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겸손한 병사는 전쟁에서 반드시 이긴다”

울산현대의 김도훈 감독이 우승 레이스의 막바지를 향하면서 ‘겸병필승(謙兵必勝)’의 정신을 되뇌었다. 겸손한 병사는 전쟁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뜻으로, 경쟁팀 전북현대에 승점 3점 앞서고 있지만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단 김도훈 감독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울산은 지난 26일 ‘하나원큐 K리그1 2019’ 35라운드 경기에서 강원FC를 2-1로 꺾고,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날 전북이 FC서울과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강원전 승리의 가치는 배가 됐다. 승점 75점을 기록한 울산은 1점으로 아슬아슬했던 전북(승점 72)과의 격차를 3점으로 벌렸다.

29일 네이버 라디오 ‘풋볼앤토크K’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김도훈 감독은 “전북과 서울의 경기가 종료된 뒤 우리와 강원의 경기가 시작됐다. 전북이 이기든 지든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면서 “사람 마음이란 게 전북이 좋은 결과를 얻지 않길 바라게 되더라. 전북의 무승부를 알고 들어갔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악착같이 뛴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주니오의 공이 컸다. 주니오는 강원전에서 10분 만에 멀티골을 기록했다. 18골로 타가트를 따라잡아 공동 득점 선두가 됐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은 주니오가 문전에서 좀 더 높은 결정력을 보여주길 바랐다. 주니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찬스가 오면 넣어야지”라고 웃던 김도훈 감독은 “문전에서 좀 더 집중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음 경기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까닭에 2경기가 남았는데, 간절함이 필요하다”며 주니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했다.

2005년 이후 K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한 울산은 올 시즌 리그 우승에 사활을 걸었다. 김보경, 윤영선, 신진호, 주민규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불러 모았고, 리차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불투이스를 영입했다. 아직 3경기를 남겨뒀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지만, 울산은 일단 전북에 승점 3점을 앞서며 14년 만의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전북과 마지막까지 좋은 승부를 하고 싶다”던 김도훈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우승을 다 해봤다. 감독으로 우승을 하는 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정말 우승하고 싶다. 팬들도 그렇고, 선수단, 구단 관계자들까지 올해는 꼭 우승하자며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있다.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 좋은 분이더라. 그러나 올 시즌은 울산이 너무 간절하다”며 우승을 향한 절실함을 드러냈다.

이제는 3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트로피의 주인이 가려진다. 울산은 11월 3일 FC서울 원정경기를 치른 뒤, 전북, 포항스틸러스와 차례로 홈 2연전을 갖는다. 김도훈 감독은 “다른 경기를 신경 쓰는 것보다 우리가 어떤 경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서울과 할 때 작년보다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원정이라 힘든 경기가 예상되지만 선수들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작년은 우리 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을 축하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반드시 우리가 홈에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예가 취미인 김도훈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펼치라는 의미로, ‘청야(靑野)’를 호로 정했다고 한다. 김도훈 감독은 “동적인 운동을 하다 보니 정적인 걸 많이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서예를 하게 된 것”이라면서 “좋은 글귀를 보고 적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겸손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겸병필승’이란 사자성어와 나 스스로 준비가 돼있어야 적을 이길 수 있다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올 시즌 그라운드 위에서 우승을 향한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김도훈 감독의 바람은 하나다. “팬들과 선수, 구단 관계자 등 울산 식구들과 마지막에 다 같이 웃고 싶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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