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 이야기만 잔뜩 했는데, 여대생 경연대회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에서 국내 2위인 덕(德)을 수상했다. 축구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장현정 씨는 “나중에 어려운 선수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웃고 있었지만 진지했다.

장현정 씨는 대학생으로서 시간 날 때마다 축구장 소식을 전하는 활동을 해 왔다. 대학축구 소식을 전하는 ‘U-리그캠’ 활동부터 인터넷 방송 ‘뽈리TV’ 소속으로 경험한 K리그 관련 활동, 축구장 장내 아나운서 등을 모으면 축구장에 사는 수준이었다. 9월 열린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한국 대회 참가를 결심한 것도 축구 때문이라고 했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소년 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 그들에게 다시 축구화를 신겨주자는 것을 취지로 출전했다. 아직 24살 대학생이라 그런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선한 영향력이 생기면 내 뜻에 많이 동참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그런 친구들을 도와주는 게 목표다.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축구팬으로서 장현정 씨의 팬심은 ‘중증’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이벤트에 당첨돼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소속이던 박지성의 경기를 보러 갈 수 있었고, 당시 사인 받은 유니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회장 때는 집 근처 FC안양이 창단하자 선수들이 학교에 찾아와 클리닉을 해 달라는 편지를 써서 실제 활동을 성사시켰고, 이 즈음부터 안양 팬이 됐다. 대학생 때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U-리그캠은 공중파 방송에서도 영상을 가져다 쓸 정도로 대표적인 대학축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가 좋아서 체대입시를 준비하다가 인대 파열로 좌절된 경험도 있다.

“태백에서 열리는 대학축구를 취재하러 가 보면 집안에 돈이 부족해서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학기까지 축구 하고 그만 할 거다. 지금 이게 마지막 인터뷰다’라는 말을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최소한 대학교 때까지는 돈 걱정 없이 축구를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집안이 어려운 선수들의 경우에는 축구로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을 경우 꿈에 본격적으로 부딪쳐보지 않고 그만두는 길을 택한다. 그게 정말 안타까웠다. 나보다 어리거나 내 또래들인데. 그들의 사연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게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에 참가한 계기였다.”

축구선수들을 돕겠다는 취지는 본선에서 장현정 씨의 특색이자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현역 선수, 은퇴 선수들로부터 응원 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했다. 장현정 씨는 자신의 행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더 열심히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숭실대 축구부도 투표 참여 등으로 지지해 줬다.

“본선 과정 중 포럼이 여러 번 있었다. 평화포럼에서 내가 수상했는데, 그때 드로그바 이야기를 했다. 드로그바가 코트디부아르 내전을 1주일만이라도 멈추자고 호소해서 실제로 그렇게 된 일(2005년 10월) 있지 않나. 그 일을 소재로 ‘전쟁도 멈추는 축구의 힘’이라는 스피치를 했다. 마지막에는 ‘제가 드로그바는 될 수 없지만 한국의 장록바가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나는 평화 하면 드로그바가 먼저 생각나는데,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에서는 아주 신선했던 것 같다.”

장현정 씨는 국내 2위인 ‘덕’ 입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올해 12월 열리는 세계대회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상만으로도 어려운 축구선수들을 돕겠다는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 믿는다. “기존에 함께 활동했던 풋볼리스트 말고도 여러 매체의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이렇게 수상자로서 인터뷰를 하면서 축구선수들의 사연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미스 유니버시티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하게 되어 있는데, 축구 관련 활동을 제안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장현정 씨는 축구 아나운서가 되어 계속 그라운드에서 일하며 언젠가는 궁극적인 꿈인 장학재단 설립을 이룰 거라고 말했다. 웃고 있었지만 진지했다.

사진= 장현정 제공, 유튜브 '뽈리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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