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산] 유지선 기자= 한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황인범이 산책 세리머니를 하다 뜬금없이 관중석을 향해 하트를 날리게 된 이유를 털어놓았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마지막 3차전 경기에서 일본에 1-0으로 승리했다. 3전 전승을 기록한 한국은 숙적 일본을 꺾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일본은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강한 전방 압박을 펼친 한국에 고전했다.

한일전을 승리로 이끈 주인공은 황인범이었다. 황인범은 전반 27분 김진수가 내준 공을 아크 정면에서 이어받았고, 오른발로 멈춰 세운 뒤 곧바로 왼발로 강하게 슛을 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일본 수비수 3~4명이 몸으로 황인범의 슈팅을 방해하려 했지만 공은 그대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은 곧장 코너 플래그 뒤에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닛폰’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한일전 승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산책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서였다. 

산책 세리머니는 지난 2010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전반 6분 만에 득점에 성공한 박지성이 일본 관중 앞을 천천히 거닌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한일전에서 한국의 골이 터질 때마다 산책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2017년 염기훈이, 2018년에는 황희찬이 한일전 득점 후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해보였다. 2019년에 바통을 이어받은 건 황인범이었다. 

계획돼있던 세리머니는 아니었다. “골을 넣으면 어떤 세리머니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골을 넣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던 황인범은 “그런데 골을 넣는 순간 일본 관중석 앞에서 하는 산책 세리머니가 딱 생각이 나더라. 그동안 많은 선배들이 그렇게 해왔고, 제 친구(황희찬)도 작년에 하지 않았는가”라며 산책 세리머니를 떠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황인범표 산책 세리머니는 그동안의 산책 세리머니와 조금 차이가 있었다. 관중석에 가까워진 황인범이 이내 두 팔을 들어 올려 하트를 그린 것이다. 산책 세리머니인지, 아니면 단순히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인지 구분짓기 애매한 장면이었다. 

당사자가 직접 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황인범은 “산책 세리머니를 하러 관중석 앞으로 갔더니 일본 응원단보다 한국 팬들이 더 많더라. 그래서 당황하는 바람에 좀 어색한 세리머니가 돼버렸다”고 웃어보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완성의 산책 세리머니가 됐지만 황인범은 흡족했다. “한국 분들이 더 많은 모습을 보니까 더 힘이 되더라. 정말 감사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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