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첫눈이 오기 전 프로축구가 끝났다. K리그1이 종료됐고, 11위 경남FC만 승강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K리그는 평균관중 1만 명을 돌파했고, 여러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며 흥행했다. 각 구단의 마케팅 역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줄 아는’ 리그로 발전하려는 기미가 보인다. ‘풋볼리스트’의 시선으로 본 올해 K리그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지난 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하나원큐 K리그 2019 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리그가 겨울잠에 들어갔다. 이제는 경남FC와 부산아이파크의 승강 플레이오프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K리그는 팀 순위 경쟁만큼이나 개인상 경쟁도 치열했다. 타가트가 주니오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득점왕에 올랐고, 세징야(10도움 35경기)와 도움개수는 같지만 출전시간에서 앞선 문선민(10도움, 32경기)이 간발의 차로 도움왕을 차지했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한명에게 수여되는 MVP는 김보경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상이 전부는 아니다.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소속팀에 큰 영향을 끼치며, 상을 줘도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각 포지션별로 한명씩 꼽아봤다.

# 공격수: 무고사(인천유나이티드)

시상식 무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무고사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높은 득점을 기록했다. 무고사는 올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14골 4도움을 기록해 득점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타가트(20골), 주니오(19골), 세징야(15골), 완델손(15골) 등 득점 1위에서 4위를 차지한 선수들은 모두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지만, 무고사는 아쉽게도 베스트11에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무고사는 현장에서 지휘하는 감독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대구FC의 안드레 감독을 비롯해 수원삼성 이임생 감독, 울산현대 김도훈 감독, 제주유나이티드 최윤겸 감독 등 4명이 무고사에게 표를 던졌다.

무고사는 올 시즌 인천을 잔류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을 당한데다 팀의 부진까지 겹쳐 저조한 득점을 기록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한방을 터뜨리며 인천이 승점을 차곡차곡 쌓는 데 기여했다. 무고사는 지난 9월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인천에 값진 승점 1점을 안겨줬고, 10월 성남원정에서는 극적인 결승골로 무승부에 그칠 뻔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승점 3점이 절실했던 37라운드 상주상무전에서는 문창진의 선제골을 도왔다.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활약한 무고사 덕분에 한 시즌 내내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어오던 인천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인천을 해피엔딩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 미드필더: 최영준(포항스틸러스)

최영준은 K리그 대상 시상식 후보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포항에서 후반기에 보여준 영향력이 엄청났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현대를 떠나 포항으로 임대 온 최영준은 빠르게 김기동 감독의 축구에 녹아들었다. 포항에 합류하자마자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이후 규정상 출전하지 못한 전북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발(13경기)로 나섰다.

파이터형 미드필더인 최영준은 폭넓은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4백을 보호하고, 포항의 중원에 안정감을 더해줬다. 최영준이 뒤에서 꿋꿋하게 버텨준 덕분에 포항의 공격력도 살아날 수 있었다. 김기동 감독이 후반기 반전 비결을 묻는 질문에 “최영준이 합류하면서 미드필드 무게 중심이 내려와 중앙에서 안정감 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최영준은 울산과 포항의 38라운드 최종전에서도 맹활약했다. 최영준이 중원에서 많이 뛰어준 덕분에 포항은 중원싸움에서 울산을 압도할 수 있었다. 덕분에 포항은 라이벌 울산을 4-1로 완파하며 우승을 저지했고, 최영준의 원 소속티 전북은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최영준의 임대는 포항과 전북을 비롯해 최영준에게도 모두 윈윈이 된 셈이다.

# 수비수: 강민수(울산현대)

베테랑 수비수 강민수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울산의 수비를 책임졌던 강민수는 베스트11 수비수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울산의 고비처마다 강민수가 있었다. 강민수는 시즌 초반만 해도 윤영선과 불투이스 조합에 밀려 주전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4월이 돼서야 첫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강민수는 윤영선과 불투이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 동안 베테랑다운 안정감을 보여줬고, 23경기에 출전해 울산의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지난 시즌 기량 저하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올 시즌 보란듯이 베테랑의 힘을 보여준 강민수다.

실제로 울산이 올 시즌 K리그 12개 팀을 통틀어 3번째로 적은 실점(39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민수의 공이 컸다. 자신감을 얻은 강민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울산과 계약기간이 만료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음 시즌에도 그라운드를 누빌 계획이다.

# 골키퍼: 송범근(전북현대)

송범근은 베스트11 골키퍼 부문과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베스트11 경쟁에서는 조현우(대구)에게 밀렸고, 영플레이어상에서는 김지현(강원)에게 밀려 안타깝게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다. 그러나 송범근은 올 시즌 전북의 우승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 중 한명이다. 리그 전 경기에 출전했고, 38경기에서 32실점으로 0점대 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전북의 주전 골키퍼로 도약한 송범근은 올 시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프로 무대를 밟은 뒤 최초로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페널티킥 선방은 송범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자신감을 심어준 동시에 그동안 페널티킥에 약하다는 평가로 인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북 입장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송범근의 존재가 참 든든하다.

글= 유지선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