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희찬, 황의조 등 유럽파 공격자원들이 물오른 득점력을 갖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의 계획과는 다른 포지션에서 터진 골이기에 전술적인 조합은 오히려 힘들어졌다.

지난 주말 두 황씨 유럽파 공격수가 나란히 득점을 올렸다. 황의조는 6일(이하 한국시간) 보르도가 툴루즈를 상대한 2019/2020 프랑스리그앙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을 넣었다. 보르도가 3-1로 승리했다. 황희찬은 6일 라인도르프알타흐를 상대한 오스트리아분데스리가 10라운드에서 1골을 기록해 6-0 승리에 일조했다.

황의조, 황희찬을 비롯한 A대표팀은 7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소집돼 10일 스리랑카, 15일 북한을 상대로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갖는다. 각 선수들의 최근 활약상을 점검해 온 벤투 감독은 이들을 한 팀으로 묶어내야 한다.

황희찬은 소속팀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리그 5골 6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총 8경기, 그중 5경기는 교체 출장하며 올린 기록이다. 약 31분 당 1개의 공격 포인트라는 엄청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도 2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2골 3도움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 중 1골 1도움은 ‘유럽 챔피언’ 리버풀 원정에서 기록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리그의 수준이 떨어져 득점하는 것’이라는 폄훼도 불가능해졌다.

문제는 황희찬을 측면이나 후방으로 보내려는 벤투 감독의 시도와 달리, 황희찬은 최전방에서만 힘을 쓴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황희찬은 엘링 홀란드, 패트슨 다카 등 파트너를 바꿔가며 꾸준히 투톱으로 뛰었다. 투톱 중에서도 상대 진영을 헤집으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황희찬의 파트너는 주로 득점에 집중하는 ‘정통파’ 공격수들이었다.

반대로 벤투 감독이 신뢰하는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유럽 진출 후 윙어로 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보르도에서 8경기를 소화했는데 그중 스트라이커였던 건 2회에 불과하다. 나머지 8경기는 좌우 측면에서 주로 뛰었다. 가장 최근 득점을 올린 6일 툴루즈전의 경우 이론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표기되지만 3-4-3 포메이션의 왼쪽 윙어에 가까웠다. 2골 1도움 중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기록한 건 1골뿐이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황의조는 스트라이커로 간주하고 있다”고 공언했지만 소속팀에서 계속 측면을 소화한다면 대표팀에서만 최전방에 배치되는 게 어색해질 수도 있다. 황의조의 가장 큰 무기는 상대 수비 뒤로 돌아들어가는 배후 침투, 그리고 견제가 없을 때 골문과 먼 곳에서도 날릴 수 있는 정확한 슛이다. 이 무기는 최전방에서만 발휘되는 건 아니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모습을 기준으로 본다면 손흥민과 황희찬이 공격수로 뛰고, 오히려 황의조가 2선으로 내려가는 것도 가능하다. 벤투 감독이 이제까지 고수해 온 황의조 스트라이커 체계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아직 공격 자원들의 시너지 효과가 난 적은 없다. 황의조가 골을 넣으면 손흥민이 무득점에 그치는 경우가 반복됐고, 황희찬은 아예 주전 구상에서 배제돼 있었다.

현재 한국 공격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보여주는 경쟁력은 전에 없던 수준이다.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여기에 공격적인 미드필더 이강인과 권창훈, 독일 2부에서 좋은 득점력을 보이고 있는 이재성까지 포함시킨다면 유럽에서 이번 시즌 골 맛을 본 공격자원이 6명이나 된다. 이달 초에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역대 최초 UCL 한 라운드 한국인 동시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퍼즐 맞추기는 쉽지 않다. 황희찬은 벤투 감독의 기존 구상과 달리 최전방에서만 힘을 쓰고 있으며, 주전 공격수 황의조는 소속팀에서 측면을 맡는다. 공격의 중심 손흥민이 여러 포지션을 오갈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 정도가 그나마 조합을 쉽게 만드는 요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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