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남자 축구대표팀에 도입한 축구는 홈에서 막강한 반면 한국을 떠나서 제대로 통한 적이 드물다. 경기력 유지가 어렵기로 소문난 레바논은 벤투 축구의 적응력을 테스트할 좋은 무대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위치한 베이르투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2차 예선 H조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2승 1무로 조 선두에 올라 있다. 가장 어려운 경기로 꼽히는 레바논 원정에서 승리한다면 무난하게 1위를 지킬 수 있다.

레바논 원정은 이번 2차 예선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로 꼽을 만하다. 레바논은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달성하며 아시아 경쟁력을 증명해 온 팀이다. 북한, 스리랑카, 투르크메니스탄에 비해 전력이 위다. 최근 4차례 원정에서 1승 2무 1패에 그치며 동등한 전적을 기록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은 홈과 원정(중립국 포함) 경기력이 큰 격차를 보이는 일관적인 패턴을 유지했다. 홈에서는 세계적인 강호를 불러 평가전을 가져도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경기 지배력이 발휘됐다. 반면 원정에서는 약팀일지라도 쉽게 잡아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한국을 떠나 치른 11경기 중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한 건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우즈베키스탄을 4-0으로 꺾은 경기 단 1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머지 10경기에서는 5승 4무 1패를 기록했는데 승리한 경기에서도 아시아 팀 상대로 경기 전체를 압도하기 힘들어했다.

특히 예선이 시작된 뒤 최근 두 차례 원정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북한을 상대로 1승 1무에 그쳤다. 두 경기 중 경기를 지배한 건 투르크메니스탄전 전반 45분 정도에 불과했다. 벤투 감독은 이 경기 중 전술변화를 준 것이 오히려 경기력을 떨어뜨렸다며 자신의 패착을 인정한 바 있다.

벤투식 축구는 제대로 작동될 때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이끌어내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다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왔다. 벤투 감독이 지속적으로 지시하는 유연한 포지션 변화, 상대 수비대형을 흔든 뒤 빈틈을 찌르는 전술적 승리, 수비할 때 자신의 위치에 따라 각 선수가 빠르게 역할을 인식하는 것 등 다양한 필수요소가 홈에서만 구현되곤 했다. 한 대표 선수는 ‘풋볼리스트’를 통해 “북한 선수들은 아예 축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 환경이 정상적인 축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벤투식 전술은 급격하게 힘을 잃는다.

전례를 볼 때 바레인은 원정의 어려움이 극대화되는 곳이다. 경기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살벌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고, 한국 골키퍼를 향한 레이저포인터 공격 등 관중들의 방해 공작도 종종 일어난다. 잔디 상태가 엉망이라 기술적인 축구가 불가능한 날도 많았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플랜 A' 전술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몇 가지 대체 전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 투입, 수비력보다 어시스트 능력에 기량이 편중된 이강인의 선발 투입 등이다. 그러나 이런 전술은 아직 실전 중에서는 홈에서 열린 스리랑카전에서만 쓰였다. 앞선 두 원정에서 모두 벤투 감독의 '플랜 A'에 따른 선수 구성과 전술을 썼다.

거꾸로 바레인에서 벤투식 전술이 잘 작동한다면, 한국은 앞으로 어느 나라 원정을 가든 준비한 플레이를 잘 펼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갖게 된다. 바레인 원정은 벤투식 전술의 적응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경기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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