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유지선 기자= 정산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전북현대전에 나섰던 인천유나이티드의 수문장 이태희가 죽기 살기로 뛰겠다며 인천의 잔류를 다짐했다. 

인천은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 33라운드 경기에서 전북현대와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인천의 유상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최근 실점이 많아 고민”이라고 했지만, 인천은 이날 '2위' 전북을 상대로 7경기 만에 무실점을 기록했다.

인천은 킥오프 직전에 불운한 소식이 들려왔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수문장 정산이 워밍업 도중 종아리 부상을 당한 것이다. 인천은 정산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태희가 부랴부랴 주전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정산이 후보 명단으로 교체됐지만, 사실 벤치에 이태희의 백업 골키퍼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태희도 돌발 상황에 적잖게 당황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태희는 “(정)산이 형이 워밍업하다 부상을 당해 못 뛴다고 하더라. 킥오프 직전에 출전 여부를 알게 되는 것과 미리 출전 여부를 아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긴장이 됐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황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이태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백업으로 준비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골키퍼 코치님도 전반전을 마치고 몸에 힘을 빼고 편하게 경기하라고 하시더라. 내가 긴장했던 게 다 보이셨나보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선발로 나서게 된 이태희는 제몫을 다해줬다. 전반 31분 김진수의 프리킥을 이동국이 헤딩 슈팅한 것을 선방했고, 후반 29분에는 로페즈가 문전에 슈팅하려는 것을 보고 재빨리 앞으로 나와 각도를 좁히며 막아냈다. 인천 수비진이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한 덕분에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했지만, 이태희의 번뜩이는 선방도 비결 중 하나였다.

유상철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출전 시간이 적었지만 (이)태희도 컨디션에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태희가 나가더라도 불안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경기였는데 잘 선방해줬다”며 흡족해했다.

하지만 정작 이태희는 만족스럽지 않다며 스스로에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무실점을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준비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던 이태희는 “형들이 수비를 잘해줘서 나에게 슈팅이 많이 오지 않았다”며 수비의 공으로 돌렸다.

주전 골키퍼 정산의 정확한 몸 상태와 전력이탈 여부는 7일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정산 골키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이태희의 어깨는 무거워진다.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올 시즌 생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11위에 이름을 올려둔 인천은 ‘최하위’ 제주유나이티드를 승점 3점차로 따돌렸지만, 아직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태희는 인천의 잔류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태희는 “최근 경기에 패하지 않으면서 선수단 내부적으로 ‘다 같이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더 생긴 것 같다. 특히 운동장에서 그런 모습이 더 느껴진다”면서 “인천이 절대 강등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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