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화성] 김정용 기자= 김신욱은 골을 넣을 때마다 더 많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한껏 욕심을 부린 끝에 한 경기 4골 기록을 세웠다.

10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화성 종합 경기 타운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경기를 가진 한국이 스리랑카를 8-0으로 꺾었다.

풀타임을 소화한 김신욱은 머리로 2골, 발로 2골을 넣어 총 4골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 선수가 한 경기 4골 이상을 기록한 건 2003년 박진섭이 기록한 한 경기 5골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이다.

김신욱은 “부끄럽다. 동료들이 잘 만들어 준 덕분이다. 황의조가 그동안 잘 해 줬는데, 내가 뛰는 것 때문에 팀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라는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4득점 소감을 묻자 “기록이라고 하니까 아무튼 기뻐해야 할 것 같다. 동료들 덕분이고 고맙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19개월 만에 대표팀 득점에도 불구하고 그리 기뻐하지 않는 듯 보였던 건 다음 골을 또 넣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했다.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하고 더 멋진 경기를 했어야 하는 경기였다. 90분이 되도록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래서 세리머니도 그렇게 됐고, 그다지 기쁘지 않았던 것 같다.”

김신욱이 돌아온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감독 아래서 리빌딩이 진행 중이다. 이날 처음 호흡을 맞춘 이강인에 대해 김신욱은 “이강인이 내게 말을 많이 거는데 부담스럽다. 함께 있기만 해도 주목을 받으니까. 축구를 참 잘 한다. 어렸을 때 본 이청용, 구자철처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오늘 함께 축구해서 기뻤다. 후배들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선배로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때 대표팀 ‘후보 라인’으로서 서로를 위로하던 사이였으나 이제 어엿한 주장이 된 손흥민에 대해 “손흥민과 함께 뛴 게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함께 뛰니까 재미있었다. 손흥민 같은 선수와 함께 축구한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었고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 앞으로 주장을 중심으로 더 멋진 경기 하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15분 교체되면서 김신욱에게 주장을 물려줬다. 완장을 천천히 채워주고 걸어나가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신욱은 “주장 완장 처음 찼다. (받으러 가는 것 같았다는 말에) 아니다. 원래 (김)민재에게 차라고 했는데 민재가 안 찬다고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신욱은 2차 예선이 어색하다. 보통 상대하기 어려운 팀을 만났을 때 쓰는 후반 조커용으로 취급돼 왔기 때문에 약체를 상대할 때는 오히려 선발되지 않곤 했다. 김신욱은 “이런 약팀과 경기한 게 처음이다. 2차 예선 자체가 처음이다. 보통 2차 예선 때 안 뽑히다가 3차 예선에 뽑히곤 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상대 선수 키가 크든 작든, 별로 없다. 동료들이 잘 만들어줬으니까 많이 넣은 거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15일 북한의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경기장에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인조잔디 경기장이라 선수들에게 어색한 환경이다. 정상적ㅇ니 패스 플레이가 안 될 경우, 김신욱을 향한 롱 패스가 많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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