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유지선 기자= 14년 만의 리그 우승에 성큼 다가섰던 울산현대가 우승 문턱에서 발목을 잡혔다.

1일 오후 3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울산이 포항스틸러스에 1-4로 패했다. 포항전 패배로 울산은 승점 79점에 머물렀고, 같은 시각 강원FC를 꺾은 전북(승점 79)에 다득점에서 밀려 우승이 좌절되고 말았다.

전북과 치열한 우승경쟁을 이어온 울산은 최종전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전북에 승점 3점 앞서면서 우승 레이스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울산은 포항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고, 패하더라도 다득점을 기록할 경우 전북이 터뜨린 득점수에 따라 선두 자리를 지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울산은 불운하게도 최종전에서 믹스와 김태환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핵심 선수가 나란히 이탈한 것이다. 김도훈 감독은 믹스 대신 박주호를 중원에 내보냈고, 김태환이 자리를 비운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정동호를 세웠다. 그러나 믹스와 김태환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출전 빈도가 적었지만 준비 과정은 좋았다”며 정동호가 김태환의 공백을 잘 메워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경기에 나선 정동호는 울산의 측면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다. 울산의 왼쪽을 집요하게 파고든 송민규를 막느라 애를 먹었고, 오른쪽 윙어로 나선 김보경과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박주호, 박용우로 구성된 미드필더도 포항과의 중원싸움에서 밀렸다. 포항은 정재용과 최영준을 중원에 세웠고, 높은 위치에서부터 압박하며 울산의 공격을 저지했다. 정재용과 최영준은 과감한 몸싸움과 폭넓은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포항이 공격을 훨씬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울산은 장점으로 꼽히는 측면 공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좌우 날개로 나선 김인성과 김보경이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고, 상대가 측면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친 탓에 수비에 소홀할 수도 없었다. 김보경도 경기 종료 후 “우리의 장점은 측면에서 스피드 있는 선수들을 활용해 공격을 하는 것인데, 오늘은 그런 걸 많이 못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도 강한 경기 운영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여러 부분이 아쉬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도 뼈아팠다. 전반 27분 윤영선이 위험 지역에서 송민규에게 공을 빼앗겼고, 이것이 완델손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먼저 기선제압을 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허무하게 선제골을 내주고 만 것이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42분에는 김승규가 골대를 비우고 나온 뒤 스로인을 했고, 이것이 허용준에게 패스한 셈이 되면서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울산은 그동안 중요할 때마다 미끄러진 적이 많았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에 올랐지만 대구FC에 패해 우승이 좌절됐고, 리그에서도 중요한 경기마다 덜미를 잡히면서 승점 2점차로 2위를 놓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진출권이 아닌 플레이오프 티켓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날도 중요한 경기에서 미끄러지는 고질병이 또 말썽이었다. 김보경 역시 “중요했던 경기에서 긴장했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 이유”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연맹은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울산종합운동장 두 곳에서 각각 우승 세리머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승 가능성이 더 높았던 울산의 경기에 진품 트로피를 가져왔다. 하지만 스스로 피날레를 망친 울산은 끝내 마지막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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