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뒤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승우를 비롯한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로멜로 루카쿠와 알렉시스 산체스가 차례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떠나 인테르밀란에서 재회할 것으로 보인다. 주전 투톱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루카쿠의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산체스는 아니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 등 여러 현지 매체는 산체스의 인테르 임대 이적이 곧 성사될 거라고 전망했다. 임대 후 완전이적 형식이며, 인테르가 완전이적을 원할 경우 1,500만 유로(약 202억 원)를 지불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체스의 거액 연봉은 맨유가 75%, 인테르가 25% 나눠서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맨유 입장에서는 아예 전력 외로 취급 중인 산체스의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인테르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는 기존 주전 공격수였던 마우로 이카르디를 방출하기로 결정한 뒤 대체 공격수 영입이 절실했다. 지난 시즌 공격진을 형성했던 케이타 발데(모나코 임대 복귀), 이반 페리시치(바이에른뮌헨 임대) 역시 이탈했기 때문에 공격수를 보강해야 했다. 에딘 제코가 AS로마와 재계약을 맺으면서 인테르행이 무산되자, 인테르는 올여름 영입한 루카쿠와 기존 자원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만으로 투톱을 꾸려야 하는 형편이 됐다. 원래 윙어인 마테오 폴리타노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이동시키고, 여기에 산체스를 추가하면 그럭저럭 투톱에 기용할 수 있는 공격자원이 4명으로 늘어난다.

루카쿠와 산체스가 함께 뛴 맨유 경기 전적은 19승 8무 10패였다. 상당히 부진한 성적이다. 맨유가 두 선수 모두 내보낼 만했다.

인테르로 온 루카쿠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 콘테 감독은 첼시를 지휘하던 시절부터 루카쿠 영입을 노렸고, 올해 인테르 지휘봉을 잡으면서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루카쿠 영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루카쿠는 장신 원톱이지만 문전에 머물러있기보다 속공 상황에서 드리블을 선호한다. 콘테 감독의 역습 위주 공격 방식과 어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산체스의 최근 컨디션이 워낙 최악이었기에 인테르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산체스는 지난 2016/2017시즌 아스널 소속으로 리그 24골을 넣으며 생애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2017/2018시즌부터 본격적인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맨유로 이적하면서 초고액 연봉자 반열에 올랐지만 실력은 빠르게 감퇴했다. 2018/2019시즌에는 리그 1골, 컵대회 1골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산체스 부활을 점치는 건 처음 스타덤에 올랐던 세리에A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칠레 출신인 산체스는 세리에A 우디네세 시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0/2011시즌 당시 득점왕이었던 안토니오 디나탈레와 투톱을 이뤄 12골을 넣으며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고 유망주 설문조사에서 가레스 베일, 에덴 아자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도 많았다. 이후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디네세 시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한 적은 없다는 평가도 있었다.

콘테 감독의 전술은 산체스를 부활시키기 적절하다. 우디네세 시절 산체스가 소화한 3-5-2 포메이션은 콘테 감독의 특기이기도 하다. 투톱의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통해 속공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산체스가 우디네세에서 가장 잘 수행한 역할이다.

산체스가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낮다. 루카쿠의 파트너는 마르티네스나 폴리타노가 먼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산체스는 좀 더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산체스는 31세다. 세리에A에 데뷔한지 11년이 지났고, 노장이 되어 돌아왔다. 운동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플레이스타일을 감안하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산체스는 생애 마지막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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