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나폴리는 레드불잘츠부르크를 경기력 측면에서 압도하고도 결정력이 떨어져 무승부에 그쳤다.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위치한 산파올로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E조 4차전을 가진 나폴리와 레드불잘츠부르크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나폴리는 2승 2무로 조 2위, 잘츠부르크는 1승 1무 2패로 조 3위다.

잘츠부르크가 승점 1점을 딴 덕분에 남은 2경기에서 나폴리를 추격하는 것이 한결 할만해졌다. 이날 나폴리가 승리했다면, 잘츠부르크와 2위 그룹의 격차는 승점 6점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16강 진출이 좌절되는 상황이었다. 

황희찬이 종종 빛났다. 전반 11분 잘츠부르크의 에를링 홀란드가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었다. 황희찬이 칼리두 쿨리발리를 드리블로 돌파한 뒤 따낸 페널티킥이었다. 그밖에도 황희찬은 수세에 몰린 잘츠부르크를 이끌며 여러 번 역습 기화를 만들어냈다.

경기 전반을 볼 때는 로렌초 인시녜를 중심으로 한 나폴리의 공격이 훨씬 위력적이었다. 나폴리는 이날 슛 횟수에서 29회 대 12회로 잘츠부르크를 압도했다. 왼쪽에서 주장 인시녜가날리는 슛과 크로스, 적절한 패스 전개는 잘츠부르크가 갖지 못한 요소였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의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 오른쪽 미드필더 호세 카예혼의 빠른 판단력과 넓은 활동범위, 두 공격수 이르빙 로사노와 드리스 메르텐스의 기민한 침투 역시 나폴리가 한 수 앞서게 만들었다.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나폴리가 날린 슛 29회 중 잘츠부르크 문전으로 향한 것(유효슛)은 고작 4회에 그쳤다. 심각할 정도로 나쁜 결정력이다. 잘츠부르크는 한 술 더 떴는데, 홀란드의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유효슛이 하나도 없었다. 골문을 벗어난 슛의 숫자만 보면 나폴리가 18회, 잘츠부르크가 8회였다.

나폴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을 노렸다. 사실상 나폴리가 가진 공격 무기가 총동원됐다. 인시녜와 루이스를 중심으로 한 중거리 슛부터, 나폴리의 ‘필살기’인 인시녜의 크로스에 이은 카예혼의 헤딩, 로사노와 메르텐스의 침투에서 시작되는 연계 플레이, 후반에 교체 투입된 두 장신 공격수 아르카디우스 밀리크와 페르난도 요렌테의 헤딩 등 모든 공격 전개가 매끄러웠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도 골을 넣기 힘들어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나폴리에 합류해 아직도 적응기를 겪고 있는 로사노가 이날만큼은 결정력을 발휘했다. 로사노는 인시녜의 스루 패스를 받아 수비 한 명을 재빨리 제치고 골대 구석으로 낮고 빠른 슛을 꽂았다. 로사노의 특기다.

나폴리는 강팀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지만, 약팀을 만났을 때도 안정적으로 대승을 거두기보다 불안한 결정력과 수비력 때문에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다. E조 선두를 다투는 리버풀 상대로 승리하며 일찌감치 앞서나갔지만, 헹크와 잘츠부르크 상대로 각각 무승부를 한 번씩 거뒀다. 나폴리가 승점을 제대로 쌓지 못하는 사이 3승 1패인 리버풀이 조 선두로 올라섰다.

나폴리는 지난 시즌에도 UCL 조별리그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아깝게 조 3위로 탈락한 바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결정력 뛰어난 스트라이커 영입이 무산되자 다재다능한 공격수 로사노, 노장 스트라이커 요렌테를 영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둘 다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들이지만 결정력을 강화해준 건 아니었다.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쓰면서, 과거 4-3-3 포메이션을 운용하던 시절 주요 득점루트였던 인시녜와 카예혼의 골이 줄어들었다. 인시녜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슛하던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 경기장을 넓게 쓸 것을 요구받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날리는 슛의 위력이 떨어진다. 카예혼의 경우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문전과 먼 곳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나폴리는 대체 득점루트가 필요한 상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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