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뒤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승우를 비롯한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안토니오 콘테 인테르밀란 감독은 첫 경기에서 로멜로 루카쿠처럼 기대를 모은 선수는 물론 딱히 주목받지 못했던 안드레아 라노키아, 안토니오 칸드레바까지 살려냈다. 무엇보다 마르셀로 브로조비치의 영향력이 엄청났다. 결과는 4-0 대승이다.

27일(한국시간) 쥐세페 메아차에서 세리에A 1라운드를 치른 인테르가 레체를 대파했다. 전반 21분 마르셀로 브로조비치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24분 스테파노 센시, 후반 15분 루카쿠, 후반 39분 칸드레바의 골까지 나오며 경기 내내 인테르가 높은 효율을 보인 경기였다.

인테르는 콘테 감독의 특기인 3-5-2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기대를 모은 영입생 중 니콜로 바렐라가 벤치로 물러났다. 대신 또 한 명의 영입생 미드필더 센시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공격수 루카쿠와 함께 새로 합류한 선수는 둘 뿐이었다.

인테르 미드필더들의 뛰어난 능력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기존 멤버 브로조비치의 영향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브로조비치는 모든 능력이 고루 발달한 올라운드 미드필더로 성장해 왔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준우승을 이끌며 널리 인정받았다. 지금은 세계 최고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브로조비치는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패스 성공률 92%를 기록했다. 개인 점유율 10.9%, 드리블 5회, 공 탈취 3회, 가로채기 3회, 유효슈팅 2회, 1골을 기록했다. 이 모든 부문이 경기 최다 기록이다. 패스, 공격, 수비 모두 만점 활약을 했다는 걸 잘 보여준다. 브로조비치가 3인분 활약을 한 덕분에 인테르는 안정적인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특히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다가도 딱 적당한 타이밍마다 문전으로 전진하는 모습은 브로조비치가 얼마나 지능적인 선수인지 잘 보여줬다.

브로조비치의 탄탄한 지원을 받으며 센시의 공격력도 극대화됐다. 센시와 바렐라 모두 중앙 미드필더이면서 공격 가담 능력을 겸비했다. 센시가 선발로 나와 득점을, 바렐라가 교체로 투입돼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센시는 골 장면에서 왼발로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날린 뒤, 이 공이 선수를 맞고 나오자 이번엔 ‘알까기’ 드리블로 재차 득점 기회를 만든 다음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득점했다. 단 한 장면으로 자신의 양발 사용 능력과 드리블 능력까지 모두 보여줬다.

가장 놀라운 건 부활한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인테르는 밀란 슈크리니아르, 스테판 더프라이, 디에고 고딘의 스리백으로 기대를 받은 팀이다. 이날 슈크리니아르만 선발 출장하고 그 옆을 라노키아와 다닐로 담브로시오가 지켰다. 라노키아는 최근 ‘퇴물’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 온 선수고, 담브로시오는 원래 풀백이다. 그런데 급조에 가까운 스리백이 기대 이상으로 단단했다.

오른쪽 윙백 칸드레바 역시 지난 시즌 약 절반에 가까운 기간 동안 전력 외 취급을 받았던 선수다. 그러나 활동량과 오른발이 무기인 칸드레바에게 스리백의 오른쪽 윙백은 딱 맞는 옷이었다. 칸드레바는 이 옷을 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기인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윙백 주전감으로 영입한 발렌티노 라자로가 아직 팀 적응 중인 가운데, 한때 이탈리아 대표팀의 스타였던 칸드레바가 멋지게 부활했다.

루카쿠는 이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첫 경기에서 데뷔골까지 넣었다. 콘테 감독은 루카쿠가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공간 침투 위주로 활용해 장점을 살렸다. 콘테 감독은 경기 후 “왜 우리가 루카쿠를 영입하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는지 직접 보여줬다”며 의기양양한 인터뷰를 남겼다.

선수들을 정신무장 시키고 최상의 경기력으로 이끄는 ‘콘테 1년차’의 마법이 시작됐다. 다만 한 경기 결과를 두고 인테르가 완성됐다고 말하기에는 콘테 감독의 과거 행적이 걸린다.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에 부임했을 때(2011)와 첼시 지휘봉을 잡았을 때(2016) 모두 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특히 유벤투스 첫 경기에서 파르마를 4-1로 꺾은 것이 이번 인테르 데뷔전과 닮았고, 첼시에서도 초반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전술적인 문제를 겪으며 4~5라운드 즈음 주춤했다가 스리백 중심 전술로 전환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스리백이라는 점이 앞선 두 팀과 다르다. 이번에도 5라운드 전후로 위기가 찾아올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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