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산] 유지선 기자= ‘이 시국 더비’로 불린 중국과 홍콩의 맞대결에서 중국이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에서 펼쳐진 응원전은 홍콩의 압승이었다.

18일 오후 4시 15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마지막 3차전 경기에서 중국이 홍콩에 2-0으로 승리했다.

결과가 큰 의미가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홍콩과 중국 모두 1,2차전에서 2패를 거둔 탓에 우승과 거리가 멀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는 두 팀의 맞대결은 경기 외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홍콩은 지난 6월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문제로 촉발된 시위를 시작으로, 6개월 가까이 중국 정부에 반발하는 민주화 시위를 이어왔다. 그로인해 홍콩과 중국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하필이면 양국의 갈등이 고조된 시기에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두 팀의 맞대결을 두고 ‘이 시국 더비’라는 말까지 나왔다.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주최 측도 경기를 앞두고 만발의 준비를 했다.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 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을 금지한다’는 공지를 양 측에 다시 한 번 전달했고, 각 게이트마다 경고 메시지를 붙여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사설 경호원과 경찰기동대 등 경기장 내 경호 인력도 대폭 늘렸다.

실제로 두 팀의 경기는 뜨거웠다. 비장한 표정을 한 채 그라운드에 나선 양 팀 선수들은 90분 내내 투지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건 중국이었다. 중국은 전반 8분 지시앙이 코너킥 상황에서 바운드된 공을 머리로 밀어 넣어 홍콩의 골망을 흔들었다.

주도권을 내준 홍콩은 역습 위주로 만회골을 노렸지만, 후반 24분 중국에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키커로 나선 장시저가 골로 마무리하면서 중국이 두 골 차로 달아났다. 시지앙과 장시저의 골로 앞서던 중국은 결국 자존심이 걸려있었던 경기에서 승리하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관중석에서 펼쳐진 장외 응원전은 홍콩의 압승이었다. 20명 남짓한 응원단을 꾸린 중국과 달리 홍콩은 한눈에 봐도 100명이 훌쩍 넘는 팬들이 관중석을 채웠다. 경기 전 중국 국가로 쓰고 있는 ‘의용군 행진곡’이 흘러나오자, 홍콩 팬들은 일제히 등을 돌리며 외면했다. 그중에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팬들도 있었다. 한 팬은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걸개를 펼쳐들기도 했다.

홍콩 팬들은 “위 아 홍콩”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고, 90분 내내 뜨거운 응원전이 쉼 없이 이어졌다. 홍콩 팬들의 외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뜨거웠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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