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대구] 김정용 기자= 대구FC의 2019년은 K리그가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지역 주민들에게 보여줬다는 점만으로도 대성공이었다.

1일 대구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A 38라운드(최종전)을 치른 대구가 FC서울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구가 승리했다면 3위를 빼앗고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할 수 있엇지만, 대구의 최종 순위는 5위다. 역대 최고 순위지만 목표에는 못미쳤다.

비가 내리는 경기장이었지만 ‘대팍’이라는 별명이 있는 DGB 대구은행파크 주변은 긴 줄로 북적였다. 대구는 입장권 대부분을 사전 예매로 판매하기 때문에 경기 당일에 줄을 서서 표를 구할 필요가 없다. 다들 입장권을 확보한 상태인데도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먼저 들어가야 했다.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는 대구 경기가 있는 날 ‘XX를 받고 싶었는데 실패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대구는 표를 확보해놓고도 줄을 서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최종전에 12,037명이 입장해 시즌 9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시즌 대부분 경기가 매진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 K리그를 넘어 한국 프로스포츠사에 남을 많나 관중석 점유율이다. 대팍은 대구가 이번 시즌 새로 개장한 홈 구장이다. 경기장을 새로 짓자마자 흥행에 완벽하게 성공하는 건 K리그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2019년 대구는 축구 관람에 최적화시킨 홈 구장, 재미있는 축구, 좋은 성적, ‘덕질’을 유도하는 각종 이벤트와 끝없는 관련 제품 출시 등 여러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대구의 빠르고 기술적인 ‘폭탄 역습’은 올해 K리그에서 강원FC의 ‘병수볼’과 함께 가장 큰 볼거리였다. 매진된 전용구장이 주는 몰입감, 서포터가 아닌 관중들이 경기 내내 동참할 수 있는 발구르기 응원이 재미를 더했다. 대구가 새로 출시한 마스코트 리카는 독자적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어린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조현우의 딸이 리카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따라올 정도다.

‘전국구’ 스타가 조현우 한 명뿐이던 팀은 외국인 선수 세징야와 에드가의 맹활약, 새로 발굴한 정승원과 김대원의 활약에 힘입어 팬덤이 공고한 팀으로 발전했다. 정승원, 김대원, 정태욱 등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젊은 선수들을 대거 육성해냈다.

경기 후 안드레 감독은 대구의 3년을 돌아보며 자부심을 밝혔다. “ 3년 전에는 2부에 있었고, 작년에는 FA컵에서 우승했고, 올해 ACL에서 비록 조별리그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나라와 지역을 대표해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했다. ACL에 진출하지 못한 건 슬프지만, 1년을 통틀어 볼 때 기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조광래 사장은 2년 안에 리그 우승을 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구는 내친 김에 K리그 상위권 구단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생각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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