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곧 2010년대가 끝나고 2020년대가 시작된다. ‘풋볼리스트’는 2019년을 결산하는 대신 지난 10년 동안 한국축구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10년 결산 기획을 마련했다. 각종 베스트 목록은 풋볼리스트 기자들의 논의를 통해 선정됐다. <편집자 주>

박지성, 이영표가 유럽으로 가는 길을 본격적으로 닦은 뒤였다. 2010년대는 한국 선수가 무더기로 해외 진출한 시기다. 기성용, 이청용의 뒤를 따라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등도 유럽에서 데뷔했다. 동시에 한국 남녀 연령별 대표팀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뒀다. 가장 최근에는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한국 유소년 축구의 성장을 증명했다.

 

▲ 2010 : 원정 남자월드컵 첫 16강, U17 여자월드컵 우승과 여민지의 골든볼

2010년 허정무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대표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FIFA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조 2위(승점 4)로 그리스, 나이지리아를 누르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우루과이에 1-2로 졌다. 이 대회 때 2골을 뽑아낸 수비수 이정수가 일명 ‘헤발슛(헤딩하려다 발 맞고 골)’으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같은 해 여자 U17 대표팀은 FIFA 주관대회 첫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B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이후 토너먼트에서 나이지리아, 스페인을 꺾고,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났다. 두 팀은 연장전을 거치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승부차기로 돌입해 일본을 무너뜨리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여민지는 골든볼(MVP)과 득점왕(8골)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국인 최초 FIFA 주관대회 MVP다.

 

▲ 2012 : 런던올림픽 동메달, 울산현대 ACL 우승

2년 뒤 올림픽 남자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은 8강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개최국인 영국과 만나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펼쳤다. 영국의 다섯 번째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가 실축하며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4강에서 브라질에 0-3으로 패배했고, 메달이 걸린 3윌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과 만났다. 박주영, 구자철의 골로 2-0 승리를 거두고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멤버들은 3위라는 성과와 함께 병역혜택까지 확보했다.

울산현대는 2012 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김신욱의 제공권과 빠른 역습의 위력을 극대화한 ‘철퇴축구’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며 우승했다. 토너먼트에서 가시와레이솔(일본),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차례로 꺾고, 결승전에서 알아흘리(사우디)를 3-0으로 무너뜨렸다.

 

▲ 2015 : 여자월드컵 첫 16강

한국 여자대표팀은 2015년에 FIFA 여자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을 기록했다. 조별리그부터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 E조에 묶였다. 한국은 지소연의 활약 등에 힘입어 조 2위(1승 1무 1패)로 16강에 안착했다.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는 프랑스에 0-3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한국은 프랑스 등 유럽 팀과 만나면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만, 황금세대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2015년에는 16강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남겼다.

 

▲ 2016 : 전북현대 ACL 우승

전북현대는 2016 ACL 조별리그 E조 1위로 16강에 올라 호주의 멜버른 빅토리와 맞붙어 8강에 진출했다. 전북은 중국의 상하이 상강을 합계스코어 5-0으로 완파, K리그의 FC서울까지 차례로 꺾고 알아인(UAE)과 결승에서 만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K리그 팀이 ACL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12년 울산 우승 이후 4년 만이었다. 또한 2011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결승에 진출하고도 우승을 놓쳤던 전북이 5년 만에 한을 푼 대회이기도 했다.

 

▲ 2017 :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확정

2017년에는 남자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을 통과하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2002 한국-일본, 2006 독일,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에 이어 2018년에는 러시아까지 날아갔다. 월드컵 연속 진출 부문에서 한국은 세계 6위다.

 

▲ 2018 : 월드컵에서 FIFA 랭킹 1위 독일에 2-0 승리, 아시안게임 우승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에 속했다. 손흥민, 기성용 등을 앞세운 한국은 스웨덴과 멕시코에 잇따라 패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 김영권, 손흥민이 연속 득점하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1승을 따냈다. 비록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팬들은 독일을 쓰러뜨리고 온 대표 선수들을 환영했다. 승리 자체도 이변이었지만, 이 경기를 기점으로 각급 대표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다시 사랑어린 시선으로 바뀌어 지난 1년 반 동안 이어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약 2개월 뒤 한국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를 와일드카드로 차출했다. 한국은 16강전부터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을 물리치고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일본마저 이기고 우승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병역혜택이라는 포상도 받았다. 황의조는 대회 9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 2019 : U20 월드컵 준우승과 이강인의 골든볼

올해는 남자 U20 대표팀의 깜짝 활약이 있었다. U20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 한국은 중하위권 정도의 팀으로 평가받았다.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패배할 때만 해도 16강 진출조차 어려워 보였지만, 갈수록 전술적으로 완성도가 올랐고 이강인의 역량 역시 극대화됐다. 한일전, VAR로 인해 축구 역사상 가장 우여곡절이 많은 경기 중 하나가 된 세네갈전 등 매 순가이 드라마였다. 한국은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우크라이나에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강인은 18세 나이에 골든볼을 수상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글 및 정리= 허인회 수습기자

그래픽= 양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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