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화성] 김정용 기자= 상대가 슛을 하지 못하면 골키퍼는 샤워도 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보통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조현우는 스리랑카전 이후 정말로 샤워를 하지 않았다.

10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화성 종합 경기 타운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경기를 가진 한국이 스리랑카를 8-0으로 꺾었다.

한국은 압도적인 전력차를 바탕으로 편안한 승리를 거뒀다. 풀타임을 소화한 골키퍼 조현우에게 슛이 날아오지 않았음은 물론, 후방부터 빌드업이나 골킥을 할 일조차 거의 없었다. 후반전 오랜만에 조현우가 공을 잡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다. 조현우는 “그 환호성 들었다. 기분 좋더라”라며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경기 중 아무리 활약이 적었더라도 골키퍼 역시 샤워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워밍업 때는 비교적 격렬한 운동을 하는데다, 그라운드에서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몸에 먼지는 묻는다. 그러나 조현우는 “샤워를 안 했다. 스리랑카가 약해서 그랬다는 게 아니라, 날이 추워서 파주로 복귀하자마자 씻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선발 멤버 중 샤워를 하지 않은 건 조현우 뿐이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조현우의 머리는 경기 전 세운 모양 그대로였다.

조현우는 “우린 파울루 벤투 감독님의 이야기대로 처음부터 상대를 존중하며 경기했다. 경기 내내 상대를 존중했다. 이런 경기에서 골키퍼가 뒤에서 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무대는 평양이다. 대표팀은 13일 출국해 중국의 베이징을 거쳐 14일 북한에 도착한다. 1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세 번째 월드컵 예선을 치른다. 조현우는 “그동안 북한전은 준비하지 않고 스리랑카전만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끝났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북한과의 경기를 준비하겠다. 어떤 골키퍼가 나오더라도 승리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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