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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1st] “코치 말고 다른 일 하려면 미리 준비해” K리그 은퇴선수 교육 현장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12.10 17:22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현역 시절 매년 겨울마다 동계훈련 갔으면 충분하지, 은퇴하고 나서 코치되면 그 삶을 20년 더 살아야 한다. 그건 적성에 맞을 때만 할 수 있는 거다. 나처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지금부터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이호 고알레 대표)

은퇴한 엘리트 선수는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축구는 프로 진출의 문이 가장 넓은 종목이기 때문에 일단 현역 선수로서 취업하기는 쉽다. 그러나 30대 중반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많은 은퇴 선수들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은퇴한 운동선수의 실업률은 2017년 35.4%로 전체 청년실업률(8.4%)의 4배가 넘는다(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2018년 발표). 코치와 감독의 자리는 당연히 선수보다 적다. 프로 구단에서 지도자가 되지 못하면 갈 길이 애매해진다.

K리그는 은퇴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축구 이후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올해부터 은퇴선수교육과정을 신설했다.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첫 교육과정에 35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김원식(FC서울), 이경렬(서울이랜드FC) 등 현역 선수와 백종환(전 대전시티즌) 등 은퇴선수들이 참석했다. 이미 은퇴 후 방송인으로 자리잡은 김재성(해설위원) 등이 방문해 ‘청강’했다.

은퇴 선수가 가질 수 있는 대표적 직업 6개가 소개됐다. K리그 골키퍼 출신으로 현역 시절부터 ‘공부하는 선수’로 소문이 났던 권정혁 스포잇 대표, 이상기 QMIT 대표가 은퇴 선수의 미래 설계와 창업 등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호 고알레 대표가 크리에이터에 대한 강연을,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이 해설에 대한 강연을 맡았다. 피지컬 코치, 지도자, 연구원의 길에 대한 안내도 이뤄졌다.

또한 선수들이 접하기 힘든 자기소개 스피치 방법, 자기소개서 쓰는 법, 문서작성과 프레젠테이션 요령에 대한 특강도 진행됐다. 선수들이 프레젠테이션 자료(PPT)를 만들 일은 지도자 교육 정도가 고작이다. PPT를 어떻게 기획, 구성해야 하는지 특강을 들으며 도움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이경렬은 “먼저 은퇴한 친구들은 대부분 지도자를 하고 있다.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 왔다. 축구 안에서만 생각하니까 진로가 한정적이었다. 여기서 다양한 일로 진출한 분들을 만나니까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현역 생활을 하면서 대학원까지 다니며 은퇴 이후를 준비했다는 사례를 접했다.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동료들에게 은퇴교육을 적극 추천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프로 생활을 했고, 올해 은퇴식을 가진 백종환은 “올해 초까지 선수 생활을 연장하려 노력했으나 갑작스런 은퇴를 하게 됐다. 은퇴를 하기로 결정한 지 오래 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해 온 축구와는 다른 내용의 교육을 받았다. 생소하고, 처음 겪어보는 교육이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훈련이 아닌 공부를 하면 이상하게 취급하는 문화가 걸림돌이다. 축구 선수가 운동에 전념하는 시간은 하루 2, 3시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머지 시간 동안은 보통 휴식을 취한다. 몸에 아무런 무리가 가지 않는 공부를 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선수들은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주위에 비슷한 사례가 없어 참고하기도 힘들다. 이에 대해 이상기 대표는 “정보력을 높여라, 멘토를 찾아라, 추진하라”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진로를 모색하라는 권유를 했다.

권정혁 대표는 생전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폴라티를 입고 왔다. 선수 출신이라기보다 완전히 사업가의 모습으로 변신한 권 대표는 “선수들의 공부를 ‘튀는 행위’로 보고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운동시간을 그리 방해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선수들이 드라마 보는 밤 10시 즈음 1시간 정도 공부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상기 대표는 “창업 후 예전 지도자 한 분을 만났는데 ‘네가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하는 걸 도와줄 걸 그랬다’라고 하시더라”라며 선수들의 다양한 공부를 권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연단에 선 이호 고알레 대표는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 보면 그 모니터를 접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공인인증서는 왜 안 되고, 세금계산서는 뭐길래 계속 발행해야 하는지 등등 짜증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공감을 얻을 만한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고알레에 뒤늦게 합류한 김형일(전 국가대표 수비수)은 “은퇴 직후 급하게 굴지 마라. 우리들 선수 출신은 끈기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며 가장 최근 은퇴한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조언을 전했다.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다양한 업종을 개척할 수 있다며, ‘창업 선배’들은 적극적인 격려를 전했다. 권정혁 대표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술 중 스포츠와 접복되지 않은 게 많다. 스포츠를 직접 겪은 선수 출신들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다면 개척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상기 대표는 “스포츠 산업을 개척하고 진흥시킬 책임이 있다. 은퇴 후에 톱니바퀴가 되는 게 아니라 스포츠 산업을 능동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그게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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