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카자흐스탄 클럽에 패배했다. 종주국 팬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지만 팀을 이끈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고개슬 숙이지 않았다.

맨유는 2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L조 5차전에서 아스타나에게 1-2로 패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맨유의 패배에 대해 '충격패'라는 반응이지만 맨유의 반응은 다르다. 솔샤르 감독은 경기 후 오히려 선수들을 칭찬했다.

처음부터 승리가 목표가 아니었다 

맨유는 지난 11월 A매치 기간 이후 어려운 일정을 소화 중이다. 24일 셰필드유나이티드와의 원정 후 28일 아스타나로 원정을 떠나왔다. 12월 부터는 3~4일에 한 번 꼴로 경기를 가진다. 

아스타나 원정은 맨유에게 골칫거리였다. 다행히 앞서 4차전까지 승점 10점을 확보에 다음 32강 출전을 확정했다. 아스타나는 다른 유럽 클럽과 달리 원정 거리가 상당하다. 맨체스터에서 직항 전세기를 이용해도 7시간 이상이 걸린다.

솔샤르 감독은 1군 선수를 대거 제외했다. 유럽 대항전 원정에 나설 경우 통상적으로 20명 이상의 선수단을 구성하지만 이번에는 18명의 미니 선수단이 꾸려졌다.

과감한 로테이션, 목표는 '경험'

18명의 아스타나 원정 참가 선수 중 맨유에서 1군 경기를 20회 이상 소화한 선수는 제시 린가드와 루크 쇼가 유일했다. 서드 골키퍼인 리 그랜트가 입단 후 첫 선발 출전을 기록할 정도였다. 

아스타나와의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2세 26일이었다. 사실상 23세 이하 팀으로 봐도 무방하다. 무려 6명이 데뷔전을 치렀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솔샤르 감독은 경기 전 부터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팀을 마주하는 경험은 흔치 않다. 많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맨유는 전반 10분 쇼와 린가드의 합작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연이어 두 골을 헌납하며 패배했다. 솔샤르 감독은 "결과는 아쉬웠지만 긍정적인 부분만을 볼 것이다.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배웠다.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혹한과의 싸움

맨유에게 아스타나 원정은 또 다른 거대한 복병과의 싸움이었다. 선수들 대부분이 경험하지 못한 추위와 싸워야했다. 28일 아스타나의 기온은 최고 영하 11도, 최저 영하 20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맨유는 평소 활용하지 않던 대형 방한 자켓을 선수단에게 지급했다. 그래도 추웠다. 코칭스태프는 공식 훈련을 제외하고는 호텔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말 것을 선수단에게 지시했다. 

아스타나 선수들에게는 익숙한 추위였지만 맨유에게는 또 하나의 극복 대상이었다. 

그래도 조 1위, 주전 선수들은 '꿀휴식'

맨유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조 1위를 유지했다. 같은 조의 알크마르와 파르티잔이 2-2 무승부를 거둔 덕분이다. 맨유는 승점 10점, 알크마르는 승점 9점으로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양팀은 내달 12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통해 1,2위 순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동안 휴식을 취한 1군 주전 선수들은 내달 1일 아스톤빌라와의 경기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후 일정도 만만찮다. 토트넘홋스퍼, 맨체스터시티와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맨유는 현재 리그에서 4승 5무 4패 승점 17점으로 9위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목표인 4위 첼시와의 승점차는 9점이다. 가야 할 길이 멀다. 다행히 5위인 울버햄프턴과의 승점차는 2점에 불과하다. 솔샤르 감독은 "12월 펼쳐질 일정이 중요하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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