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맞아 수비적인 축구를 암시했다. 경기 지배를 추구하는 벤투 스타일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 축구를 방해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19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에 위치한 모하메드 빈 자예스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A대표 친선경기를 갖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9위 한국이 3위 브라질에 도전한다.

벤투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팀 상대로는 경기를 지배하지만 내일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1930년대 이래 늘 세계축구 최강국 중 하나였던 팀이다. 이번 멤버는 부상 중인 네이마르와 다비드 네레스를 제외한 ‘유럽파 올스타’로 구성됐다. 호메르투 피르미누, 가브리엘 제주스, 필리페 쿠티뉴 등 공격진과 함께 파비뉴, 카세미루, 아르투르 멜루 등의 미드필더가 출장할 것으로 거론된다.

한국 대표팀의 각종 발언과 벤투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한국은 최근 친선전 중 가장 수비적인 경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은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이나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치하는 걸 즐겼다. 각 선수들이 유연하게 포지션을 바꾸며 지능적인 경기를 할 때 좋은 배치다. 반면 안정적인 수비를 강조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수비진 앞에 포진시키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그라운드 곳곳에 공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최소한 실점 위험 지역인 수비진 바로 앞에서는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쿠티뉴, 아르투르, 루카스 파케타 등 브라질의 위협적인 플레이메이커를 봉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주로 번갈아 출장했던 정우영과 주세종이 동시에 뛸 가능성이 있다. 기존 라인업을 유지해 정우영과 황인범이 배치된다면, 황인범의 역할이 공수를 바삐 오가는 ‘박스 투 박스’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변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빌드업과 수비 양면에서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던 황인범이 좀 더 편안한 경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4일 레바논전에서 윙어로 배치됐던 이재성이 원래 자리인 중앙 미드필더로 복귀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레바논 원정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라인업을 썼다가 오히려 공격진까지 공이 배달되지 않아 0-0 무승부에 그쳤다. 중앙 미드필더 중 한 자리를 공격수에 가까운 남태희에게 맡겼고, 그만큼 빌드업에 참여할 인원이 부족해졌다. 벤투 감독이 앞서 추구하던 4-1-3-2 포메이션도 극단적 공격 축구에 가까웠다. 그동안 벤투 감독의 전술이 잘 통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공격진을 강조하느라 중앙 미드필더를 너무 적게 배치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브라질의 공격전개를 저지하기 위해 수비력 갖춘 미드필더를 다수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주도를 다소 포기한 벤투 감독이 어떤 전술적 해법을 쓸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다. 벤투 감독이 장차 월드컵 본선 등 수준 높은 무대에서어떤 축구를 할지 미리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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