. 올해 자잘한 부상이 많았고,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도 당했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다음 시즌 목표다. 앞으로도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스스로를 무명 선수라 표현한 김지현에게 2019시즌은 기적 같은 한해였다. 불운한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긴 했지만, 김지현은 부상을 훌훌 털고 다음 시즌 강원에서 다시 한 번 기적같은 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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