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유지선 기자= “감독님이 저희와 한 약속을 지켜주셨다. 이제는 우리가 감독님께 한 약속을 지킬 차례다” (인천유나이티드 김호남)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35라운드 경기에서 인천이 수원삼성과 1-1로 비기고 값진 승점 1점을 챙겼다. 인천은 전반 23분 타가트에게 실점해 끌려갔지만, 후반 추가시간 명준재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호남은 “일주일 동안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를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실수로 실점했을 뿐,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가 된 마음이 느껴진다. 팬들도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시지 않는가. 인천 선수들은 정말 안 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도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유 감독은 지난 주말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유 감독은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팀을 직접 지휘했다.
벤치에 돌아온 유 감독은 “인천 구단에서는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추스를 것을 권했다. 그러나 중요한 시기인데, 끝까지 하고 싶다고 내가 우긴 것”이라면서 “병원에 있는 것보다 현장에 있는 것이 회복이 빠르고 더 좋을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벤치 복귀는 선수들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셨는데, 저희와 한 약속을 지키셨다”던 김호남은 “약속을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제는 선수들이 감독님께 한 약속을 지킬 차례다. 감독님과 올 시즌 우리의 축구를 하면서 꼭 잔류하자는 약속을 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현재 인천은 승점 30점으로 10위에 올라있다. 경남FC가 승점 29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남은 3경기에서 현 순위를 지킨다면 유상철 감독과 약속한 잔류를 이뤄낼 수 있다. 인천은 다음 주말 제주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김호남에겐 남다른 원정길이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제주에서 인천으로 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심한 마음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김호남은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라면서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다 잊어버리고, 강등 탈출 경쟁을 하는 상대 중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신무장을 하고 경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도록 하겠다”며 제주전 승리만을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으로의 트레이드를 시작으로 김호남에겐 최근 4개월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힘겨운 생존 경쟁을 이어가던 중 유 감독의 건강 악화 소식이 전해졌고, 10월 초에는 쌍둥이가 태어나아빠의 삶도 시작됐다.
“인천에 합류한지 이제 4개월 차인데. 감동을 참 많이 받는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오면서 받았던 감동 이상으로 많은 감동을 받고 있어서 인생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기분”이라던 김호남은 “아기들이 2시간에 한 번씩 깨다보니, 아내가 운동선수는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며 친정으로 내려가 있다. 올 시즌은 아기들이 보고 싶더라도 참아야 한다(웃음). 아내가 희생하면서 잔류에 집중하라고 했는데,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잔류해야 할 이유가 참 많다”고 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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