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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1st] 36세 리베리 중심으로 유벤투스 압도한 피오렌티나 전술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9.16 15:52

[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뒤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유벤투스뿐 아니라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2전 전패 중이었던 최하위권 피오렌티나가 2전 전승을 달리고 있던 유벤투스를 압도했다. 그 바탕에는 36세 프랑크 리베리가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섬세한 전술이 있었다.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위치한 아르테미오 프란키에서 3라운드를 치른 피오렌티나와 유벤투스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결과는 무승부지만 경기 내용은 피오렌티나가 압도했다. 슈팅 횟수가 18회 대 8회였다. 유벤투스 슛 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3회를 독차지했으나 골에 근접한 장면은 없었다. 반면 피오렌티나는 리베리를 비롯해 왼쪽 윙백 다우베르트, 수비수 니콜라 밀렌코비치 등의 슛이 아슬아슬한 선방에 막혔다.

어느 정도 유벤투스의 불운도 있었다. 유벤투스는 전반 8분 핵심 윙어 더글라스 코스타의 부상으로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투입했다. 코스타는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기존 소속팀에서 중용했던 로렌초 인시녜(나폴리), 에덴 아자르(첼시)처럼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다. 코스타가 이탈한 뒤 유벤투스 공격은 지리멸렬해졌다. 심지어 미랄렘 퍄니치, 다닐루까지 연속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를 감안해도 피오렌티나 전술은 훌륭했다. 빈첸초 몬텔라 감독이 짜 놓은 판은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피오렌티나는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가장 특이한 건 최전방에 윙어인 페데리코 키에사, 리베리만 배치한 것이다. ‘가짜 9번’만 2명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가에타노 카스트로빌리, 밀란 바델리, 에릭 풀가르가 배치됐다. 좌우 윙백은 다우베르트, 폴 리롤라였다. 스리백은 마르틴 카세레스, 제르만 페첼라, 니콜라 밀렌코비치가 맡았다. 골키퍼는 마르톨로메이 드라고프스키가 책임졌다.

피오렌티나 전술의 핵심은 리베리였다. 리베리는 36세나 된데다 잦은 부상에 시달려 온 선수다.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왕년에는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 능력으로 ‘페라리’라는 별명도 있었던 선수지만 이제 장거리 드리블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피오렌티나에서도 이 경기가 첫 선발 출장이었다.

리베리가 잃어버린 에너지를 동료들이 대신 불어넣어 주는 것이 선수 조합의 핵심이었다. 다우베르트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리베리와 호흡을 맞췄다. 리베리가 좌중간에서 서서히 드리블하며 유벤투스 선수들을 유인하면, 다우베르트가 바로 옆에서 질주하며 리베리의 패스를 받는 패턴이 가장 강력했다. 리베리의 크로스를 다우베르트가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이 이날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리베리의 투톱 파트너인 키에사 역시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발한 드리블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피오렌티나는 유벤투스의 약점인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유벤투스는 사리 감독 부임 이후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센터백 마티스 더리흐트가 왼쪽에서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역시 빌드업이 미흡하다. 피오렌티나는 이 점을 간파하고 과감한 전방 압박을 통해 유벤투스 빌드업을 여러 번 무너뜨렸다. 이날 더리흐트의 패스 성공률은 80%에 불과했다. 아약스 출신 네덜란드 대표 센터백이라기에는 형편없는 수치였다.

다른 선수들의 운동량이 많은 가운데, 리베리는 영리한 위치 선정으로 압박에 공헌했다. 노련하게 유벤투스의 빌드업 길목을 끊었기 때문에 리베리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도 상대 빌드업을 방해할 수 있었다. 리베리는 이날 공 탈취 2회, 가로채기 1회를 기록했다. 심지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드리블을 향해 백 태클을 시도해 깔끔하게 공을 빼내는 묘기도 보여줬다. 블래즈 마튀디가 공을 끌자 순식간에 달려들어 공을 빼앗아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축구 도사의 풍모였다.

피오렌티나 미드필더들은 역할 배분이 잘 돼 있었다. 풀가르는 싸움닭처럼 중원을 종횡무진 누비며 공 탈취 4회(경기 최다)를 기록했다. 카스트로빌리는 좀 더 공격적으로 올라가며 속공을 지원했다. 카스트로빌리는 슛 3회(경기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피오렌티나 전술에도 한계는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 없이 윙어 두 명만으로 전방을 구성했기 때문에 측면 공격과 압박은 강했지만, 막상 득점 기회를 만든 뒤 마무리할 선수가 없었다. 피오렌티나는 이날 슛 18회 중 16회를 패스워크를 통해 만들어 낼 정도로 짜임새 있는 공격을 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전술을 유지해야 했던 몬텔라 감독은 후반 막판까지도 공격 숫자를 보강하지 않고 3-5-2를 유지했다. 피오렌티나가 좋은 경기력에 비해 결과를 만들지 못한 건 전술에 숨어 있던 불안 요소 때문이었다.

피오렌티나의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유벤투스의 경우 장차 갈 길이 멀다. 공격을 풀어줄 수 있는 선수가 코스타 한 명인데, 부상이 잦다. 3경기 중 벌써 두 번이나 경기 중 부상으로 빠졌다. 기술 좋은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 미드필더 중 패스 순환을 도울 만한 아드리앙 라비오와 애런 램지 등은 선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호날두는 갈수록 무기력해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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