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뒤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유벤투스뿐 아니라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이탈리아의 절대강자 유벤투스가 손흥민을 노린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벤투스의 풍부한 자금과 손흥민의 치솟는 가치가 만나 자연스럽게 불거진 이적설이다.

유벤투스는 10월 중순 주주총회를 가졌다. 여기서 유벤투스를 유럽 최고 구단으로 올려놓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주식을 추가 발행해 유상증자 형태로 구단에 3억 유로(약 3,893억 원) 수익을 안겨주기로 했다. 

유벤투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구단들은 모기업에 돈이 있어도 투자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많은 잉글랜드 팀들이나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처럼 구단의 높은 인기로 인한 '축구적 수익'이 충분할 경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을 준수하면서 고액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팀은 FFP가 요구하는 대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고, 인건비 비중도 통제해야 징계를 피할 수 있다.

유벤투스가 이번 여름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듯 보였던 것도 FFP를 준수하기 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벤투스는 지난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올해 마티스 더리흐트 등 슈퍼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나머지 포지션의 약화를 감수했다. 유망주 공격수 모이세 켄을 에버턴으로 이적시키고, 풀백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를 AS로마로 보낸 뒤 이들의 대체자를 사지 않았다. 수입을 늘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자금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여름 파울로 디발라의 방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을 정도였다. 

현재 자금 사정을 그대로 끌고간다면 '호날두의 기량이 꺾이기 전에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한다'는 당면 과제를 달성하기 힘들다. 호날두는 이미 34세다. 급히 선수를 충원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 쓰기로 했다.

이번 영입 대상은 호날두처럼 전성기가 곧 끝나는데다 이적료 회수가 힘든 선수여서는 곤란하다. 더 오랜 기간 동안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추후 더 비싼 이적료로 다른 구단에 팔 수 있는 여지도 있어야 한다. 호날두가 '현재만 보는' 대형 영입이라면, 이번에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는' 영입이 필요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가장 먼저 부각된 영입 후보가 킬리앙 음밥페다. 음밥페는 2017년 AS모나코에서 PSG로 이적하면서 이미 1억 3,500만 유로(약 1,752억 원)나 되는 이적료를 기록했다. 당시 PSG는 FFP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임대 후 완전이적 형식으로 이적료 지급을 미뤘는데, 임대료를 포함한다면 음밥페의 몸값은 사실상 1억 8,000만 유로(약 2,336억 원)였다. 

유벤투스가 음밥페를 영입한다면 3억 유로(약 3,894억 원) 이상을 지불하며 세계 이적료 신기록을 경신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충원한 자금을 한 선수의 이적료로 모두 쓰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다른 선수를 영입할 자금도 남겨둬야 하고, FFP를 감안해 연봉에 쓸 자금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음밥페 이후 거론되는 좀 더 현실적인 영입 대상이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음밥페만큼 어리지는 않지만 27세로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활약할 수 있다. 기량을 잘 유지한다면 2, 3년 뒤 이적료를 거의 회수하거나 오히려 더 받고 다른 구단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손흥민의 에이전트가 이탈리아행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소문이 더 커졌다.

다만 유벤투스가 관찰하는 선수는 손흥민만이 아니라, 유럽 정상급 공격자원 거의 전원에 걸쳐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최근 열린 리버풀과 토트넘홋스퍼의 경기에 유벤투스가 스카우트를 파견했다고 전했다. 이 스카우트의 관찰 대상으로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 모하메드 살라가 거론됐다. 사실상 최근 이적설이 있거나 이탈리아 무대와 엮을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이 당연하다는 듯 거론된 기사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자국에서 불거진 이적 시도를 빠르게 포착하는 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손흥민의 유벤투스행 관련 보도는 영국발 기사를 이탈리아 매체가 받아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토트넘의 준우승 돌풍을 이끌었다. 토트넘의 간판 스타 해리 케인이 토너먼트 대부분을 부상으로 걸렀기 때문에 손흥민이 공격진의 간판 스타였다. 이번 시즌에도 이미 5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은 지금 가장 떠오르는 빅 리그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유벤투스가 손흥민 한 명에 집중한다기보다, 유벤투스가 '실탄'을 쥐고 있을 때 당연히 노려야 할 공격수로 손흥민이 지목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유벤투스뿐 아니라 이적자금이 풍부하고 공격진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어디든 손흥민과 연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손흥민이 현재 활약상을 유지한다면, 만약 토트넘을 떠날 경우 팀을 골라 갈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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