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상철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항암치료를 버티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표정이 밝았다.

유 감독은 2일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대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앞선 11월 30일 리그 최종전을 통해 인천은 10위로 잔류를 확정했다.

췌장암 4기 상태에서 계속 벤치를 지킨 유 감독은 인천을 잔류시키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이제 완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두 번째 약속을 지키려 한다. 유 감독은 축구 현장에 남아있는 게 오히려 통증을 잊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 인천 관계자는 “오히려 투병 사실을 공개하신 뒤 얼굴이 아주 좋아지셨다. 속내는 다 드러내지 않지만, 겉보기에는 요즘엔 거의 멀쩡하신 것처럼 보인다. 투병을 숨긴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크셨던 것 같다.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유 감독과의 일문일답.

 

- 투병 상황은?

“많이 바뀐다. 2차 항암치료까지 받았다. 받고 나면 그때그때 증상이 조금씩 바뀐다. 컨디션이 하루하루 달라진다. 그걸 설명하는 게,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다.

나도 느슨해질 수 있고 내려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응원의 메시지, 약속을 지켜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를 다시 다잡을 수 있다. 팬과 나를 걱정해 주신 분들께 약속드린 게 있으니까. 그래서 버티고 있다.”

 

- 시즌 막판을 치른 뒤 가장 생각난 것은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이다. 팬들과 인천은 2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선수들이 이를 위해 준비를 잘 해줬다. 프런트, 코칭 스태프 모두 하나가 됐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약속을 지켰다는 것 그것이었다.”

 

- 인천 부임 당시 ‘실패한 지도자’라는 타이틀이 싫다고 했는데

“지도자가 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성공과 실패의 관점은 늘 달라진다. 계속 성공하다가 감독직에서 물러나 몇 년 있으면 실패한 지도자인지? 그런 관점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지도자로서 배우고 경험을 쌓는 시간을 보낸 거다. 그런데 아쉬운 건, 난 팀을 강등시킨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꼬리표처럼 강등시켰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게 아쉬웠다. 성공과 실패보다, 팀에 맞는 콘셉트나 팀을 끌고가는 것부터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은 후순위다.

이번에 인천을 맡으면서 긍정적인 것, 좋은 것을 많이 봤다. 인터뷰에서도 많이 이야기한 부분이다. 인천은 굉장히 메리트 있는 팀이다. 와 보고 느낀 건데, 이렇게 성적이 안 좋은데도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만 더 팀을 잘 만들어놓고 유지한다면, 서울 전북 울산 등 관중 많은 팀 못지않을 수 있고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좋아질 수 있는 게 많은 팀이다.”

 

- 연말 일정은

“우리 팀은 전지훈련 가기 전까지 선수들 휴식을 갖는다. 나는 쉬는 동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치료를 열심히 받겠다.”

 

- 벤치에 있을 때나 지금처럼 공식 석상에 있을 때 통증을 숨기고 있는 건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아까 말한 것처럼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다. 표현하기 힘들다. 컨디션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수시로 바뀐다. 그게 현장에 있으면 집중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좀 잊을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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