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기 약 1시간 전, 공식 출전 선수 명단이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배포된다. 그런데 이번 A매치 2연전의 명단 공개 방식은 기존과 달랐다.

경기 전 공개되는 라인업은 기본적으로 코칭 스태프에게 전달 받는다. 한국은 11명의 명단뿐 아니라 포메이션까지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쓴다. 중요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U20 월드컵 당시, 축구협회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팬들은 첫 경기 포메이션이 3-5-2, 두 번째 경기 포메이션이 4-2-3-1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알 수 있었다. 이강인의 위치가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바뀌었다는 것도 알기 쉬웠다.

명단 공개 그래픽을 만드는 방식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프랑스는 한국처럼 포메이션을 통째로 공개한다. 프랑스가 가장 최근 가진 안도라전 선발 라인업은 올리비에 지루, 앙투안 그리즈만을 투톱으로 배치한 4-4-2였다. 반면 독일은 라인업만 제공한다. 잉글랜드는 라인업만 공개하며, 계속 남아있는 피드 기능이 아니라 24시간 이후 삭제되는 스토리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경기 이틀 뒤에는 확인할 수 없다. 한국처럼 포메이션까지 제공하는 축구협회는 기본적으로 팬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경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5일 치른 조지아와의 친선경기(2-2 무)는 라인업이 특이했다. 3-5-2 포메이션으로 그려져 있지만 왼쪽 윙백 김진수보다 오른쪽 윙백 황희찬이 더 공격 진영으로 전진한 비대칭 형태였다. 실제 경기에서는 수많은 팀이 비대칭으로 전술을 운용하지만, 경기 전 라인업까지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조지아전 라인업이 비대칭인 건 코칭 스태프에게 전달받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코칭 스태프가 비대칭 형태의 라인업을 그려 전달했기 때문에 실제 경기장에서 구현될 전술에 근접한 포진도가 나왔다. 한국은 A대표팀 뿐 아니라 각급 대표팀 모두 코칭 스태프에게 전달 받은 실제 전술로 라인업을 그려 공개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10일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첫 경기(2-0 승), 이번에는 한국의 전례와 달리 포메이션이 아닌 명단 11명만 공개됐다. 별도 그림 없이 글씨 위주로 이뤄진 게시물이었다.

역시 코칭 스태프의 요구사항이었다.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깜짝 4-3-3 포메이션을 썼다. 평소 쓰던 4-1-3-2와 같은 선수 구성으로 위치만 바꿔 투르크메니스탄의 허를 찔렀다. 이를 위해 포메이션을 킥오프 직전까지 비밀에 부치려 했다. 이 첩보전은 통했다. 한국은 4-3-3의 장점인 측면 공격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의 좌우를 두드렸고, 나상호의 선제골까지 만들어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경기 초반 한국 전술에 대응하지 못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은 늘 정보전에서 불리하다. 한국 선수들의 영상과 데이터는 쉽게 수집할 수 있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정보를 찾는 건 어렵다. 그러니 포메이션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기보다 조금이라도 전술을 비밀에 부치고자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코칭 스태프가 포메이션 공개를 꺼리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공식경기의 경우 어차피 선수 명단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만큼 포메이션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회를 앞둔 연습경기는 축구협회가 결과만 공개할 뿐 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포메이션을 썼는지 숨기는 경우가 많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A대표팀, 올해 U20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U20 대표팀 모두 연습경기에서 쓴 전술은 공개하길 거부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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