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광주FC 공격수 엄원상은 프로 2호골을 넣은 뒤 청소년대표팀 '절친'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약속한 U20 대표팀 기념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광주는 27일 '하나원큐 K리그2 2019' 34라운드 수원FC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엄원상은 후반 3분 여름의 스루 패스를 받아 빠르게 문전으로 드리블한 뒤 각도가 좁은데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찬 슛으로 득점했다. 엄원상의 장점인 특기와 과감한 마무리가 잘 드러났다. 올해 K리그에 데뷔한 엄원상의 프로 2호골이다.

엄원상은 득점 후 관중석을 향해 손가락 인사를 해 보였고,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한 번 더 팬들에 대한 감사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 게시물에 '댓글 빌런'들이 스멀스멀 등장했다. 첫 인물은 '2019 폴란드 U20월드컵'부터 엄원상을 잘 따랐던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은 가위와 주먹 모양 이모티콘 뒤 물음표를 잔뜩 찍었다. 그리고 이재익, 이규혁, 이지솔 등 친한 동료들을 더 '소환'했다.

엄원상은 29일 '풋볼리스트'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받자 풋 웃으며 설명했다. "U20 월드컵 동료들에게 내가 제안을 했다. 골을 넣으면 한 손으로 2, 다른 손으로 주먹을 들어서 U20 기념 세리머니를 이어가자고. 그리고 프로 데뷔골(9월 안산전)을 넣고 내가 그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안 했다고 다들 그러는 거다."

엄원상은 댓글을 통해 이강인에게 뼈를 때리는 반격을 날렸다. 자신이 릴레이 세리머니를 시작했는데 그 사이 골을 넣은 다른 선수가 없었다며, 자기 혼자 계속 할 수는 없지 않냐는 말이었다. 이강인에게 "애기야 너가 다음에 해"라고 이야기했다. 이강인은 잠시 후 '골 못 넣어서 미안해'라고 '불쌍한 척' 전략을 써 보였다.

늘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인 엄원상, 형들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이강인은 U20 대표 소집 기간 내내 티격태격하며 친하게 지냈다. 엄원상은 "강인이가 스페인에서 심심하게 지내서 그런지 우리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연락도 종종 온다. 최근에는 강인이의 A대표팀과 내가 소집된 올림픽대표팀이 같은 호텔을 써서 오랜만에 얼굴도 봤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에는 U20월드컵에서 역대 한국 남자 대표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뒀고, 광주는 K리그2 우승 및 승격을 달성했다. 최고의 시즌처럼 보이지만 엄원상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U20 소집의 반대급부로 광주에는 전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은 광주에서 좀 어정쩡했다. 내가 없는 동안 형들이 워낙 잘 해 줘서 좋았지만, 내가 없는 게 티도 안 났다. 수원FC전은 나를 비롯해 그동안 선발 출장 못 하던 선수들이 많이 뛴 경기였다. 그래서 내심 걱정하며 경기장에 들어갔지만, 우리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엄원상은 김학범 감독의 U22 대표팀에도 선발되고 있다. 오세훈, 전세진 등 U20 대표 동료들과 함께 2년 월반해 내년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 선발을 노리고 있다. 눈 앞의 목표는 예선격인 '2020 AFC U23 챔피언십'이다. 

"김학범 감독님은 정정용(U20) 감독님과 다른 스타일이다. 정 감독님이 점유와 역습을 준비하셨다면, 김 감독님은 계속 전방으로 공을 투입하신다. 새로운 감독님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계속 내 능력을 증명하고 싶다."

연령별 대표와 K리그2에서 쌓은 경험은 내년 K리그1 활약의 밑바탕이다. "K리그1은 수준이 한 차원 높다고 안다. U20월드컵에서는 큰 기대가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했고, K리그2에서는 형들과 경쟁하며 그들의 경험에서 배웠다. 내년엔 프로 선수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엄원상 인스타그램 캡처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