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K리그가 지난 시즌 기록한 총 관중수를 일찌감치 뛰어넘으며 올 시즌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K리그에 순풍이 불어온 데에는 연맹과 각 구단의 숨은 노력들이 있었다.

K리그1이 유료 관중 2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K리그1은 올 시즌 26라운드 만에 지난 시즌 총 관중수를 돌파했다. 26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125만 575명의 관중을 기록해 지난해 총 관중(124만 1,320명)을 넘어섰다.

K리그2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24라운드 누적 관중 31만 2,488명을 기록하면서 지난 시즌 총 관중(31만 627명)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연맹은 지난 2018시즌부터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관중 수 감소 등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제는 보란 듯이 유료 관중 200만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물론 외적인 요인들도 작용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안게임, U-20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한국축구에 전체적으로 봄바람이 불어왔고,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K리그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관람 여건 개선 등 관중들의 편의를 위해 힘쓴 각 구단과 연맹의 노력도 더해지면서 효과가 배가 되고 있다.

# 관중 몰고오는 팀 성적과 팬 프랜들리 정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K리그의 전체적인 파이가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경기당 평균 관중 6,000명 이상을 기록한 팀은 5개 팀(서울, 전북, 수원, 울산, 포항)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대구, 인천, 성남까지 가세하면서 무려 8개 팀이 경기당 6,000명 이상의 평균 관중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대구는 302.6%로 지난 시즌 대비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K리그2도 관중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K리그2에서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이 2,000명을 넘는 팀은 부산과 성남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천과 대전을 제외한 8개 팀이 2,000명 이상의 평균 관중을 기록하고 있고, 부산과 안양, 광주는 경기당 평균 관중 3,000명 이상을 기록 중이다.

관중들의 편의를 고려한 팬 프랜들리 정책이 관중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K리그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모범이 된 구단은 대구다. 대구는 도심에 위치한 축구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관중이 늘어났고, 관중 증가로 인해 뜨거워진 경기장 분위기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대구가 300% 이상으로 엄청난 상승폭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안양도 가변석을 설치하고 그라운드 주변 트랙에는 매점과 물놀이시설을 설치해 경기장을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여기에 좋은 성적까지 더해져 222.3%의 관중 증가 효과를 봤다. 탄천종합운동장을 새 단장한 성남도 264.2%로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인천도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축구전용구장 특유의 분위기와 ‘생존왕’이라는 확실한 이미지로 팬들을 끌어 모아 213.4%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론 성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K리그2 선두를 달리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광주는 지난 시즌 1,522명에 그쳤던 평균 관중을 3,372명으로 끌어올렸다. 반대로 K리그2 순위가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대전은 평균 관중 순위에서도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1,723명에서 올 시즌 1,671명으로 평균 관중 수는 소폭 감소했지만, 관중이 증가하고 있는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여름은 축구 비수기? 고정관념 깼다

각 구단의 노력을 통해 ‘여름은 축구 비수기’라는 고정관념도 깨고 있다. 최근 5년간 월별 관중 현황을 살펴보면, 여름에는 관중 감소 효과가 도드라졌다. 개막으로 큰 관심이 쏠리는 3월,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11월과 비교했을 때 화제성이 떨어지며, 무더운 날씨에 실외에서 경기를 관람한다는 것도 직관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휴가철까지 겹쳐 K리그를 향한 관심이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각 구단이 물놀이 시설을 구비해 팬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고, 열기를 식혀주는 워터 포그 시스템을 도입했다. 축구장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의미의 ‘축캉스 이벤트’까지 지속적으로 시행한 결과, 6월과 8월에는 최근 5년을 통틀어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여름이면 큰 폭으로 떨어졌던 관중 수 변화도 완만해졌다.

연맹 관계자는 “물론 여름이 축구를 관람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 시즌 연맹과 구단이 함께 여름 관중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축캉스 이벤트’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러한 노력들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 요일 분산 효과

경기 일정 분산 효과도 올 시즌 K리그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연맹은 올 시즌부터 경기 개최 시간대와 요일을 분산했다.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에도 K리그 경기가 펼쳐지며, 주말에 펼쳐지는 경기들도 시간대에 차이를 줬다. 금요일 경기에는 ‘프라이데이 나이트 풋볼’이라는 공식 명칭도 붙였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그동안 동시간대에 열리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요일과 시간대를 분산시켜 미디어 노출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팬들과의 접점을 늘려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연맹이 정말 좋은 결정을 했다”면서 “화요일, 금요일에 경기를 하면 일주일 내내 팬들이 축구에 시선이 고정된다. 팬들이 이 경기 저 경기 골라서 보는 재미가 생겼다”며 흡족해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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