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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빅4?] 레스터: 캉테 팔아도, 맥과이어 팔아도 점점 강해지는 마법의 팀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11.11 16:34

<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순위표를 보면 일종의 ‘빅 4’ 체제가 보인다. 4위 맨체스터시티와 5위 세필드유나이티드의 승점차가 8점이나 되니까. 그런데 빅 4의 면면이 좀 이상하다. 맨시티가 4위까지 떨어져 리버풀이 독주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이상하고, 2위가 레스터시티라는 것과 3위가 영입금지 징계를 받은 첼시라는 것도 이상하다. 이들이 4강을 구성하게 된 사연을 한 번 짚고 넘어가자.>

 

▲ 현재 승점 : 26점(8승 2무 2패) 2위

 

▲ 얼마나 좋은 성적인가 : 한 마디로, 우승을 차지했던 2015/2016시즌과 맞먹는 성적이다. 우승 시즌의 12라운드 성적은 7승 4무 1패로 승점 25점이었다. 이번 시즌이 1점 더 높다. 그밖에는 12라운드 승점이 20점을 넘은 적이 드물다. 2016/2017시즌 12점, 2017/2018시즌 13점, 2018/2018시즌 17점이었다.

 

▲ 대체자 영입이 완벽한 팀

레스터가 기적의 우승을 차지했던 4시즌 전 주전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 수비수 로베르트 후트, 웨스 모건, 대니 심슨, 크리스티안 푸흐스, 미드필더 대니 드링크워터, 마크 알브라이턴, 은골로 캉테, 리야드 마레즈, 공격수 제이미 바디, 오카자키 신지. 이들 중 이번 시즌 팀에 없는 선수가 6명이고, 노장이 되어 후보로 밀린 선수가 2명이다. 여전히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3명에 불과하다. 레스터는 큰 폭의 물갈이를 겪은 팀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EPL 10위 이상을 차지할 만한 전력을 유지했다. 중원의 핵심이었던 캉테와 드링크워터가 차례로 첼시 유니폼을 입었지만 윌프레드 은디디, 유리 틸레망스가 완벽하게 대체했다. 마레즈의 담당이었던 ‘돌격대장’ 역할은 포지션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제임스 매디슨과 하비 반스가 잘 메워주고 있다. 우승 이후 각광받았던 해리 맥과이어가 고작 두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뒤 이적료 8,000만 파운드(수비수 세계 최고 기록)를 남기고 떠났지만 조니 에반스, 차글라르 쇠윤추로 대체된 중앙수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 손흥민 알아봤던 8년 전 스태프, 지금은 레스터 스카우트 담당

레스터의 성공 비결은 ‘첼시 출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레스터의 수많은 영입 성공작을 만들어 낸 스카우트 담당자는 잉글랜드에서 명성이 높은 스티브 월시로, 첼시에서 일하던 시절 잔프랑코 졸라와 디디에 드로그바 등을 영입했던 인물이다. 레스터에서는 마레즈, 바디, 캉테 등의 대형 성공작을 만들어낸 뒤 2016년 떠났다. 월시가 에버턴으로 이직한 뒤 능력을 증명하는데 실패를 겪은 반면 레스터는 ‘스카우트진 물갈이’에 성공했다.

브랜던 로저스 감독 선임 역시 첼시 출신을 잘 활용하는 전문가 문화 속에서 파악하면 이해하기 쉽다. 레스터는 지난 2월 셀틱을 지휘하던 로저스 감독을 선임했다. 로저스 감독이 리버풀과 셀틱에서 마냥 호평만 받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레스터가 선임한 건 로저스 한 명이 아니었다. 로저스를 비롯해 셀틱에서 로저스와 함께 했던 코칭 스태프가 대거 레스터로 합류했는데 대부분 호평을 받고 있다. 역시 첼시 실무자 출신의 비중이 높다.

현재 선수 영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은 데이비드 밀스 총괄 스카우트와 리 컨저턴 1군 선수 영입 담당으로 알려져 있다. 밀스는 월시가 주도하던 시절부터 스카우트를 담당했고, 심슨과 드링크워터를 비롯한 맨유 출신 선수들을 데려와 팀의 주축으로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인물이다.

컨저턴은 첼시 스카우트 담당자 시절 2군 감독이었던 로저스와 긴밀한 인연을 맺었고, 당시 다니엘 스터리지를 발굴했다. 이후 2011년 독일의 함부르크가 첼시 출신 실무자를 여럿 영입할 때 합류했다. 함부르크에서도 컨저턴의 업무는 유소년 발굴이었다. 이때 손흥민의 1군 발탁을 찬성했던 내부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손흥민과 레스터가 동시에 잉글랜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스코틀랜드 일간지 ‘스코트맨’은 자국 출신 컨저턴이 레스터와 손흥민의 연결고리라는 점을 부각시킨 기사를 쓰기도 했다.

발굴뿐 아니라 육성에도 레스터는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비수였던 1군 수비 코치 콜로 투레가 센터백들에게 일대일 강습을 해 주며 수비력 향상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레스터는 단 8실점만 내주며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 중이다.

 

▲ 돌풍을 넘어 ‘오래 가는 강팀’을 향해

레스터의 경영 점수는 ‘A+’다. 모든 포지션에서 큰 수익을 남기면서 대체자를 완벽하게 수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과이어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는 터키 출신 센터백 쇠윤추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영입할 때 이적료가 1,900만 파운드(약 284억 원)에 불과했다. 마레즈를 6,000만 파운드(약 895억 원)에 맨체스터시티로 넘긴 뒤 유소년팀 출신 반스로 그 자리를 메웠다. 그밖에도 측면 수비와 공격을 오가며 ‘강팀 킬러’로 활약 중인 히카르두 페레이라 등 성공작이 많고, 돈을 낭비한 영입이 드물다.

남은 건 32세로 어느덧 노장이 된 바디의 대체자 정도다. 바디가 이번 시즌까지는 훌륭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3,000만 파운드(약 447억 원)를 투자해 영입한 아요세 페레스가 측면과 중앙 공격을 오가며 차세대 득점원의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를 받고 있다. 바디의 자리까지 잘 메울 수 있다면 레스터는 앞으로도 꾸준히 EPL 강팀으로 남을 수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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