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버질 판다이크는 유럽 센터백들의 이적료를 폭등시키며 돈의 흐름까지 바꿨다. 실력을 넘어선 영향력이다.

30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추첨과 함께 진행된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서 리버풀 소속 수비수 판다이크가 2018/2019시즌 남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종 후보 3인 중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쳤다.

판다이크는 지난 시즌 실적에서 가장 앞섰다. UCL 우승팀 리버풀의 핵심 선수로서 팀 내 세 번째로 긴 출장시간을 기록했다. 탄탄한 수비에 더해 2골 2도움으로 공격 포인트도 팀 내 4위였다. 또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역대 준우승팀 최고 승점인 97점을 따내는 과정에서도 주축이었다.

판다이크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집요한 요구 끝에 영입된 선수다. 원래 리버풀은 2017년 여름 판다이크를 영입하려 했으나 사우샘프턴이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해가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결국 2018년 1월 리버풀에 합류했고, 즉시 리버풀의 경기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판다이크는 2018년 8,465만 유로(약 1,132억 원, 이하 트랜스퍼마크트 기준) 이적료를 기록했다. 갑자기 센터백 최고 이적료 기록을 큰 폭으로 경신했다. 센터백 최고 이적료는 2002년 리오 퍼디난드 이후 서서히 상승헤 왔다. 판다이크처럼 갑자기 기준을 바꾼 선수는 없었다.

센터백을 거액에 사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로 판명되자, 올여름에는 많은 팀이 앞다퉈 센터백 영입에 뛰어들었다. 판다이크는 최초로 8,000만 유로(약 1,070억 원) 넘는 이적료를 기록한 센터백이다. 그런데 올여름에만 판다이크보다 비싼 센터백이 해리 맥과이어, 마티스 더리흐트 두 명이나 나왔고 뤼카 에르난데스 역시 8,000만 유로에 거래됐다. 판다이크의 성공사례 이후 이적시장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는 걸 잘 보여준다.

그동안 많은 팀이 공격수는 비싸게 사도 센터백에는 돈을 아끼곤 했다. 그러나 퍼디난드 사례에서 보듯, 센터백부터 제대로 갖추고 보는 것이 때론 더 중요하다. 퍼디난드는 맨유에서 뛴 12시즌 동안 EPL 6회, UCL 1회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현재 맨시티가 리그 최강이 된 것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에 맞는 수비수들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이다.

판다이크가 UEFA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것도 센터백이 중시되는 흐름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2010/2011시즌 제정된 UEFA 올해의 선수는 앞선 8회 모두 공격적인 미드필더나 공격수에게 돌아갔다. 센터백이 이 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센터백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 판다이크 이적 이전 주요 센터백 이적료 기록

리오 퍼디난드(2002, 맨체스터유나이티드, 4,600만 유로)

다비드 루이스(2014, 파리생제르맹, 4,950만 유로)

엘리아큄 망갈라(2014, 맨체스터시티, 4,500만 유로)

존 스톤스(2016, 맨체스터시티, 5,560만 유로)

아이메릭 라포르트(2017, 맨체스터시티, 6,500만 유로)

 

▲ 판다이크 이적 및 이후 주요 센터백 이적료 기록

버질 판다이크(2018, 리버풀, 8,465만 유로)

마티스 더리흐트(2019, 유벤투스, 8,550만 유로)

해리 맥과이어(2019, 맨체스터유나이티드, 8,700만 유로)

뤼카 에르난데스(2019, 바이에른뮌헨, 8,000만 유로)

에데르 밀리탕(2019, 레알마드리드, 5,000만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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