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뒤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유벤투스뿐 아니라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유벤투스가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라치오의 빠르고 과감한 공격이 유벤투스 수비를 경기 내내 흔들었다.

8일(한국시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15라운드를 치른 라치오가 유벤투스를 3-1로 꺾었다. 뜻밖의 결과였다. 라치오가 유벤투스 상대로 거둔 세리에A 홈 승리는 2003년 12월 이후 약 16년 만이다. 유벤투스는 앞선 14라운드에서도 사수올로와 2-2 무승부에 그쳤고, 이때 인테르밀란이 승리하며 1위가 뒤집혔다. 유벤투스 입장에선 라치오전 승리를 통해 선두를 되찾아야 하는 경기였으나 결과는 오히려 패배였다.

두 팀의 공격 삼각편대가 부딪쳤다. 유벤투스는 최근 정착시킨 4-3-1-2 포메이션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파울로 디발라 투톱 아래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배치했다. 라치오는 치로 임모빌레, 호아킨 코레아 투톱을 루이스 알베르토가 보좌했다. 라치오의 3-5-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 3명 중 알베르토가 수비 부담을 덜고 자주 전진하는 것이 전술의 핵심이다. 또 한 명의 스타 미드필더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는 알베르토보다 좀 더 중원에 가깝게 배치돼 힘 싸움과 패스 배급을 한다.

가장 돋보인 건 알베르토의 패스 능력이었다. 유벤투스가 전반 25분 베르나르데스키, 호날두, 디발라, 호날두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로 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그러나 라치오는 전반 추가시간에 알베르토의 크로스를 받은 수비수 루이스 펠리페의 헤딩골로 따라붙었다. 코너킥 이후 흘러나온 공을 알베르토가 잡았는데, 라치오 수비수들은 알베르토의 개인기량을 믿고 아무도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헤딩 기회를 노렸다. 알베르토가 역시나 일대일 돌파에 성공한 뒤 완벽한 오른발 크로스를 제공했다.

후반 24분, 알베르토의 패스를 마누엘 라차리가 받으려 할 때 후안 콰드라도가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처음엔 경고가 선언됐으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퇴장을 선언했다.라치오가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후반 29분 알베르토가 중앙선 부근에서 날린 절묘한 스루 패스를 받아 밀린코비치-사비치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유벤투스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가 치로 임모빌레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투지를 보였으나, 추가시간 펠리페 카이세도의 쐐기골이 터졌다.

이번 시즌 펄펄 날고 있는 알베르토는 이 경기로 2골 11도움에 도달했다. 15라운드는 20팀 체제가 자리 잡은 2004/2005시즌 이래 최단 기간 10도움에 해당한다. 알베르토의 개인 최고기록은 2017/2018시즌 세운 11골 14도움인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개인 최다도움을 쉽게 경신할 수 있다.

한때 리버풀의 실패한 유망주였던 알베르토는 2016년 라치오 합류 이후 '격년제' 활약 중이다. 첫 시즌 적응기를 보낸 알베르토는 2017/2018시즌 맹활약했고, 2018/2019시즌 다소 부진한 뒤 이번 시즌 다시 상승세를 탔다.

라치오는 최근 세리에A 7연승을 달리며 어느덧 유벤투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10승 3무 2패(승점 33)를 거둔 라치오는 11승 3무 1패(승점 36)인 유벤투스와 한 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인테르와 유벤투스의 양강체제를 깨고 라치오 스스로 3강 체제를 만들어냈다.

인테르는 앞선 7일 가진 AS로마와의 홈 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써 1위 인테르(12승 2무 1패, 승점 38)부터 3위 라치오까지 승점차가 5점에 불과한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인테르, 유벤투스가 승점을 흘린 반면 라치오가 상승세를 타면서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추락 중인 나폴리는 8일 15라운드 역시 우디네세와 1-1 무승부에 그쳤다. 리그 7경기 무승(5무 2패), 컵대회 포함 9경기 무승(7무 2패)이나 되는 심각한 부진이다. 한때 3강이었던 나폴리는 승점 제자리걸음 끝에 21점에 머무르며 7위까지 추락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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