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무리하게 추진한 일정이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2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에선 킥오프 시간이 50분이나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벤투스 선수단이 교통체증으로 킥오프 시간을 10분 넘긴 시각 경기장에 도착한 것이다.

선수들을 기다리다 지친 팬들은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의 등장만으로도 환호했다. 지쳐있던 탓에 무거운 공기가 감돌던 경기장에서 고요한 정적을 깨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오후 8시 30분이 돼서야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었고, 15분 정도 가볍게 몸을 풀고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호날두는 워밍업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킥오프 지연만이 아니다.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이뤄진 유벤투스의 방한은 그야말로 지각의 연속이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당초 전세기를 타고 오후 1시 인천공항에 입국해 곧바로 서울 용산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팬미팅과 사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유벤투스 선수단의 인천공항 입국 시간이 늦어졌고, 오후 3시가 돼서야 선수단 버스가 인천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

이후 예정된 일정은 줄줄이 변동이 불가피했다. 오후 3시 진행될 예정이었던 사인회는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5시 30분 시작됐다. 모두가 기다리던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빠졌다. 잔루이지 부폰, 마티스 더리흐트,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다니엘레 루가니,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등이 참석했지만, 호날두를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로선 김빠지는 상황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나눔 매치에서도 유벤투스의 레전드 에드가 다비즈, 다비드 트레제게가 지각 출전을 했다. 다비즈와 트레제게는 5시 15분에 시작되는 1쿼터부터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교통 체증으로 예정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지각했고, 6시 18분 경기장에 도착해 부랴부랴 3쿼터부터 그라운드를 밟았다.

유벤투스는 이번 친선경기 개최를 위해 두 차례나 연맹에 손을 내밀었다. 연맹이 주말로 예정돼있는 리그 일정을 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벤투스의 첫 번째 제안을 거절했고, 이대로 마무리되는 듯 싶었지만 유벤투스가 당일 도착을 감수해서라도 친선경기 개최를 추진하고 싶다고 재차 제안한 것이다. 일정을 소화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숨 가쁜 일정 속에 오후 4시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6시가 넘어서 호텔을 나섰고, 다비즈와 트레제게도 팬 미팅에 함께한 뒤 경기장으로 부랴부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표면적 이유는 기상 악화, 교통 체증이었다. 주최 측도 손쓸 수 없는 문제였다고 책임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변동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한 일정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당일 입국 후 무리하게 경기를 치르려던 욕심. 결국 그로인한 불편함은 오롯이 팬들의 몫이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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