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는 작년에 생애 첫 월드컵 기회를 놓쳤다. 다음 월드컵까지는 3년에 걸친 긴 여정이 남아있고,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

2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민재를 만났다. 베이징궈안 소속인 김민재는 중국슈퍼리그의 여름 휴식기에 휴가를 받아 국내에 머무르고 있었다.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냈고, 개인 훈련으로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리며 베이징 복귀를 준비 중일 때였다.

김민재는 베이징 복귀 못지않게 26일 있을 대표팀 명단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재는 지난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임된 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든 소집에 포함됐다. 특히 올해 A매치 10경기는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했고, 아시안컵에서는 2골로 팀 내 최다골을 넣기도 했다. 역시나 인터뷰 이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래 러시아월드컵(2018)이 저의 첫 월드컵일 줄 알았는데, 부상으로 놓쳤잖아요. 카타르월드컵은 제 힘으로 본선 진출을 달성하고, 카타르에서 당당하게 활약하고 싶어요. 월드컵까지 가는 과정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다 함께 하고 싶어요. 물론 선택은 감독님이 하시는 거지만 제 욕심은 그래요.”

대표팀은 9월 5일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조지아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으로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1차전을 갖는다. 본선으로 가기 위한 여정의 첫발이다.

대표팀 출장 이야기를 할 때 언뜻 새로운 도전에 의욕이 스쳐 지나갔다. 김민재는 여름 이적 시장 동안 제기된 유럽 이적설에 대해 공개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대표팀 경기를 최대한 뛸 수 있다면 앞으로 저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니까, 그 이유에서라도 최대한 뛰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대표팀 소집은 즐거운 일이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책임감이 많이 요구되는 궈안보다, 뛰어난 형들과 호흡을 맞추는 대표팀이 훨씬 편해요. 궈안에서는 다른 선수들 커버플레이 하느라 바쁜데, 대표팀에선 형들 믿고 앞으로 밀고 올라가면서 수비할 수 있어요. 그게 제 스타일이니까 대표팀에 오면 진짜 나를 찾은 것 같죠.”

김민재도 대부분의 대표팀 선수들처럼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게 신뢰를 갖고 있다. 전술적인 콘셉트가 확실하고 매 경기 지시를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선수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띄엄띄엄 소집되는 국가대표의 특성상 일관성은 큰 장점이다. “뭘 해야 하는지 아니까, 그걸 잘 해내는 건 저의 몫이죠. 뭘 해야할지 모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궈안은 시즌 초 압도적인 1위였으나 23라운드 현재 2위로 밀려 있다.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이끌었던 로거 슈미트 감독이 구단과의 지속적인 갈등 끝에 7월 말 떠났다. 슈미트는 김민재를 영입한 감독이기도 했다. 브루노 제네시오 신임 감독과 함께 미드필더 페르난두가 영입됐다. 페르난두는 궈안에 합류하자마자 김민재 대신 선발로 뛰었다. 시즌 초반부터 압도적인 수비력으로 궈안을 지탱해 온 김민재로선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새로 온 감독님이 첫 경기에서 절 빼면서 이해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는 가만히 듣고 있지 않고 제 입장을 말했죠. 저를 외국인 선수로 안 보시는 것 아니냐고 했어요. 중국에선 그런 게 필요하더라고요. 그리고 1위가 걸린 광저우헝다와의 경기에서도 제가 벤치에 앉았는데 1-3으로 지면서 선두를 빼앗겼잖아요. 저는 막판에 교체로 투입된 게 전부였어요. 솔직히 불만이 있었죠. 다행히 그 다음 경기였던 다롄이팡 원정에서는 제가 선발로 복귀해서 승리했고, 경기력도 괜찮았어요.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 주전 경쟁을 잘 해나갈 발판을 만들어 뒀어요.”

제네시오 감독은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리옹을 이끌다 온 중견 감독이다. 그러나 중국 리그에서 잘 통하지 않는 빌드업 중심의 체계적인 축구를 시도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민재는 “새 감독님 축구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라며 말을 아꼈지만, 이대로 흘러간다면 선두를 놓칠 수도 있다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민재는 전북에 있을 때보다 살이 빠졌다. ‘자이언트 베이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때와 달리 근육만 남았다. 김민재는 “전북에 있을 때는 야식도 좀 먹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베이징에서 혼자 사니까 밤에 먹을 게 없어요. 자연스레 구단 밥만 먹고 운동만 ‘빡세게’ 하면서 살이 빠졌는데 지금 상태도 좋은 것 같아요.” 김민재는 조금 슬림해진 몸으로 월드컵 예선을 준비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